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한규 교수
원자핵공학과

정부는 지난해 말 발표한 ‘제8차 전력수급기본계획’(8차계획)에 탈원전 정책을 구체화했다. 8차계획에 따르면 현재 30% 정도 되는 원자력 발전 비중은 2030년에 24%로 감소한다. 탈원전 정책은 안전과 환경 우선이라는 명분에도 불구하고 환경성에서 최우선으로 고려돼야 할 온실가스 발생 저감 원칙에 배치돼 기후변화 대응에 역행하는 정책으로 보인다.

2015년 말 ‘파리기후 협약’이 각국의 온실가스 감축 목표와 함께 공표됐다. 우리나라는 2030년 통상적인 온실가스 배출전망치(BAU)인 8.5억 톤에서 25.7%를 감축시켜 6.3억 톤 이하로 배출하고, 국가 간 온실가스 거래권을 이용해 11.3%를 추가 감축함으로써 총 37%를 감축하는 목표를 제시했다. 이때 예정된 2030년 발전부문 온실가스 배출 상한치는 2.6억 톤이다. 원자력 발전 비중이 줄어듦에도 불구하고 재생에너지 비중이 늘어나 온실가스 배출전망치가 2.4억 톤이 되므로 배출 상한치 이내에 든다는 것이 8차계획에서 밝힌 정부의 설명이다.

그런데 8차계획에선 우리나라 경제전망을 하향 조정하여 GDP 성장률을 2015년에 온실가스 BAU 수치를 정할 때 보다 1%p 정도 낮게 잡았다. 이에 2030년 발전량은 2년 전 예측치보다 12% 정도 적게 산정됐다. 전력이 적게 생산될 것으로 전망됐으니 별도 조치 없이도 온실가스 배출전망치가 2.3억 톤으로 줄어들게 된 것이다. 이 수치가 2.4억 톤으로 증가한 것은 원자력 발전 비중이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2030년의 0.1억 톤, 즉 1천만 톤의 배출량 차이는 일견 크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실제 온실가스 초과 배출량은 이보다 훨씬 클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탈원전 정책이 본격화된 지난해의 예에서 확인할 수 있다. 지난해 원전 안전기준 강화라는 명분으로 85%선이던 원전의 이용률이 71%대로 하락했다. 원전이 덜 가동돼 부족해진 발전량은 석탄발전으로 대체됐다. 이에 석탄발전량이 2016년 대비 24TWh 증가해 약 2천만 톤의 온실가스가 더 배출됐다.

이 추정은 1MWh당 온실가스 배출량이 석탄의 경우 820kg이라는 기후변화 정부 간 협의체 ‘IPCC’의 공식자료를 기반으로 한다. 이 수치는 LNG 발전의 경우 490kg으로 석탄의 60%에 불과하다. 하지만 석탄 대신 LNG로 발전을 하게 되면 전기요금 인상요인 혹은 한전의 적자요인이 커지므로 작년에 한전은 석탄발전량 증대를 택하게 된 것이다.

8차계획에서 온실가스 배출전망치를 2.4억 톤이라는 낙관적인 수치로 정한 데는 85%라는 높은 원전 이용률과 65%라는 낮은 석탄발전 이용률이 전제돼 있다. 그런데 향후 예정된 대로 전기 요금인상을 억제하는 방향으로 탈원전 계획이 추진되면 작년의 경우에서 본 바와 같이 2030년 온실가스 추가배출량은 수천만 톤을 넘어 파리협약에서 공표한 우리나라 온실가스 저감 목표치를 달성하지 못할 것이 명약관화다.

기후변화는 세계가 공통적으로 해결할 문제다. 우리 정부도 안전뿐 아니라 기후변화 대응을 에너지 정책의 주요 목표로 삼아야 한다. 저명한 기후변화 학자들이 인정한 바와 같이 원자력은 재생에너지와 더불어 온실가스 발생 저감에 아주 효과적인 발전원이다. 우리나라도 영국과 같이 재생에너지의 간헐성과 고가의 단점을 보완할 원자력 발전을 계속 중용해야 한다.

50년이 넘는 서방 세계 원자력 발전 역사 동안 인명사고가 초래된 원전사고가 단 한 건도 없었다. 비행기가 위험할 수 있어도 사람들이 안심하고 편리한 비행기를 이용한다. 이는 엄격한 항공 기준이 국제 공통으로 철저하게 적용되고 있다는 데에 대한 신뢰에서 비롯된다. 원전도 마찬가지다. 과거의 사고를 교훈 삼아 원전을 더욱 철저히 운영하여 활용하면 기후변화에 잘 대처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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