졸업생 인터뷰 | 국어국문학과 10학번 고정우 씨

주말 아침, 낙성대역 근처 한적한 카페에서 고정우 씨를 만났다. 고 씨는 다양한 학내활동의 주축이었던 사람답게 능숙하게 기자를 맞이하며 악수를 청했다. 졸업하면서 학교를 떠나는 심정이 어떠냐는 질문에 그는 “새로운 일을 할 수 있어 좋다”며 졸업하는 홀가분함을 드러냈다. 고 씨는 “학교에서 해볼 만한 일은 다 해본 것 같다”며 자신의 대학 생활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놓기 시작했다.



시를 사랑한 국문학도, 현장에 발을 내딛다

고정우 씨는 전공으로 국어국문학, 복수전공으로 연합전공인 벤처경영학을 택했다. 고 씨는 “고등학교 국어 선생님을 보면서 다른 사람들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주고 싶다는 신념을 갖게 돼 국어 교사가 되고 싶었다”고 말했다. 또 그는 “고등학교 때부터 소설에도 관심이 많아 스스로 소설을 써보고 싶어 국문과를 택했다”고 덧붙였다.

고정우 씨는 국어국문학과에서 공부하면서 자신의 문학관과 인생이 바뀌었다고 말했다. 대학 입학 전에는 소설만 좋아하다가 전공수업을 들으며 시와 연극에도 흥미를 느끼게 된 고 씨는 전공과목 중 김유중 교수(국어국문학과)의 ‘한국현대시인론’이 가장 인상 깊었다고 했다. 고 씨는 “‘한국현대시인론’ 수업을 들으며 시에 대해 내재적으로 분석하는 차원을 넘어 시의 시대적 맥락에 대해서도 분석하게 돼 문학적 지평이 넓어졌다”고 설명했다. 특히 그는 “김유중 교수의 수업을 들으면서 시에 관심이 생겨 지금도 남는 시간에 시를 쓴다”며 “언젠가 시집을 출판하고 싶다”고 말했다.

하지만 고정우 씨의 관심은 국문학에 그치지 않았다. 고 씨는 2015년 군 제대 후 또 다른 전공인 벤처경영학에 도전했다. 벤처경영학 연합전공은 2014년 신설돼 당시 거의 알려져 있지 않았다. 고 씨에게 가장 인상 깊었던 벤처경영 강의는 이영민 교수(경영학과)의 ‘창업론 실습’이었다. 이어 그는 “이영민 교수가 직접 벤처투자회사에서 일하면서 경험한 것들을 수업에 자연스럽게 녹여내서 흥미로웠다”고 말했다. 고정우 씨는 ‘창업론 실습’ 강의 후반부에는 직접 벤처를 경영해보는 실습을 진행했다며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고 씨가 ‘창업론 실습’ 강의에서 참여한 벤처는 학내 멘토링 벤처 ‘샤르파’였다. 그는 “중고등학교 학생들을 지도한 경험이 풍부한 친구가 나를 경영 전략 담당으로 영입했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고정우 씨는 샤르파에서 시장을 분석하고 시장 상황에 맞는 경영 전략을 기획하는 역할을 했다. 그는 “그때의 경험이 직장에서 새로운 사업을 구상하고 추진할 때 많은 도움이 된다”며 후배들에게 벤처경영학 전공에 도전해볼 것을 추천했다.



하라는 공부만 하라고?

고정우 씨는 재학 중에 전공 외에도 다양한 학내활동에 도전했다. 그는 그중에서도 가장 꾸준히 애정을 갖고 참여한 학내 외국어 연극제에 관한 이야기부터 풀어놓았다. 2010년부터 2017년까지 외국어 연극제에 꾸준히 참여해온 고 씨는 외국어 연극제를 하는 후배들에게 ‘마스터 고’라는 별명으로 불린다. 그가 외국어 연극제를 처음 시작한 계기는 그다지 특별하지 않다. 고 씨는 “외국어 연극제는 인문대 1학년 학생들이 대부분 해보는 것”이라며 “무대에 서보고 싶은 마음에 외국어 연극제를 시작했다”고 말했다.

