김명기 교수
치의학과

서울대학교치과병원서 창경궁을 바라보며 차분히 정년을 준비하는 김명기 교수(치의학대학원)를 만났다. 김 교수에게 정년을 맞이한 소감을 묻자 그는 “교수로서 목표했지만 이루지 못한 것이 많다”며 “숙제를 다 하지 못한 것처럼 아쉽다”고 웃어 보였다.

김명기 교수의 겸손한 소감과는 달리, 그는 치의학계에 의료경영이라는 새로운 분야를 들여오는 업적을 남겼다. 학부생 시절 경영학에 관심이 있었던 치의학도는 두 학문을 융합한 치의료경영학을 공부하기로 마음먹게 됐다. 치의료경영학은 기초치의과학과 임상치의학의 방대한 지식을 수집하고 처리해 그를 현장에 적용해 나가는 학문이다. 이 학문은 당시 한국 치의학계에서 생경한 것이었지만 김 교수는 꾸준히 의료경영에 대한 공부를 이어갔고, 2015년엔 ‘대한의료정보학회’의 회장 자리에 오를 수 있었다. 그는 “의료경영학을 처음 만났을 때 ‘세상에 이런 학문이 있을까’ 싶을 정도로 흥미로웠다”며 “의료경영이 한국에 도입된다면 병원의 효율적인 운영과 더불어 환자들의 심리적 거리감을 줄이는 데도 도움이 될 것이라 생각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이후 김 교수는 치의료경영학뿐만 아니라 인문학에도 관심을 갖기 시작하면서 치의학과 역사라는 두 학문의 경계를 허물어나갔다. 그는 2014년 대한의료정보학회 학술대회에서 ‘인문으로 풀어보는 우리나라 의료학의 역사’라는 제목의 강연을 선보였으며 석사생을 대상으로 ‘치의학의 역사’를 가르쳐왔다. 이에 김 교수는 “치과병원은 수익만을 창출하는 곳이 아니라 지역 사회 구성단위의 하나로서 다양한 사람과의 접점을 이뤄나가게 되는 곳”이라며 “사회와 잘 어우러지기 위해선 학생 시절 인문·사회적 소양을 갖추는 것이 마땅하다”고 인문학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이어 “치의사학이라는 거시적인 역사학을 통해서 자신들의 뿌리를 찾은 학생들이 후에 사회에서 의사의 역할을 잘 수행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년을 앞둔 김명기 교수의 눈엔 여전히 열정이 가득하다. 김 교수는 “이제 능동적으로 연구에 참여할 순 없겠지만, 퇴임 후에도 학계에서 여러모로 도움이 되는 사람이 되길 바란다”며 “더불어 과학기술사와 역사해석에 관련된 공부를 더 해보고 싶다”고 퇴임 이후의 계획을 말했다. 이어 그는 “쫓기듯이 살아왔던 것에 마냥 아쉬운 마음이 남는다”며 “넉넉한 마음으로 단순화한 삶 속에서 자신의 분야에 온전히 집중하길 바란다”고 후학들에게 따뜻한 메시지를 전했다. 끝으로 김 교수는 “낯섦이 없다면 발전이 없다”며 “차가운 자연과학에 따뜻한 인문적 감성을 더해 자신과 다른 것에 대해 이해하는 태도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사진: 박성민 기자 seongmin41@snu.kr

저작권자 © 대학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