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성 강사
체육교육과

등산 인구 1,800만 시대! 등산이 국민 레저로 인기가 높아지면서 최고의 지성이 모인 서울대에서도 2009년부터 공교육으로 등산을 가르치는 ‘산과 인생’ 강좌가 시작됐다. 이 강의는 체계적인 등산이론을 배우고 다양한 체험을 하기 위해 평소에 접하기 어려운 야외활동을 하면서 자연에 대한 시야를 넓힐 수 있는 체육과학 융합 교과목이다.

‘등산을 통해 어떻게 ‘너와 나’가 아닌 ‘우리’란 마음을 심어줄 수 있을까’하는 의문점을 갖고 두려움 반, 설렘 반으로 시작되는 한 학기는 총 15주 동안 여러 분야의 교수님들과 팀티칭 이론교육을 통해 이뤄진다. 일반 등산교육은 삼성산 종주 산행, 관악산 독도법 산행, 북한산 종주 산행, 도봉산 1박 2일 야영산행, 조별 산행 등으로 진행된다. 인공암장에서 스포츠클라이밍을 체험할 수 있는 모험등산교육과 산악계 유명 인사를 직접 만날 수 있는 기회도 제공해 전문가의 다양한 경험과 흥미로운 체험을 접할 수 있으며, 복잡한 이론교육보다 실전에 초점을 맞춰 강의한다.

난 히말라야 고산 등반, 유럽 알프스, 중앙아시아, 북미, 남미지역을 등반한 숙련된 전문산악인이자 등산지식과 기술을 습득한 산악행정가로서 이 수업에 참여하게 됐다. 수업에서 학생들과 함께 산행을 하면서 강조하는 점은 ‘혼자 가면 빨리 갈 수 있지만 함께 가면 멀리 갈 수 있다’는 것이다. 대학에 들어가기 위해서 선의의 경쟁을 할 수밖에 없었던 학생들에게 산이라는 열린 교육의 장을 통해 자연을 접하며 호연지기를 기르고 리더십보다 중요한 멤버십을 키울 수 있는 기회를 주고 싶은 것이다. 산을 오르며 함께하는 단체생활은 주입식 교육과 경쟁에 익숙한 학생들을 서로 이끌어주고 도우며 함께 목적지에 오르도록 변화시킨다. 학생들은 스스로 산을 오르는 성취감뿐만 아니라 자신에 대한 겸손과 타인에 대한 배려심을 배우고 성장하는 모습을 보여주게 된다. 비로소 등산을 통해 인생을 배우고 느끼는 것이다.

자연을 접하며 재충전과 기분 전환도 할 수 있기에 이 강의는 학업 스트레스가 만만치 않은 학생들에게 적격인 과목이다. 또한 체험 위주기 때문에 실기에 시간을 많이 투자해야 하고 적극적으로 참여해야 하다 보니, 다른 교양강의에 비해 스스로 느끼고 배우는 점이 많다는 의견이 많다. 이런 이유로 ‘산과 인생’을 들었던 학생들이 친구나 후배들에게 수강을 적극 권유하는 강좌가 됐다.

2014년엔 지금껏 ‘산과 인생’을 수강했던 학생들을 위해 네팔 안나푸르나 트레킹을 추진했다. 4,200m 높이의 안나푸르나 베이스캠프까지의 히말라야 트레킹을 통해 크고 넓은 대자연의 위대함을 깨닫고 어떤 고난에도 포기하지 않는 도전정신을 체험하게 했다. 트레킹에 참가한 학생들이 준비한 물품과 기부금을 네팔 현지 학교에 전달하면서, 우리 입장에선 작은 것을 준비한 것인데도 기뻐하는 네팔의 아이들을 보며 받는 것보다 나누는 것에서 오는 즐거움과 감사함을 몸소 느끼는 계기가 됐다. 포근하게 감싸는 히말라야 여신의 품처럼 이 강의를 듣는 학생들이 주변에 나누고 또 감사하는 마음을 배운다면 좀 더 따듯하고 풍요로운 마음을 품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인생에 있어 포기하는 것이 가장 쉬운 길이라고 말한다.’ 나는 학생들과 쉽지 않은 어려운 산행을 함께 가려고 한다. 그들이 결코 포기하지 않을 것임을 알기에 학생들에게 교실에서 배우는 것보다 세상 밖에서 훨씬 많은 것을 느낄 수 있는 기회를 주려 한다. 다음 주 수업인 삼성산 종주 산행이 벌써 기대된다. 매 학기 초 동일하게 귓가에 맴도는 소리, ‘교수님 이건 일반등산이 아닌 것 같은데요. 모험등산 아닌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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