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4’, 2018학년도 1학기 기준 ‘군 복무 중 대학 원격강좌’ 정책에 참여하고 있는 대학 숫자이다. 대학 진학률이 70~80% 수준이고, 절대다수의 남성이 병역의 의무를 지기 때문에 대다수 남자 대학생의 학업 중단 및 그로 인한 손실은 필연적이었다. 이런 불이익을 조금이나마 완화하기 위해 국방부는 각 대학과의 협정서 체결을 통해 군 원격강좌 제도를 도입해왔고, 2007년 6곳을 시작으로 2018년 현재 144개 대학이 참여하고 있다.

서울대는 비교적 늦은 2015년 국방부와 협정을 체결, 2016년부터 군 원격강좌를 제공하고 있다. 그래서 2016년 3월에 입대한 필자에겐 복무 초기부터 부대 내에서 원격강좌를 수강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돼 있었다. 하지만 필자가 작년 말에 전역할 때까지 원격강좌를 수강하는 일은 단 한 번도 없었다. 제목에 언급한 대로 서울대의 군 원격강좌 프로그램은 ‘빛 좋은 개살구’기 때문이다.

첫 번째 문제점은 선택의 폭이 매우 좁다는 것이다. 2018학년도 1학기 기준으로 서울대 군 원격강좌는 ‘음악의 원리’ ‘사람 뇌의 구조와 기능’ ‘경제원론 1’ ’자연과학의 세계’ 4개 강의가 개설돼 있다. 필자가 군에 있었을 때는 오직 3개 강의만이 개설돼 있었고, 입대 전에 ‘경제원론 1’을 수강한 상태여서 오직 2개의 선택지밖에 없었다. 게다가 보통 서울대 남학생들이 2~4학기 정도를 이수하고 입대를 하므로 교양보다는 전공 수업에 대한 수요가 더 크다. 이를 고려하면 3개의 교양 수업과 1개의 전공 수업만이 제공되는 서울대 군 원격강좌 프로그램에서 군인인 학생의 선택의 폭은 심각하게 제한된 셈이다.

더욱 큰 문제는 시험 방식에 있다. 현재 서울대가 제공하는 4개의 강좌 모두 오프라인 시험만이 가능하다. 즉 군인 신분인 학생은 군 원격강좌를 수강하게 되면 시험을 보기 위해 무조건 두 번의 휴가를 써서 학교에 와야 한다. 이는 두 가지 차원에서 큰 문제점을 안고 있다. 우선 불과 2개월의 기간 내에 휴가를 두 번(중간, 기말 각 1회씩) 나와야 하는데, 상당히 제한된 수준의 휴가만을 보장받고 있는 군인의 입장에서 이는 매우 큰 출혈이다. 당연히 주저할 수밖에 없다. 군 복무의 특성상 자신이 원하는 시기에 휴가를 사용할 수 있다는 보장이 없다는 것은 더 큰 문제다. 같은 기간에 다른 병사들이 휴가를 많이 나가길 희망해 출타율 제한에 걸릴 수도, 갑자기 훈련이나 업무 일정이 잡힐 수도, 갑자기 실제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는 곳이 군대다. 그렇기 때문에 필자도 그러했듯 많은 군인이나 학생들은 “에이, 그냥 복학한 뒤에 수업 듣고 말지 뭐”라고 생각하게 되기 마련이다.

상기한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선 우선 개설 강좌 특히 전공 강좌 증설이 필요하다. 두 번째 문제의 경우 군 복무의 구조적 문제 및 제도 등에 서울대가 관여할 수 없음을 고려하면 서울대에서 개선할 수 있는 부분을 찾아야 할 것이다. 예를 들면 중앙대의 경우 모든 군 원격강좌에서 온라인 시험이 제공되고 있다. 만약 온라인 시험의 제공이 재학생에게 불공정한 측면이 있다고 판단되면 군인/학생의 성적은 A~F로 평가하지 않고, S/U로 전환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일 것이다.

이때까지 서울대의 남학생들은 학교생활 도중에 군 복무를 했거나 하고 있고, 또 징병제에 큰 변화가 있지 않은 이상 미래의 학생들 또한 같은 운명을 맞이할 것이다. 이들의 복지를 위한 정책을 시행하고자 한다면, 빛 좋은 개살구가 아닌 내실 있고 실질적으로 효용성이 있는 정책이 되도록 개선해 나가야 할 것이다.

문재윤
정치외교학부·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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