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생대 생명관(200동) 6층, 곤충을 박제한 액자와 식물들이 늘어서 있는 복도를 지나자 안용준 교수(농생명공학부)가 반갑게 인사했다. “곤충학자라는 이유로 지인들이 아직도 버러지 같은 인생이라고 놀린다”는 말로 자신의 곤충학 얘기를 시작한 안용준 교수는 1971년 농생대에 입학한 이래 47년간 곤충을 연구해오며 곤충학의 변화를 직접 경험하고 주도해왔다.

안용준 교수
농생명공학부

안 교수가 곤충학을 처음 접했을 때는 곤충학의 인지도가 낮고, 학문의 범위도 농사에 피해를 주는 농업 해충을 방제하는 데에 머물러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 그는 “화학에 대한 관심을 바탕으로 살충제 연구를 하고 싶어서 곤충학 전공을 선택했다”고 밝혔다. 학부를 마치고 대학원에 진학한 안 교수는 인삼연구소에 입사해 3년간 인삼 해충을 방제하는 농약을 연구하며 인삼 생산량 증대에 이바지했다.

일본 유학을 다녀오는 등 활발한 농약 연구 후 농생대로 돌아온 안 교수는 위생 해충 방제를 위한 생리활성천연물 연구에 집중했다. 이는 지구온난화와 외국 해충의 유입으로 곤충학의 중점 과제가 농업 해충 방제에서 위생 해충 방제로 바뀌고, 위생 해충에 대한 사회적 관심 역시 높아진 상황과 궤를 같이 한 것이다. 대표 연구로는 집먼지진드기 방제가 있다. 언론을 통해 집먼지진드기 문제를 접한 안 교수는 집먼지진드기뿐만 아니라 사체 역시 알레르기 반응을 일으킨다는 사실에 주목했다. 그는 연구를 통해 계피의 ‘탄닌’ 성분이 집먼지진드기를 죽일 뿐만 아니라, 사체의 단백질을 중화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안 교수는 “이를 바탕으로 계피를 기반으로 한 집먼지진드기 살충제인 ‘AD1’을 개발해 진드기 문제와 사체 문제를 동시에 해결했다”고 밝혔다.

안 교수는 최근 곤충 자원에 증대된 사회적 관심과 요구를 바탕으로 한 연구를 수행하기도 했다. 2010년대 들어 곤충학은 농업과 위생 해충을 방제하는 것을 넘어 곤충의 성분과 습성을 자원으로 활용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 안 교수는 자신의 ‘모기 흡혈 메커니즘 연구’를 예로 들었다. 그는 “모기에 물렸을 때 처음에는 아무런 느낌이 없다가 나중에 물린 부위만 부어오르는 특성을 이용해 신형 주사기를 만들 수 있다”고 설명했다. 안 교수는 “이 신형 주사기로 환자에게 고통을 주지 않고 원하는 부위에만 정확히 약물을 투여할 수 있어 부작용을 최소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감을 드러냈다.

안 교수는 은퇴 후에도 곤충학자로서 왕성한 활동을 이어갈 예정이다. 그는 “은퇴 후 영월 곤충산업 육성지원센터와 협조하면서 곤충학 연구를 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또 그는 중국 농림부와의 협력 연구를 위해 매년 두 달씩 중국에 체류할 계획이다. 마지막으로 안 교수는 곤충학을 연구해나갈 후학들에게 “곤충학은 응용과학”이라며 “앞으로 곤충학자들이 연구를 열심히 해 실용적으로 도움이 되는 업적을 남기면 좋겠다”는 격려의 말을 남겼다.

사진: 강승우 부편집장 kangsw0401@snu.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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