고 씨는 그가 2학년이던 2011년 외국어 연극제 총 기획을 맡으며 외국어 연극제에 대한 책임감과 애정을 키워나가기 시작했다. 그는 특히 기억에 남는 작품으로 2011년에 총 기획으로 참여한 독일어 연극 ‘아름다운 낯선 여인’을 꼽았다. 고 씨에게 ‘아름다운 낯선 여인’은 그가 기획자로서 한 단계 발전할 수 있는 계기가 됐다. 초기에는 어려움이 많았다. 그는 “연극제 총 기획을 하면서 전임자에게 총 기획이 해야 하는 일이 제대로 인수되지 않아 힘들었다”고 말했다. 심지어 고 씨는 기획임에도 불구하고 배우로 무대에 서야 했다. 그는 “배우 섭외 과정이 순탄치 않아서 기획은 물론 배우로서 1인 2역을 소화했다”고 회상했다.

어려움이 많았지만, 연극은 성황리에 마무리됐다. ‘아름다운 낯선 여인’은 메시지 면에서 독일인이 느끼는 외국인 혐오를 효과적으로 드러내 ‘생각할 거리를 던져준다’는 호평을 받았고, 관객도 많이 모였다. 하지만 고정우 씨는 이때의 성공에 안주하지 않고 후배들이 자신과 같은 일을 겪지 않도록 외국어 연극제 기획 매뉴얼을 만들며 외국어 연극제의 발전에 심혈을 기울였다. 이 매뉴얼은 2018년 현재에도 외국어 연극제를 준비하는 후배들에게 많은 도움이 되고 있다.

2014년 군 복무를 마치고 복학한 고정우 씨는 졸업 직전인 2017년까지 외국어 연극제 총 기획을 계속해서 도맡았다. 이때 그는 독일어 연극 ‘사천의 선인’(2014), ‘변신’(2015), ‘보이체크’(2016) 그리고 일본어 연극 ‘서울시민 1919’(2017) 등의 작품을 기획했다. 고 씨는 외국어 연극제에 꾸준히 참여하면서 얻어가는 것이 많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외국어 연극제를 하면서 행사를 준비하는 능력이 많이 늘었다”고 말했다. 또 그는 “외국어 연극제 공연을 수차례 기획한 경험이 인간관계를 조율하고 팀을 운영할 때도 많은 도움이 됐다”고 덧붙였다.

고정우 씨는 경영 동아리 ‘N-CEO’에서도 회장을 역임하며 기획자로서의 자질을 발휘했다. 그는 N-CEO 활동을 하면서 가장 좋았던 점으로 발표를 자주 할 수 있다는 점을 꼽았다. 그는 “세미나 워크숍에서 발제를 많이 했고, 경영대 캠프에서 동아리 소개 발표도 해볼 수 있어서 즐거웠다”고 말했다. 고정우 씨가 N-CEO 활동을 하면서 특히 인상 깊었던 행사는 N-CEO 회원들과 일본 기업인들이 함께 진행한 ‘한일 워크숍’이다. 일본 기업인들이 보여준 관찰력과 호기심이 그 이유다. 그는 “워크숍에 참여했던 일본 기업인들이 예의를 지키면서도 사소한 것에도 호기심을 갖고 동아리 회원들에게 적극적으로 질문을 해서 감명을 받았다”고 말했다.

고 씨의 경영 동아리 활동이 마냥 순탄했던 것만은 아니었다. 고 씨는 N-CEO 활동을 하면서 가장 힘들었던 점으로 기업과 동아리 회원들 사이를 조율하는 것을 꼽았다. 그는 “여러 기업에서 동아리 회장이었던 자신에게 합동 프로젝트를 하자는 제안을 했는데 현실적으로 이를 모두 수용할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이런 맥락에서 그는 “기업의 제안과 동아리 회원들이 소화해낼 수 있는 업무의 양 사이에서 적당한 합의점을 찾는 것이 어려웠다”고 했다. 어려운 점이 있었지만, 그는 N-CEO에서 활동하며 기업 현장을 체험한 것이 유익했다고 말했다.

