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 | 우리나라 고독사 실태와 해결방안을 점검하다

그 누구도 헤아려주지 않는 죽음이 있다. 외롭고(孤) 또 외로운(獨) 죽음, 바로 ‘고독사’(孤獨死)다. 홀로 죽음을 맞이하고 수일이 지나 부패한 후에야 발견되는 이들이 3만 명을 넘은 지 오래일 만큼, 고독사는 더는 남의 이야기가 아니다. 서울시의 고독사 실태조사에 따르면 서울에서만 고독사 확실 사례는 이틀에 한 건, 의심사례는 하루에 여섯 건꼴로 발생한다. 천만 시민이 살아가는 도시에서 하루 6명 정도가 자신의 죽음에 슬퍼하며 울어주는 이 없이 세상을 떠나는 것이다.

세계 1위를 달리는 한국 노인 빈곤율, 그리고 급증하는 1인 노인가구 추세를 고려하면 이런 고독사가 노년층에 국한된 문제라고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한국 사회에서 고독사는 60대 이상의 노년층보다 4~50대 후반의 중장년층에서, 여성보단 남성에서 월등히 높게 나타난다. 실제로 서울시의 ‘고독사 실태 파악 및 지원방안 연구’에 따르면 45~64세까지의 중장년층의 고독사가 전체의 62%를 차지하며, 남성이 전체의 85%를 차지한다. 우리보다 앞서 고독사 문제를 마주한 그 어떤 나라에서도 유례를 찾아볼 수 없는 독특한 양상이다. 서울시복지재단의 송인주 연구위원은 “일본과 서구의 경우 은퇴 후 가족과 사회로부터 고립된 노인의 죽음이 일반적”이라며 “그러나 우리나라는 45세에서 64세까지의 중장년층에서 고독사가 월등히 높게 나타난다”고 설명했다.

사인(死因): 무엇이 그들을 벼랑 끝으로 내모는가?

전문가들은 고독사의 원인을 한 가지로 진단할 수 없다고 말한다. 실제로 고독사는 학계에서 공식적으로 정의된 용어가 아닌 언론에서 편의상 정의한 용어에 불과하다. 2000년대 이후 꾸준히 화두에 오르고 있음에도 고독사는 아직까지 무연고사와 혼용되고 있으며 이에 따라 구체적인 통계가 없어 원인 진단도 어렵다.

그러나 고독사 사이에 어떤 유사성은 발견할 수 있다. 송인주 연구위원은 “조기퇴직, 실업 등 일자리 안정성의 문제로 빚어지는 경제적 문제와 사회적 관계의 단절, 부채 및 질병의 만성화로 인한 가족과의 분리 및 은둔생활이 마침내 죽음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며 관계의 단절에서 비롯된 죽음은 사회적 요인과 개인적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라는 점을 시사했다. 송인주 연구위원은 “고립된 사람은 외부에 도움을 요청하기 더 어렵다”며 “1인 가구가 증가하며 가족이라는 일차적 안전망이 해체됐고, 많은 개인이 고립되면서 고독사의 위험이 커졌다”고 진단했다. 개인주의와 익명성이 가득한 환경에서 타인과 단절되는 일련의 과정이 누군가를 쓸쓸한 죽음으로 내몰고 있는 것이다.

4~50대 남성에 집중되는 고독사 문제에 대해 이봉주 교수(사회복지학과)는 “우리나라 가족 규범과 가족 관계 문화가 변화하는 과정에서 가족 해체가 일어남에 따라 과거 가부장적 지위를 가지고 있던 남성이 불안정한 근로 여건으로 경제적인 어려움에 처하는 동시에 가족과 지역으로부터 소외됐다”며 “이런 우리나라 노동시장 전반의 근로 여건과 심리 및 정서적인 빈곤 상태 등이 종합적으로 얽혀 고독사의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분석했다. 그는 “이를 독거노인 문제를 다루는 관점으로만 접근한다면 고독사 문제를 해결하기에 한계가 있을 것”이라며 다각도에서 고독사 문제를 바라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오랜 기간 우리나라 문화의 바탕을 이뤄온 가부장적 문화와 교육제도에서 고독사의 원인을 찾는 시도도 있다. ‘시니어희망공동체’(구 ‘한국1인가구연합’)의 송영신 대표는 “가부장적 문화와 교육제도 아래서 남성은 도움을 주는 주체로서 정체성과 자긍심, 또는 남성다움으로 존중받는 인식 체계를 가지고 있었다”며 “따라서 가족해체, 실직, 사업부도 등 경제적 파탄의 경우 타인의 도움을 거부하는 은둔형 외톨이가 될 확률이 매우 높지만, 이들을 위한 맞춤형 복지제도를 찾아보기 힘들다”고 지적했다. 고독사는 단순하게 혹은 우연하게 유발된 죽음이 아닌, 문화적 배경과 사회적 상황이 복합적으로 얽혀 만들어진 결과물인 것이다.

