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 | 최근 노동환경 변화의 의의와 한계를 살펴보다

최근 우리나라 노동시장은 제도적인 측면에서 많은 변화를 겪었다. 작년에는 ‘공공부문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가이드라인’이 발표돼 2020년까지 20만 5,000명의 공공부문 비정규직이 정규직으로 전환될 예정이다. 올해엔 최저임금이 16.3% 인상되며 이전보다 그 인상폭이 크게 상승했는데, 이는 2020년까지 최저임금을 시간당 1만원으로 올리겠다는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한편, 국회는 지난달 28일 주당 법정 근로시간을 68시간에서 52시간으로 단축하는 내용의 ‘근로기준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대학신문』은 최근 우리나라 노동시장에 일어난 변화에 주목해 최저임금 인상과 주당 근로시간 단축, 그리고 공공부문 비정규직의 정규직화가 대한민국 경제에 미칠 영향을 살펴보고, 그 사회적 함의와 한계점을 짚어본다.

대폭 인상된 최저임금, 누구를 위한 7,530원인가

문재인 대통령은 후보 시절 2020년까지 최저임금을 시간당 1만원으로 인상하겠다는 공약을 내걸었는데, 2017년 최저시급인 6,470원을 기준으로 이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선 매년 15%의 임금 인상이 필요하다. 정부는 이에 따라 2018년도 최저임금을 전년 대비 16.4%인 1,060원을 인상했다. 최저임금 인상을 통해 소비를 활성화하고 경기를 회복시킨다는 취지였다. 하지만 일각에선 최저임금의 대폭 인상이 오히려 고용 불안정을 일으켜 소비를 위축시킨다는 비판과 함께, 현행 최저임금제도에서 제외된 상여금과 수당을 포함해야 한다는 우려도 제기됐다.

이번 최저임금 인상은 1999년의 18.8%와 2000년의 16.6%에 이어 세 번째로 높은 인상률을 보였다. 이로 인해 전체 임금 노동자의 약 24%가 직접적인 임금 인상 혜택을 누리게 되면서 소득 불평등이 줄어들고 소득주도 성장의 토대가 마련될 것이라는 기대가 모아졌다. 그렇지만 최저임금 인상으로 기업이 큰 타격을 입을 수 있다는 우려도 크다. 과거에는 최저임금이 큰 폭으로 올라도 한국이 상대적으로 저임금 국가라 임금 인상 명분이 충분했으며 그 인상분을 국내 경제가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이었지만, 2015년 기준으로 한국의 실질 최저임금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가운데 5위에 이를 만큼 높은 수준이기 때문에 경제에 비교적 큰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것이다. A교수(경제학과)는 “최저임금이 인상돼 저임금 노동자들을 주로 고용하는 기업의 부담이 커지면서 저임금 노동자들의 고용 불안이 심화됐다”고 지적했다.

통계청이 발표한 2월 고용 동향에 따르면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고용 감소 효과가 유의미하게 나타나진 않았지만 아직 정책의 영향을 정확히 분석하기엔 이르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평가다. 하지만 김성희 교수(고려대 경제학과)는 이론적으로 최저임금 인상이 저임금 노동자의 실질임금 증가에 분명한 효과를 가져온다고 강조했다. 김성희 교수는 “이제까지의 모든 연구 결과를 종합해보면 최저임금 인상이 고용감소를 불러온다는 명제는 입증되지 않았다”며 “임금증가로 인한 소득 증가 효과와 고용 감소로 인한 소득 감소 효과를 비교했을 때, 고용 감소의 효과는 아직 제대로 밝혀지지 않았지만 거의 모든 연구에서 소득증가 효과가 관찰된다”고 설명했다. ‘복지국가 소사이어티’ 이상이 공동대표도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소비의 위축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주장한다. 이 대표는 “설사 일부 저소득층의 고용 감소가 일어난다고 하더라도 정부가 연간 3조 원의 안정 자금을 투입해 저소득층의 고용 감소 효과를 예방할 계획이기 때문에 큰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편, 최저임금위원회는 상여금을 비롯해 연장·야간·휴일 근로수당 등을 최저임금에 포함해야 하는지에 대한 산입범위 개편안 논의를 진행해왔다. 하지만 지난 6일(화)부터 7일 새벽까지 이어진 최저임금 제도개선 소위원회에서 합의 도출에 실패하면서 최종 결정은 국회로 넘어갔다. A교수는 “현재 최저임금은 매달 정기적이고 일률적으로 지급되는 기본급과 직무·직책수당 등 고정수당만 포함된다”면서 “상여금과 같은 기타소득을 최저임금에 포함시키는지 여부가 실질 소득에 큰 영향을 미친다”며 이 문제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소위원회 회의에서 경영계는 최저임금에 포함된 항목이 지나치게 제한적이기 때문에 상여금과 각종 수당이 포함돼야 한다는 입장을 견지한 반면, 노동계는 최저임금에 상여금이 포함된다면 임금 인상 효과가 무력화될 것이라는 주장으로 맞섰다. 김성희 교수는 “상여금을 산입 범위에 포함하면 직전 3년보다 7% 정도, 직전 5년보다 9% 정도 임금이 오른 효과가 상당히 줄어들 것”이라며 “이 문제는 우선 최저임금을 연속적으로 계속 높여나간 후에 고려해야 할 사안”이라고 주장했다.