고정우 씨는 여기서 그치지 않고 밴드 동아리인 ‘메아리’에 가입하며 새로운 분야로 나아갔다. 그는 신입생 때 인문대 밴드에서 기타리스트로 활동하면서 처음으로 밴드 활동에 발을 들였다. 2학년 때는 베이스 기타에 도전했고, 군 전역 이후에는 드럼을 접하고 메아리에 가입했다. 그러나 고 씨의 메아리 활동이 쉽지만은 않았다. 그는 “메아리에 처음 가입했을 때 외국어 연극제, 수업 조교, 근로 장학생 그리고 밴드 활동을 동시에 하느라 정신이 없었다”고 털어놓았다. 또 고 씨는 “모든 악기를 연주해보고 싶은 욕심에 드럼을 배워서 메아리에 가입했지만, 실력이 모자라서 다른 사람들에게 피해를 줄 때 너무 미안했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그는 고생해서 연습한 곡을 무대에서 공연했을 때 가장 즐거웠으며 메아리 활동에 도전한 것이 보람 있었다고 밝혔다.

고정우 씨는 졸업 직전까지 학회, 동아리 등 다양한 활동을 하며 학부 생활을 성실히 해낸 비결을 묻는 질문에 “좋아하는 공부는 시간을 덜 들여도 좋은 결과가 나온다”고 답했다. 그는 “1, 2학년 때는 최대한 많은 경험을 해보는 것이 좋다”고 후배들에게 조언했다.



신념을 안고 세상 속으로

학내 다양한 활동을 기획하며 주축 노릇을 톡톡히 했던 고정우 씨는 교문을 나선 후에도 새로운 아이디어를 그려갈 예정이다. 그는 졸업 전인 지난 11월 ‘정관장’으로 유명한 ‘KGC인삼공사’에 입사했다. 입사 후 고 씨는 직장을 다니면서 이루고 싶은 목표 세 가지를 세웠다. 단기적인 목표는 최근 참여하고 있는 ‘인천공항 정관장 카페 프로젝트’를 성공시키는 것이다. 장기적으로는 자신의 사업 구상이 통과돼 실현 단계까지 가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 마지막으로 그는 “나의 궁극적인 목표는 새로운 사업을 통해 사람들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끼치는 것”이라며 포부를 드러냈다.

이처럼 고정우 씨의 꿈은 고등학교 때와 달라졌지만, 그 꿈의 바탕을 이루고 있는 ‘사람들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끼치고 싶은 신념’은 변하지 않았다. 고 씨는 현재 직장에서 사람들의 건강을 지키는 사업을 기획해 자신의 신념을 이룰 수 있다고 믿는다. 그가 KGC인삼공사에서 이런 신념을 실현하는 원동력은 대학 생활을 하는 동안 체득한 기획능력과 도전정신이다. 그는 신사업 부서에서 새로운 프로젝트를 기획하고 모르는 분야에 도전할 때 전공과 학내활동으로 얻은 경험을 알차게 활용하고 있다.

한편 그는 직장생활을 처음 접하는 사회 초년생으로서 긴장과 기대가 섞인 심정을 솔직하게 드러냈다. 고 씨는 “새로운 사람들과 새로운 업무를 해야 한다는 압박감과 만나고 싶지 않은 사람도 만나야 한다는 점이 고충”이라면서도 “직장생활의 좋은 점도 많다”고 덧붙였다. 그는 “동료 직원들과 상사들이 초과 근무를 하는 자신을 보면 그만하고 얼른 퇴근하라고 챙겨준다”고 하며 웃음을 지었다.

고정우 씨는 후배들에게 “최대한 많은 것을 경험하고, 항상 ‘왜?’라는 질문을 던지라는 말을 해주고 싶다”고 말했다. ‘왜?’라는 질문을 던지면 자신이 하는 일의 이유를 알 수 있고, 일하는 이유를 알면 의욕과 효율이 높아진다고 믿기 때문이다. 또 그는 “다양한 활동을 해보면서 책으로 배울 수 없는 것이 많다는 사실을 깨달았다”며 “이것저것 경험해보면서 자신의 적성과 맞지 않는 진로를 제외하다 보면 좀 더 쉽게 진로 선택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그는 끝으로 자신의 다양한 경험이 후배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드러내며 인터뷰를 마무리했다. 학내에서 경험해볼 수 있는 다양한 활동에 도전하면서 대학생으로서의 시간을 풍성하게 채워나간 고 씨는 정든 학교를 떠나 이제 막 사회로 첫발을 내딛었다. 그의 사회 생활이 학부 생활만큼이나 알찬 이야기로 가득하기를 기대해본다.


사진: 대학신문 snupress@snu.kr

삽화: 강세령 기자 tomato94@snu.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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