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소연 기자
문화부

사실 ‘봉사’에 대한 깊은 생각조차 해본 적 없었다. 봉사를 해본 기억이라곤 중고등학교 때 봉사 시간을 채우기 위해 복지센터에 몇 번 들락날락한 것뿐이었다. 별다른 생각 없이 노인정 청소나 점자 봉사 등을 했고, 그것은 곧 나의 봉사 행위에 내가 돕고 있는 그들을 향한 마음 깊은 애정이 부재했다는 것을 방증한다. 그래선지 자원봉사에 대한 사전적 의미조차 고려하지 않고 부끄럽게도 약 한 달간 ‘무급’으로 올림픽에서 일을 한다는 것에 불편함을 느끼고 있었다.

이번 자원봉사도 별다른 생각 없이 신청했다. 대한민국에서 올림픽이 열리는데 내게 지원 기회가 주어졌다는 아주 운 좋은 타이밍이 놀라웠다. 당시 대학입시로 인해 스트레스받던 고3이었지만 그래도 대학에 제출할 자기소개서 대신 자원봉사자 지원서를 작성했다. 처음에 내가 신청했던 직무는 선수단 지원이었지만, 대학에 입학한 후 비루한 영어 실력과 패럴림픽 불참 등의 사유로 아쉽게도 선수단 지원 관련 봉사는 어렵다는 메일을 받았다. 올림픽 측에선 당시 지원자가 적었던 분야 중 한 분야를 선택하라고 했고, 나는 나름 학보사에서 일한다며 취재 분야를 골랐다. 이렇게 물 흘러가듯 가게 된 올림픽에선 예상치 못한 일들이 일어났다.

나는 겁이 많은 사람이다. 새로운 일엔 지레 두려움부터 느낀다. 귀찮음도 많다. 그래서 새로운 일이 점차 익숙해지면 귀찮아진다. 올림픽에선 해외 각국에서 취재하러 온 사진 기자들을 대해야 했다. 난생 처음 본 사람들과 한국어가 아닌 다른 언어로 대화를 하고, 처음 와보는 장소의 지리를 제대로 파악하고 그들에게 길을 안내해야 했다. 또 다양한 지역에서 모인 자원봉사자들과 하루 종일 붙어있어야 했다. 초반엔 그들과 억지로 말을 붙여 내 자신이 편해지게끔 노력했다. 하루하루가 지나면서 그렇게 애쓰지 않아도 그 일은 익숙해졌다. 신기하게도 귀찮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집에서 TV로만 봐왔었지만 직접 눈으로 맞닥뜨린 그 경기장 안에는 한 경기를 위해 수많은 사람이 존재한다는 것을 알았다. 그들과 대화하고 경기를 즐기며 웃고 있는 나를 알았다. 시야가 탁 트인 느낌이었다. 매일 새벽에 일어나 근무를 나가도 점점 활기를 되찾아갔다.

그들에게 애착을 갖게 됐다. 그들이 하루를 시작할 때 기분이 좋았으면 했다. ‘Have a nice day’ 아침에 웃으며 간단히 던진 말이 ‘You too’로 돌아왔을 땐 나 역시 기분이 좋았고 행복해졌다. 어쩌면 내가 자원봉사에 대해 무의식적으로 갖고 있었던 생각이 너무 무거웠던 것이라 생각조차 하지 않았을 수도 있다. 내가 여기에 헌신하면 이 현장이 아름답게 바뀌고 결국 이 사회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무거운 책임감.

하지만 자원봉사자의 무게는 그렇게 무겁지 않았다. ‘자원봉사자 여러분들이 계셨기에 올림픽이 성공적으로 마무리됐습니다’라는 거창한 말은 필요하지 않다. 그냥 나는 거기 있어서, 그곳에서 여러 사람과 함께 지낼 수 있어서 기분이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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