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학 후 1년이 지나 어느새 후배들이 입학하기를 기다리는 시점에서 나의 입학 직후의 시간을 정의해보자면 ‘우울’이 아니었나 싶다. 애초부터 낯을 많이 가리는 성격이었기 때문에 새로운 환경에 적응한다는 것은 힘든 일이었고, 궁금한 것이 생겨도 쉽사리 물어보지 못해 항상 정보의 부족에 허덕이고는 했었다. 구성원들과 함께 공유하는 정보가 절대적으로 부족했던 나는 결국 환영받지 못하는 ‘이방인’이라는 정체성을 가지고 있었다.

이런 ‘이방인’의 정체성에서 벗어나도록 도와준 것이 52학번 선배, 『대학신문』이었다(『대학신문』은 1952년 창간됐다). 이 52학번 선배는 똑똑하고 친절했다. 학교의 이모저모에 대해 깊이 있게 차근차근 설명해줬으며 다양한 학교 구성원들의 목소리를 들려줬다. 피상적인 정보들을 나열하는 것이 아니라 각 사안에 대한 깊이 있는 정보에 균형 잡힌 시각까지 제공해주는 이 선배가 너무 멋있었다. 새내기였던 나에게 『대학신문』이 학교에 적응할 수 있게 해준 매개체였다면 졸업생들에게 『대학신문』은 어떤 의미였을까. 아마도 이번 호 『대학신문』만큼은 졸업생들에 대한 일종의 선물 같은 느낌이었을 것이다. 1면에 졸업축하그림을 실은 것과 16~19면에 졸업생들의 이름을 하나하나 적어준 것 등 많은 부분에서 『대학신문』의 배려가 묻어났다. 특히 사설에서의 ‘n포세대를 자처하기보다 스스로 하나씩 획득하는 n득세대가 되기를 간절한 마음으로 빌어본다’와 같은 문장에서는 52학번 선배가 해 줄 수 있는 따뜻한 격려가 담겨 있었다고 생각한다.

선배는 「종합」면에서 감골식당이 외부 업체 운영으로 전환된다는 소식을 전했다. 감골식당이 외부 업체 운영으로 전환된 경위와 그 과정에서 있었던 학생 사회와의 마찰을 이야기해줬는데 정보 전달 측면에서는 흠잡을 것이 없었다. 그러나 할랄 식단 제공에 관해 학생 구성원들의 이견이 지속해서 제기되는 상황에서 할랄 식단 제공의 필요성이나 이에 관한 학내 여론을 심층적으로 다뤄 줬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었다.

지난 1년, 이 52학번 선배가 해준 이야기를 떠올려 보면 슬픈 이야기도 많았다. 그중 가장 슬픈 이야기는 ‘빗소리’(학내 비정규직 문제 해결을 위한 학생단체)에 관한 이야기였다. 그날 나는 나를 괴롭게 한 그 ‘이방인’이라는 정체성을 몇십 년째 강요받으며 묵묵히 학생들을 위해 일한 비정규직 근로자분들의 목소리를 들으며 무언가 행동해야 한다는 의무감을 느꼈다. 그런데 이번 호에서 그 52학번 선배가 기쁜 소식을 들고 왔다. 비정규직 근로자분들이 정규직으로 전환된다는, 선배가 들려준 소식 중 가장 기쁜 소식이었다.

캠퍼스에 다시 봄이 온다. 이번 해에도 정겨운 52학번 선배가 많은 사람에게 다양한 소식들을 전해주기를! 지금까지 그랬던 것처럼.

김근호
자유전공학부·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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