이런 우려들로 인해 최저임금 인상을 일괄적으로 적용하는 현행 제도에 대한 개선의 목소리가 높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입장문에서 ‘업종별, 지역별로 근무 강도, 생계비 수준, 기업의 지급능력 등에 상당한 차이가 있는데도 모든 업종과 지역에 단일한 최저임금을 적용하는 것도 불합리하다’며 ‘이런 제도 개선 없이는 가뜩이나 어려운 영세·중소기업, 소상공인이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부담까지 떠안아야 할 처지’라고 지적했다. 이상이 대표는 “산업 분야별 인상폭의 차등화는 설득력 있는 주장이지만 지역별 차등화에는 동의할 수 없다”며 “지방의 최저임금 상승폭 완화는 균형 개발과 역행하는 대도시 집중 현상을 유발할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산업 분야별 차등화의 주요 논거는 임금 인상에 따른 생산성의 향상 정도가 분야별로 다르기 때문이다. 요식업이나 숙박업을 비롯한 서비스 분야는 여타 다른 산업 분야에 비해 생산성 향상이 어렵기 때문에 동일한 임금 인상폭이 내수 전반에 적용될 경우 서비스업은 비교적 심각한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 이에 대해 이상이 대표는 “이번 노동시간 감축과 같이 3~5년 정도의 적응 기간을 통해 단계적으로 시행됐더라면 서비스업계의 반발이 이렇게 심하지는 않았을 것”이라면서 정부에 더욱 세심한 정책 시행을 주문했다.

법정 근로시간 단축, 줄어드는 건 과로인가 임금인가

한편, 지난달 28일 국회에서 주당 법정 근로시간을 68시간에서 52시간으로 단축하는 내용의 근로기준법 개정안이 통과됐다. 법정 근로시간 단축 역시 문 대통령의 후보 시절 핵심 공약 중 하나였다. 근로시간 단축과 함께 휴일근무수당은 현행대로 통상임금의 150%를 지급하며, 공무원 및 공공기관 직원들에게만 적용되던 법정 공휴일 유급휴무 제도는 민간에까지 확대된다. 다만 주당 근로시간 단축이 불러올 시장 충격을 완화하기 위해 기업의 규모별로 적용 시기에 차등을 두기로 했다. 300인 이상의 기업은 오는 7월 1일부터 ‘주당 근로시간 52시간’이 적용되는 반면 50~99인 기업과 5~49인 기업은 각각 2020년 1월 1일, 2021년 7월 1일부터 근로시간이 단축되며, 30인 미만 기업에 대해선 2022년 12월 31일까지 특별연장근로 8시간이 추가로 허용된다. 이런 법적 장치가 마련된 배경으론 우리나라가 가진 심각한 수준의 장시간 노동 문제가 꼽힌다. 이상이 대표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통계자료를 보면 1인당 연평균 근로시간이 2,113시간으로, 35개 OECD 회원국 평균(1,766시간)보다 20%가량 길다”며 “매년 300명이 넘게 과로사하고, 졸음운전으로 인한 대형사고도 끊이질 않을 만큼 우리나라의 과로 문제가 심각하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연장 근로가 줄어들면서 노동자들의 총임금이 하락함과 동시에 기업이 직원을 더 뽑아야 해 과도한 인건비 부담을 안게 된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특히 법정 근로시간 단축의 여파가 비정규직과 중소기업에 더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그 피해는 저임금 노동자들에게 특히 막심할 것으로 예상된다. A교수는 “정규직과 대기업에선 이미 52시간 근로가 일반적으로 정착돼있다”며 “반면 상대적으로 저임금에 시달리는 비정규직과 선호도가 낮은 중소기업은 근로시간 단축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국회 예산정책처가 연장근로시간 제한 적용을 받는 전체 노동자 가운데 ‘주 52시간 초과 근로자의 월급여감소액’을 분석한 결과 평균 37만 7,000원이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정규직은 월급 감소율이 10.5%에 그칠 것으로 예측된 반면, 비정규직의 월급여 감소율은 17.3%까지 치솟았다. 더욱이 중소기업은 근로시간이 줄어들면서 기존에 겪던 인력난이 더욱 심화될 위기에 처해있다. 생산성을 높일만한 재정 확보가 어렵고, 사업장 특성상 기계보다는 사람의 노동력을 필요로 하는 경우가 빈번하기 때문이다. 이상이 대표는 “이런 환경 때문에 노동 시간이 52시간으로 줄어들면 사업장 규모가 작은 기업은 도산의 위험에 놓이게 된다”며 “범법자가 되지 않기 위해 사업 규모를 크게 줄여야 하는 국가적 손실이 발생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런 비용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대안으로 사회적 비용분담 구조가 제시되고 있다. 김상우 국회 예산정책처 경제분석관은 정책 브리핑에서 ‘연장근로시간 제한에 따라 근로자들의 임금 수준 저하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며 기업과 정부에 보완책 마련을 주문했다. 기업은 생산성 향상을 통한 임금 인상으로 근로시간 단축에 따른 노동자들의 임금수입 감소를 완화시키고, 정부는 근로시간 단축을 위해 인센티브 등 지원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는 것이다. 김성희 교수는 “기업이 노동시간의 밀도를 높이거나, 휴게시간 등을 줄여 노동시간을 늘리는 방향으로 해당 정책을 피해 갈 수도 있다”며 “이런 방식은 기업에 추가 비용을 발생시키지는 않겠지만 본래 정책이 추구하는 본질과 부합하지 않는 만큼 추가 고용으로 인한 기업의 비용을 사회 전체가 분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즉, 줄어든 노동시간 만큼 추가고용이 발생한다면 이는 신규고용 창출과 단기간에 걸친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이라는 점에서 사회적으로 바람직한 결과이기 때문에 정부의 지원책과 더불어 노동자와 기업이 공동선을 위해 비용을 분담해야 한다는 것이다.