강서구 공항동의 고독사 현장에 출동한 특수청소업체 ‘크린키퍼스’가 청소 전 찍은 사진.
사진제공: 크린키퍼스

사인(Sign): 어떻게 그들의 신호를 알아챌 것인가?

홀로 삶의 종지부를 찍는 이들이 늘어난 가운데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는 독거노인 가구 전수조사부터 돌봄 사업까지 여러 공적 제도를 통해 사회적 연결 고리를 형성하고, 노년 및 중장년 1인 가구들이 사회로부터 단절되지 않도록 하기 위한 여러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서울시는 지난해 1인 고립가구 발굴 사업을 추진해 금천구 가산동, 관악구 대학동 등 1인 가구 거주 비율이 높은 지역을 중심으로 취약계층이 사회와 단절되지 않도록 관심을 기울여 왔다. 송인주 연구위원은 “동네에 오랜 기간 살아온 주민들의 주변관계망을 활용해 주민 간 관심을 증대시키는 효과를 낳을 수 있다”며 사업의 핵심 요소인 지역 중심의 주민 안전망 확충에 대해선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고립된 가구를 방문하고 안부를 확인하는 것만으로는 장기적인 성과를 내기 어렵다”며 “지속적인 동기 유발과 공간과 활동을 연계한 커뮤니티 사업이 이뤄져야 한다”고 당부했다.

부산시 역시 독거노인 가구의 안부를 확인하기 위한 사업을 추진 중이다. 부산시 독거노인종합지원센터는 ‘홀로 계신 부모님 안부 안심 전화서비스’ 시범 사업에 나섰다. 배대붕 사회복지사는 “서비스를 신청한 보호자와 대상자 간 연락이 갑작스럽게 두절되는 경우 도움을 주고 있다”며 “보호자가 외지에 있어 시간이 지체되면서 발생할 수 있는 고독사 같은 문제를 개선할 수 있다”고 말했다. 덧붙여 그는 “전화 서비스를 통해 가족 간 연락이 원활히 이뤄질 수 있다”며 가족이라는 가장 기본적인 안전망이 회복될 가능성을 내비쳤다. 이에 대해 송영신 대표는 “수요자가 정말 어떤 문제를 안고 있는지, 어떤 욕구를 가지고 있는지에 대한 조사와 관찰, 분석이 요구된다”며 이같은 정책이 미봉책에 머물지 않기를 당부했다.

그러나 실질적으로 고독사 비율이 가장 높은 중장년층은 여전히 정책의 사각지대에 놓여있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실제로 65세 이상 노인에 대해선 ‘독거노인 기본 사업’을 통해 미비하게나마 법적 제도가 마련돼있지만, 중장년층을 위한 장치는 상대적으로 부족한 상황이다. 이봉주 교수는 “우리나라 고독사의 독특한 양상을 반영해 중장년층의 문제에 초점을 둬야한다”며 지역 단위에서 개개인의 상황에 맞는 맞춤형 재연계 프로그램을 마련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이어 그는 “정부 정책과 더불어 실질적으로 이들 세대의 소외가 일어나지 않도록 지역 사회에서 다양한 관계망 복원 작업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한편 송영신 대표는 “근본적인 문제 해결을 위해선 청년, 중장년, 노년 등 각 연령별, 성별, 지역별 등에 따른 정합적 접근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다른 나라는, 그리고 우리나라는?

