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부는 인권침해 사건의 은폐를 막고, 피해자의 피해 회복 및 재발을 방지하기 위해 2012년부터 인권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하지만 인권센터가 운영 원칙을 비공개에 부치는 등 폐쇄적으로 업무를 처리한다는 비판이 일며 학생들은 인권센터에 대한 신뢰를 크게 잃었다. 실제로 서울대 온라인 커뮤니티 ‘스누라이프’에선 ‘인권센터가 학생에게 징계 여부를 강제했다’ ‘학생 처벌 및 상담 기구 선정이 불투명하다’는 등의 비판이 제기됐다. 이에 『대학신문』은 학생 사안에 대한 인권센터의 권한과 업무 처리 절차 및 기준을 인권센터에 직접 묻고, 인권센터에 제기되는 각종 의문에 대한 대답을 들어봤다.

◇중재·조정·심의, 인권센터의 업무 처리 절차=학생들이 가장 큰 의문을 품는 부분은 인권센터가 내린 판단이 어느 정도의 구속력을 갖는지에 대한 부분이다. 결론적으로 인권센터의 권한은 최대 ‘징계 요청’까지며 따라서 권고 수준의 효력만을 갖는다. 인권센터는 “일반적으로 피해 학생과 가해 학생 간의 중재 및 조정이 원활히 이뤄지지 않을 경우 징계 요청 여부를 검토할 수 있음을 가해 학생에게 전달한다”며 “인권센터가 직접 학생을 징계하지는 않는다”고 밝혔다.

일반적으로 인권센터의 업무 처리 절차는 피해 학생의 합의 조건을 가해 학생에게 전하는 중재 단계, 중재가 원활히 이뤄지지 않을 경우 인권센터가 직접 개입하는 조정 단계, 사안이 심각하며 조정이 결렬될 경우 이뤄지는 심의 단계로 구성된다. 가해 학생과 피해 학생 간에 합의가 이뤄지면 각종 합의 사항이 담긴 서약서를 작성하고 절차가 종료된다.

첫 단계인 중재 단계는 피해 학생의 신고를 받아 진위 여부를 파악하고, 가해 학생과 피해 학생 간의 합의 조건을 중재하는 단계다. 인권센터는 “피해 학생으로부터 사실관계를 파악한 후 진술이 구체적이고 신빙성이 있을 경우 인권 침해의 소지가 있음을 가해 학생에게 전달하는 단계”라고 말했다. 이어 “중립적인 운영을 위해 가해 학생과 피해 학생 모두를 설득하는데, 일반적으로 피해 학생이 사과와 교육 수준에서 합의를 원하는 경우가 많고 이를 가해 학생이 수용하면 서약이 이뤄진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중재가 원활히 이뤄지지 않을 경우나 사안이 중대하다고 판단될 경우 중재를 거치지 않고 인권센터가 직접 조정에 나서게 된다. 이 과정에서 중재가 결렬될 경우의 업무 처리 절차를 가해 학생에게 통보하는데, 이때 가해 학생에게 징계의 가능성을 언급하게 된다. 인권센터는 “조정 단계에서 센터의 규정과 안내문을 가해 학생에게 전달하며 이후 처리 절차를 설명한다”며 “규정을 설명하면서 사건 판단을 위한 심의가 열려 징계위원회에 회부될 가능성이 있다고 알린다”고 전했다.

마지막으로 심의 단계에서는 조정마저 원활히 이뤄지지 않았을 경우 실제 징계 요청 여부, 징계위원회에 요청할 징계의 수위 등을 변호사 등 외부 전문가와 인권센터가 함께 판단한다. 인권센터는 “외부인사와 함께 사건을 심의하는 것은 객관성을 기하기 위함”이라며 “직접적으로 징계를 결정하는 것은 인권센터가 아닌 징계위원회”라고 말했다.