무기계약직까지 담은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고용노동부는 853개 전 공공기관을 대상으로 비정규직 현황, 잠정 전환 규모 등에 대한 실태조사를 실시하고 이를 바탕으로 작년 7월 ‘공공부문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 가이드라인’을 발표했다. 정부는 이 계획에 따라 2020년까지 상시적, 지속적 업무에 종사하는 공공부문 비정규직 20만 5,000명을 정규직으로 전환하고, 이 가운데 7만 4,000명은 연내에 전환을 완료할 예정이다. 이성기 고용노동부 차관은 정부 브리핑에서 ‘정규직을 채용할 수 있는 업무에도 비정규직을 남용하고 이를 방관하는 잘못된 고용 관행은 반드시 바로잡아야 한다’며 ‘사회 양극화 완화와 노동존중사회 구현이라는 시대적 과제 앞에서 노사가 모두 힘을 보태주시길 간곡히 당부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가이드라인의 시행 여부를 기관의 자율에 맡겼다는 점에서 그 실효성에 대한 의문이 제기된다. 물론 실제 기관평가에 공공부문 정규직화 지표가 반영됨으로써 어느 정도의 구속력은 가지지만 여전히 부족하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공공부문 정규직 전환 시도는 그동안 ‘중규직’이라는 오명에서 벗어나지 못한 무기계약직에 초점을 맞췄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는 게 대체적인 평가다. 김성희 교수는 “그간 처우 개선이나 근속에 따른 임금인상 수준이 비정규직과 다를 바 없었음에도 정규직 전환 논의에서 소외됐던 무기계약직의 정규직 전환을 담았다는 점에서 큰 의미를 가진다”면서도 “무기계약직의 정규직 전환이 처우 개선과 신분보장 측면에서 한계가 있는 자회사로의 고용으로 귀결되는 경향이 있다”는 한계점을 지적했다.

문재인 정부가 내세운 노동 정책은 노동존중 사회의 기치를 내세운 것으로 기존의 기업 편향적, 재벌 의존적 성장전략과 정책 관행에서 벗어난 과감한 선택이라고 평가받는다. 김성희 교수는 “21세기 신분제와도 같은 불안정한 고용의 덫에서 벗어날 수 없고 인격적 차별까지 감수해야 하는 ‘구조화된 차별 관행’은 양극화된 대한민국 사회의 비극을 예고하고 있었다”며 “문재인 정부가 최저임금을 획기적으로 인상하고 근로시간을 정상화한 것은 양극화를 해소할 계기를 형성하는 실마리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런 변화들이 ‘노동존중사회의 실현’과 맞닿아 모든 노동자가 사람다운 삶을 살 수 있는 사회로 나아가는 첫 단추가 되길 기대해본다.

삽화: 손지윤 기자 unoni0310@snu.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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