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성회 이사 아니면 결정권 행사 못해

∇기성회가 형식적으로 운영되고 있다?=이번에 공개된 회의록에 따르면 02학년도 기성회비 책정 당시 이사들은 일정 범위 내에서 총장에게 결정권을 위임했다. 신입생은 20%, 재학생은 한자리 인상률을 유지하자는 당시 이기준 총장의 의견에 전원 찬성했기 때문이다. 당시 이 전총장은 2010년까지 현재의 4배에 달하는 1조원 가량의 예산을 확보하기 위해, 신입생의 등록금을 사립대의 75% 수준까지 연차적으로 올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사회가 결정권을 총장에게 위임한 결과, 당해연도 등록금은 신입생 15%, 재학생 9% 가량 인상됐다.


정 총장이 취임한 이후 이루어진 03년도 기성회비 책정 과정 역시 비슷했다. 신입생 9.5%, 재학생 7%를 인상하자는 본부의 안에 대해 제시된 의견은 ‘작년도에 비해 등록금 인상률이 낮은 것 같다’는 요지의 것이었고, 이에 대해 “최근 몇 년간 높은 등록금 인상률로 인한 갈등도 있었고, 제안된 인상률로도 계획대로 사업을 진행할 수 있다”는 본부의 해명이 이어졌다. 그 후 인상안과 관련한 별다른 의견제시 없이 본부의 안이 승인됐다. 이와 같이 기성회가 본부의 안에 거의 동의하고 있다는 점이 문제로 지적된다.


또 이사회의 성립을 위해서는 과반수 이상의 위원들이 참석해야 하지만, 많은 이사들이 위임장을 제출해 출석을 대신하고 있다. 2002~3년 사이 8차례의 회의 중 신임 이사들을 선출하는 2차례의 회의를 제외하면, 대부분의 경우 위임률이 30% 이상이었으며, 과반수 이상인 13명이 위임장을 제출한 경우도 있었다.

회의시기

출석 처리된 임원들의 위임비율*

2002.1

47.6%

2002.2

41.2%

2002.3**

0%

2002.7

0%

2003.1

54.2%

2003.2

33.4%

2003.5①

27.8%

2003.5②***

0%

표1: 기성회 임원들의 위임율
*:위임한 임원수/위함한 임원수 + 실제로 참석한 인원수
**, ***: '02, '03년도 기성회 임원 구성 회의

∇기성회 임원들이 전체 학부형을 대표하지 못한다?=‘서울대학교기성회규약’에 따르면 기성회의 회원은 학교에 재적하는 학생의 보호자로 하고 그 대표자인 임원, 즉 이사회의 구성원은 원칙적으로 총회에서 선출하도록 돼 있다. 그러나 모든 학부모들의 과반수가 넘게 모여야 하는 총회가 현실적으로 성립되기 어렵기 때문에, 기성회 규약은 최초의 총회 이후로는 이사회가 총회를 대신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 규약을 근거로 현 기성회의 운영은 모두 이사회를 통해 이루어지고 있고, 후임 이사의 선출 역시 기존의 이사회에서 이루어지고 있다.


기성회 이사회를 구성하고 있는 이사들의 대표성에 대해 논란이 일고 있다. 이번에 공개된 회의록에 따르면, 02년 이사들의 직업 구성 비율은 기업 임원 81.8%, 의사 13.6%, 법조인 4.6%이며, 03년은 기업 임원 77.3%, 의사 9.1%, 법조인 4.6%이다. 회의록에서 기성회비 인상에 대한 이사들의 우려는 찾아보기 어렵다. 즉, 기성회비 인상으로 인한 어려움을 피부로 느끼는 계층의 목소리가 전혀 반영되지 않은 채 기성회비가 책정되고 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기획실장 유근배 교수는 “학교에 관심이 많고, 기성회 운영에 참여해 주실 만큼 물질적·시간적 여유가 있는 분들로 이사회가 구성된 것”이라고 말했다.
이사회가 기성회의 운영을 전담하고 후임 이사까지 결정해, 이사회에 참석하지 못하는 학부모들의 의견이 반영되지 못하고 있다는 점 역시 문제다. 원칙적으로는 모든 학부모가 기성회의 회원이지만, 단과대의 추천을 받지 못하면 결정권을 행사할 수 없는 것이다. 실제로 학부모들은 기성회에 이사회가 있다는 사실도 모르고 있는 경우가 많다.


주경철 교수(서양사학과)는 이에 대해 “기성회는 국가지원이 부족해서 어쩔 수 없이 생긴 필요악”이라고 말한다.

 

2002년

2003년

기업 임원

81.8%

77.3%

의사

13.6%

9.1%

법조인

4.6%

4.6%

기타

0%

9%

표2: 기성회 임원들의 직업 비율(당연직 이사 2명을 제외한 총 22명)

 

전년도 임원들의 유임율

2002년

63.6%

2003년

36.4%

표3: 기성회 임원들의 유임률


∇기성회 운영에 학생이 참여할 수 없다?=
본부는 정 총장 취임 이후 ‘교육환경개선협의회’(교개협)를 신설하고 학생들의 의견을 수렴하는 창구를 마련했다. 그러나 학생들의 의견이 기성회 운영에 반영되지 않고 있다는 지적은 계속되고 있다. 

 작년 총장실 점거 사태를 풀면서 본부는 학생들과의 합의문에서 ‘기성회 이사회에서 학생대표의 참여를 통하여 의사개진 기회를 부여하도록 적극 노력한다’고 명시했으나 이후의 기성회 이사회에서는 “교육환경개선협의회를 통해서 재정위원회, 기성회이사회 등에 보고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며 학생들을 직접 이사회에 참여시키지 않는 안이 제시됐다. 또 03년 기성회비 세입·세출(안)을 심의하는 이사회에서 한 이사가 “기성회는 학생들의 교육을 위한 것이므로 학생들의 의견 수렴에 적극적이고 다각적인 접근이 필요하다”고 말하자 본부 측은 “교개협을 통해 학생들의 의견을 수렴하고 있다”고 답했다. 그러나 사전에 열린 교개협에서 총학은 본부의 세입·세출(안)에 반대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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