◇비밀유지의 의무와 운영원칙 공개의 딜레마=한편 인권센터의 신뢰성에 대해 제기되는 각종 의문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인권센터는 적극적인 해명을 내놓지 않고 있다. 특히 스누라이프에선 인권센터의 안일한 대응을 두고 비판적인 여론이 형성되고 있다. 이에 인권센터는 상담 기관을 공개하거나 개별 사건에 대해 해명하면 가해 및 피해 학생이 특정될 수 있기 때문에 공개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밝혔다. 또한 업무 처리 절차의 경우 개별 사건의 특수성이 커 통일적인 세칙을 마련하기 어렵기 때문에 포괄적인 수준의 규정으로 운영하고 있다고 알렸다.

인권센터, 가이드라인 마련에 대해

“구체적 기준이 오히려 판단 방해”

객관성 위해 외부인사와 사건 심의

인권센터는 운영원칙 공개에 대한 요구와 비밀 유지 의무라는 두 목표 중 비밀 유지 의무에 방점을 둔 운영 원칙을 고수하고 있다. 인권센터는 “사건이 인권센터에 회부된 것만으로도 이미 공동체 내에서 가해 학생과 피해 학생이 특정되는 경우가 많다”며 “특정한 사건에 대해 공개하는 것은 그들의 일상으로의 복귀를 저해한다”고 밝혔다.

한편 인권센터는 사건 처리에 지나치게 상세한 가이드라인을 설정함으로써 오히려 사건 처리의 유연성이 저해될 것을 염려해 포괄적인 규정을 기반으로 운영되고 있다. 인권센터는 “실제로 개별 업무 단계에서의 세칙 제정을 검토한 적이 있으나, 사건별 특수성이 워낙 커 오히려 사건 처리가 불합리하게 이뤄질 수 있다고 판단했다”고 입장을 밝혔다. 이어 인권센터는 “몇 년 전만 해도 묵인됐을 법한 일들이 오늘날엔 인권 침해 사례로 여겨지는 경우가 매우 많다”며 “인권 문제의 경우 어떤 기준을 함부로 정하는 것이 오히려 다양한 사건들에 대한 판단을 저해한다”고 밝혔다.

◇신뢰와 비밀유지,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으려면?=그럼에도 불구하고 인권센터가 받고 있는 학생 사회의 비난과 불신에 귀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신뢰 받지 못하는 기관은 이용자들로부터 외면받기 때문이다. 인권센터 역시 이 점을 인지하고 있다. 인권센터는 “조금이라도 투명성을 제고하고자 학생대표의 공식 질의서에 응답하는 등의 방안을 검토했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인권센터가 비밀 유지 의무를 지키면서 신뢰를 회복할 수 있는 방법은 정말 없는 것일까. 연세대 인권센터는 상담절차뿐 아니라 가해 학생의 자비 부담 원칙 등 처벌 시의 세칙에 대해서도 명확히 규정함으로써 혼란을 줄이고 있다. 이같은 변화가 어렵다면 최소한 ‘중재’ ‘조정’ 등 절차의 명칭만으로는 그 처리 방식을 명확히 이해하기 힘든 부분들을 보다 상세하게 부연해 홈페이지에 명시하는 방법을 고려할 수 있다. 중앙대 인권센터의 경우 홈페이지에 중재 절차에 대한 부연 설명, 중재 시 이뤄질 수 있는 처벌의 사례를 구체적으로 명시하는 등의 방법으로 학생들의 혼란을 줄이고 있다.

한편 총학생회는 인권센터의 필요성을 인정하면서도 한편으로는 구조적 개혁의 필요성 역시 역설했다. 제60대 총학생회 「파랑」은 선거운동 당시 선거운동본부 정책자료집을 통해 학생의 참여 비중 확대를 골자로 하는 ‘서울대학교 인권센터 구조 개선’ 공약을 내세웠다. 「파랑」은 본부와 인권센터의 경계를 명확히 하고, 징계위원회에 학생 투표권을 요구하는 등의 방안을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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