결국 하나의 외로운 죽음을 막기 위해선 정부 부처와 지방자치단체, 지역사회 전체가 협력해야 한다. 우리보다 앞서 고독사 문제에 마주한 다른 나라들은 고독사를 예방하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해왔을까. 비록 이들 국가에서는 노년층만을 정책의 대상자로 상정하고 있지만, 개인의 사회적 고립에 대처한다는 점에서 우리나라에 본보기가 될 수 있다.

수십 년 전부터 고독사 문제가 대두된 일본의 경우 고독사의 원인을 사회적 고립으로 봤다. 일본 정부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지역 주민이나 신문 배달원, 택배 배달원 등의 지역 주민이 독거노인을 비롯한 고위험군을 관찰하고 보호하는 ‘안심생활창조사업’을 시행하고 있다. 송영신 대표는 “일본과 마찬가지로 우리나라 역시 각종 제도가 개개인이 아닌 가족을 기준으로 편재돼 왔다”며 “무엇을 기준으로 제도를 정비할지 근본적인 고민과 재정립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변화하는 가구 구성의 양상을 파악하고 이에 적합한 대책을 서둘러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다.

1인 가구 중 노인의 비율이 높은 프랑스도 일찍이 다양한 대책을 마련했다. 프랑스는 국가 차원의 활동단체 ‘모나리자’를 조직해 독거노인을 정기적으로 방문하고, 이들이 사회적 연결망을 형성할 수 있도록 돕는다. 이봉주 교수는 “고독사의 주요 원인이 가족과의 분리, 즉 소외와 관련된다”며 “지역 사회의 다양한 자원을 연결하는 연결고리가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프랑스와 같이 정부와 지역자치단체 차원에서 연결망을 형성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에 송영신 대표는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것은 참여”라며 아무리 탁월한 정책이라도 당사자들이 참여하지 않으면 무용지물인 만큼 적극적인 참여를 유도해야한다고 역설했다.

이밖에도 덴마크의 ‘코하우징’, 일본의 ‘컬렉티브 하우스’와 같은 주거 공동체도 고립사를 예방하는 효과적인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다. 송인주 연구위원은 “1인 가구가 많은 지역은 이와 같은 주민 공동의 공간이 반드시 필요하다”며 “향후 주거정책을 개정하거나 지역사회 개발 계획을 수립할 때 이런 점을 전제해야한다”고 당부했다. 1인 가구 중 고립된 가구의 고독사 위험도가 높다는 것을 인지하고 이를 반영한 정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다. 송영신 대표 역시 “고독사 발생빈도가 높은 취약지역을 중심으로 사회적 지지체계를 만드는 데 힘써야 한다”며 사회적 가족, 소셜 다이닝과 같은 주민 공동의 지지체계를 구축할 것을 당부했다.

최근 국회에서 고독사에 대한 국가적 차원의 책무를 규정해 1인가구의 보건복지를 증진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고독사 예방 및 1인 가구 사회안전망 확충을 위한 법률안’이 발의됐으나 계류 중이다. 송인주 연구위원은 “관련 통계와 지원 정책이 마련되기 위해선 하루 빨리 법안이 통과돼야 한다”며 “더불어 고독사 사망자의 유품 처리 절차의 문제로 난항을 빚는 경우가 많은데, 법적 대리인을 손쉽게 지정하고 추진할 수 있도록 관련 법이 개정돼야 한다”고 역설했다.

모든 죽음은 개별적이지만, 동시에 사회적이다. 개별적인 고독사는 어떤 죽음보다도 깊게 들여다봐야 할 사회적 죽음이다. 이봉주 교수는 “고독사는 실직, 빈곤, 사회로부터의 소외, 알코올 중독, 그리고 정신건강 등 수많은 사회적 요소가 얽혀있는 죽음”이라며 사회적인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가 차원에선 거시적인 경제 여건과 고용 여건을 개선해 고독사의 구조적인 원인을 완화하는 동시에, 지방자치단체와 민간 차원에선 가족안전망을 직접적으로 대체할 수 있는 주민안전망을 구축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같이 다각적인 노력을 통해 더 이상 그 누구도 쓸쓸하고 외로운 죽음을 맞지 않기를, 사랑하는 이의 품에서 마지막 눈을 감을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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