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성폭력 피해를 고발하는 ‘미투 운동’이 우리 사회 전반으로 퍼지고 있다. 지난달 24일 서울대 온라인 커뮤니티 ‘스누라이프’에도 한 미대 교수에게 상습적인 성추행을 당했다고 폭로하는 게시글이 올라왔고, 이후 다른 학생들의 추가 폭로가 이어지면서 파문이 일고 있다. 또 지난 8일(목)에는 서울대학교병원 교수들이 한 동료 교수가 간호사와 지도 학생, 전공의에게 성희롱과 부적절한 성적 행위를 반복했다는 내용의 내부 보고서를 언론에 공개했고, 해당 교수가 이를 반박하면서 진실공방으로 이어지는 형국이다. 두 사건에 대한 엄정한 조사가 이뤄져야 하는 것은 물론이고, 교원에 의한 성폭력 예방 및 처벌을 위한 학내 규정을 재검토하고 미비한 점을 조속히 보완해야 한다.

학생의 입장에서 교수는 학점, 논문 심사, 학계의 평판 등에 지대한 영향력을 미치는 존재다. 교수와 학생 관계의 본질이 권력 관계는 아니라고 하더라도 이같은 측면이 상당히 존재한다는 점은 부인할 수 없다. 앞서 언급한 사례의 게시글에 ‘당한 희생자가 수도 없지만 좁은 바닥이기에 제대로 나서는 사람이 없었다’는 대목이 이 지점을 잘 보여준다. 피해자가 피해 사실을 밝히는 것이 애초에 매우 어려울 뿐 아니라, 사후에 확실한 조사와 징계가 보장되지 않는 상황이라면 신고와 함께 2차 피해를 걱정할 수밖에 없는 상황인 것이다. 국회 박경미 의원이 밝힌 ‘2013년부터 2016년 6월까지 전국 대학교원 성범죄 징계 현황’ 자료에 따르면, 성범죄로 징계를 받은 교수 중 40%가 다시 강단에 선 것으로 드러났다. 서울대 또한 지난해 학생들의 신고로 사회대 한 모 교수가 폭언 및 성추행을 저질렀다는 사실이 밝혀졌음에도 인권센터로부터 정직 3개월의 징계 권고를 받아 큰 논란이 된 바 있다.

현재 서울대의 경우 교원징계위원회 구성과 성폭력 사건에 대한 징계 요청에 대한 내용이 ‘서울대학교 정관’과 ‘서울대학교 인권센터 규정’에 각각 적시되어 있지만, 그 외 징계의 종류, 양정, 절차 등에 대해선 ‘사립학교법’을 준용하고 있다. 그러나 그나마 존재하는 규정마저 실효성이 부족하다는 의견이 많다. 징계위원회의 경우 교수 10명으로 구성되기 때문에 동료 교수들의 가해 교수 감싼기 의혹이 발생할 수도 있다. 성폭력 사건의 경우엔 현재 인권센터가 징계 사유와 수위에 관한 권고안을 제출하고 있지만, 결국 징계위원회의 결정은 ‘사립학교법’을 준용하고 있기에 학내 구성원들이 수용할 만한 정도의 처분이 이뤄지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2014년의 자연대 강 모 교수, 경영대 박 모 교수, 치의학대학원 박 모 교수, 지난해 사회대 한 모 교수와 공대 이 모 교수 등의 사례를 볼 때, 서울대에서도 수면 위로 드러난 것만 꼽더라도 교원에 의한 성폭력은 결코 낮은 빈도로 일어났다고 말할 수 없다. 하지만 이를 근절하기 위한 학교 차원의 노력이 충분했는지는 의문이다. 단호하고 실효성 있는 처벌 규정에 더해 예방과 피해자 보호를 위한 종합적인 대책 마련에 본부를 비롯한 학내 구성원 전체의 지혜를 모아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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