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일(목) 의대 정신과학교실 기획인사위원회가 작성한 ‘정신과학교실 현안에 대한 교실의 의견’ 문건이 언론을 통해 공개됐다. 문건은 A교수의 부적절한 행위를 고발하는 교수 12명의 의견서로 언론은 이를 ‘의료계에도 미투 운동이 번진 것’으로 보도했다. 그러나 정작 정신과학교실은 성희롱 문제가 핵심이 아니라며 의견서의 전반적인 내용에 대한 철저한 조사를 요구했다. A교수는 문건의 내용을 모두 부인하고 있으며 서울대학교병원과 의대는 공동조사위원회를 꾸려 조사에 착수했다.

1월 9일 작성된 정신과학교실의 문건에는 같은 교실 소속 A교수의 부적절한 행위에 대한 동료 교수들의 의견이 담겼다. 문건에서는 A교수가 2013년부터 “교원의 본분에 배치되는 행위를 반복하고 있다”고 주장했으며 구체적인 행위로 △학생과 병원 직원들에 대한 성희롱 △무분별한 마약성 진통제 처방 △무단지각과 무단결근 반복 △법인교수 채용 과정에 부적절한 개입 등을 들었다. 의견서는 “심각성을 의대와 병원에 수차례 보고하고 조사를 요청했지만 다뤄지지 않고 있다”며 적절한 조치를 재요청했다.

A교수의 주변 동료들은 그의 부적절한 언행에 대해 증언했다. A교수와 함께 일했던 B씨는 “A교수가 회식 자리에서 간호사들에게 반말과 폭언을 했다”며 “외모 비하, 욕설을 비롯한 문제 발언도 수시로 했던 것으로 기억한다”고 밝혔다. A교수의 근무태도 문제나 과도한 진통제 처방과 관련된 증언도 나왔다. B씨는 “A교수가 사직서를 제출했다며 당일에 갑자기 출근하지 않아 80명이 넘는 환자 예약을 줄줄이 변경해야 했다”며 “갑작스레 A교수를 대신해서 진료를 본 의사나 민원을 겪은 간호사에게 한마디 사과도 없었다”고 말했다. 다른 동료 C씨는 “다른 의사들이 대신 진료를 보는 과정에서 A교수가 걱정스러울 정도로 과도하게 마약성 진통제 처방을 했다는 것이 드러났다고 들었다”고 전했다.

A교수가 2015년과 그 이듬해에 걸쳐 법인교수 채용 과정에 부적절하게 개입했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2015년 당시 정신과학교실의 주임교수였던 권준수 교수(의학과)는 “의대 인사위원회에서 정당한 절차를 거쳐 만장일치로 A교수가 아닌 다른 교수가 선정됐었다”며 “A교수가 이에 불만을 품고 사직서를 제출했고 이것이 임용 미추천자의 민원으로 받아들여져 본부는 신규 임용을 거부했다”고 말했다. 이외에도 의견서는 “2016년 하반기 법인교수 채용 당시 A교수가 이미 최종 합격한 다른 교수에 대한 특혜와 비리 의혹을 제기했다”고 주장했다.

정신과학교실은 해당 문건 내용 중 성희롱 관련 내용만 언론을 통해 ‘미투’로 주목받은 것에 유감을 표하며 모든 사안에 대한 철저한 조사를 강조했다. 정신과학교실 강웅구 주임교수(의학과)는 “성희롱 문제 조사에 어려움을 겪는다고 해서 다른 문제 제기도 엉터리로 보여서는 안 될 것”이라고 밝혔다. B씨 역시 “폐쇄적인 구조와 서울대학교병원의 명예 때문에 조사가 또 흐지부지 끝날지도 모르겠다”고 우려했다.

한편 A교수는 자신에 대한 의견서가 작성된 사실조차 몰랐다며 괴로움을 호소했다. 그는 “재임용 심사 기간에 이런 일을 꾸미는 이유를 모르겠다”며 “옆방을 쓰고 있는 선배들이 몰래 문건까지 만들어 언론에 유출했다고 생각하면 출근조차 어려울 지경”이라고 토로했다. A교수는 이어 문건에 나온 내용을 부인했다. 그는 “자기 환자에게 마약을 처방한다는 것이 상식적으로 말이 되지 않는다”며 “명백한 음해이며 법적 대응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서울대학교병원과 의대는 문제가 공론화된 만큼 공동으로 조사위원회를 구성해 조사를 시작했다. 서울대학교병원 김연수 진료부원장은 “공동조사위원회가 15일 첫 회의를 했고 제기된 문제에 대해 조사를 계속해 나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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