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계의 비명에 관객이 손 내밀다
공연계의 비명에 관객이 손 내밀다
  • 정명은 기자
  • 승인 2018.03.04 03: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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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 | 연극·뮤지컬 관객 '위드유'(#WithYou) 집회

지난달 25일 연극과 뮤지컬 팬들은 공연장 대신 거리에 모여 앉았다. 이날 대학로 마로니에 공원에서 열린 ‘연극뮤지컬관객 위드유(#WithYou) 집회’에 참가해 목소리를 내기 위해서다. 최근 공연계의 성폭력이 ‘미투’(#MeToo) 해시태그를 달고 연이어 폭로되고 있는 상황 속에서 미투 운동에 공감하는 사람들은 ‘위드유’(#WithYou) 해시태그를 통해 미투 운동을 응원하고 지지했다. 이날 열린 집회는 미투 운동으로 촉발된 첫 집회로 관객들이 해시태그에 그치지 않고 직접 목소리를 내 미투 고발자들의 곁에 서기 위해 기획됐다. 일반인 관객들은 SNS와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자발적으로 집회 경비를 후원받고 진행 요원을 모집하는 한편 내부 디자인팀을 꾸려 피켓을 제작하기도 했다. 주최 측은 △미투 운동 응원과 지지 △가해자 비판과 처벌 촉구 △피해자 보호 및 재발 방지 대책 요구를 이번 집회의 기조로 삼고 집회를 진행했다.

“공연 보여준다던 예술가는 어디 가고 추악한 성범죄자 무대 위에 서 있는가!” 마로니에 공원에 울려 퍼지는 그들의 외침은 현재 미투 운동으로 드러난 공연예술계 내 성폭행 및 성추행 사건에 대한 문제 해결을 촉구했다. 집회 참가자들은 집회 기조에 맞춰 ‘공연계 성폭력 OUT’ ‘공연계 #ME_TOO 관객이 응원합니다 #WITH_YOU’ ‘피해자들의 용기 있는 폭로를 지지합니다’ 등의 구호가 쓰인 피켓을 통해 자신들의 뜻을 전하기도 했다. 집회 참가자들이 피켓을 들어 올리며 구호를 외치는 사이 시민들의 자유 발언도 이어졌다. 자신을 고등학교 3학년이라고 소개한 한 시민은 “성추행을 당했던 경험이 있어 그것이 얼마나 끔찍한지 잘 알고 있다”며 “연극과 뮤지컬을 통해 아픈 기억을 위로받았는데 연극을 만들어가는 사람들은 위로받지 못하고 있는 현실이 마음 아파 책을 덮고 이 자리에 섰다”고 안타까운 심정을 전했다. 뒤이어 발언대에 선 한 시민은 연극의 한 장면을 인용하며 “죄를 저지른 사람은 벌을 받아야 하고, 약자를 함부로 대해선 안 된다는 당연한 사실이 당연해질 때까지 세상을 시끄럽게 만들겠다”는 의지를 나타내 보이기도 했다.

발언대에 선 시민들뿐만 아니라 집회에 참여한 300여 명(경찰 추산)은 공연계 성폭력에 대해 저마다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시대의 목소리를 대변한다던 연극인들이 약자를 성폭행하는 것을 보고 분노를 느껴 집회에 참가했다”는 배준수 씨(27)는 “약자들의 편에 서겠다는 연극인들이 언행일치의 태도를 보이면 좋겠다”고 말했다. 또한 함께 마로니에 공원을 찾은 이윤정 씨(51), 박지원 씨(25) 모녀는 집회 참가 계기에 대해 “문제 해결을 위해 더 이상 침묵하지 않고 행동에 나섰다”고 설명했다. 이윤정 씨는 “이번 사건은 권력이 특정 소수에만 집중돼 있는 공연 예술계의 구조에서 기인한 것”이라 말해 문화계 성폭력이 단순히 개인의 문제가 아님을 알렸다. 이어 그는 “집회 참가자들의 대부분이 젊은 층인데 386세대까지 문제의식에 공감해 이런 집회에 참가했으면 좋겠다”고 미투 운동과 위드유 집회가 확산되길 바라는 마음도 내비쳤다.

이날 진행된 위드유 집회의 주인공은 단연 공연의 소비자인 관객이었다. 그들은 공연계에 대한 애정을 기반으로 내부의 단체나 협회보다도 먼저 공연계의 성범죄에 대한 분노를 행동으로 보였다. 주최 측은 ‘예술의 근간은 사람이다, 사람을 짓밟는 예술은 없다’는 구호와 함께 성폭력 사실이 드러난 연출가와 배우들의 작품을 보이콧하며 소비자로서 적극적인 태도를 취하기도 했다. 피해자들은 용기를 내 피해 사실을 폭로했고, 관객들은 누구보다 먼저 나서 그 용기를 지지했다. 이제는 그 외침에 사회가 응답할 때다.


사진: 박성민 기자 seongmin41@snu.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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