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 | 스타트업 기업 ‘커넥터스’

집을 나와 대중교통을 이용해 약속 장소로 가는 길. 누군가에겐 큰 노력이 필요하지 않은 길이다. 그러나 그 길을 가고자 하는 사람이 유모차를 끄는 보행약자라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저상 버스가 있는지, 있다면 배차 간격은 몇 분인지, 지하철 환승역엔 기저귀 교환대가 있는지, 약속 장소엔 경사로가 있는지 등 많은 것을 따져봐야 한다. 평범한 도시공학도였던 ‘커넥터스’(konnektUS)의 한수연 대표는 도시 공간은 모두에게 열려 있어야 한다는 생각으로 보행약자를 위한 도시를 만들기를 다짐했다. 그렇게 설립된 스타트업 커넥터스는 유모차를 끄는 보행약자가 소외되지 않고 문화생활을 즐길 수 있도록 ‘맘비’와 ‘웰컴키즈존’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커넥터스의 스마트폰 어플리케이션 ‘맘비’는 유모차를 끄는 사람들에게 필요한 맞춤형 정보를 제공하는 플랫폼으로 한국관광공사 관광벤처 사업화를 통해 자금을 지원받아 세상에 나오게 됐다. 맘비는 맘(mom)과 좀비(zombie)가 합쳐진 신조어로 출산과 육아에 지쳐버린 여성들을 의미한다. 커넥터스는 맘비들이 야외 활동을 할 수 있도록 유용한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스마트폰 어플리케이션 ‘맘비’에 접속한 사용자가는 목적지를 설정하면 유모차를 끌고 가기 편한 경로와 해당 경로에 설치돼 있는 유모차를 위한 시설물을 안내받을 수 있다. 한수연 대표는 “계단의 유무와 보행로의 폭, 기울기, 경사 등을 고려해 자체적으로 유모차 보행성 평가지표를 만들었다”며 “자체 지표를 통해 해당 장소의 유모차 보행성을 판단해 앱에 등록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외에도 맘비에선 지하철역의 수유실, 기저귀 교환대, 엘리베이터 설치 유무까지도 찾아볼 수 있다.

기자가 직접 스마트폰 어플리케이션 맘비를 설치했다. 맘비 앱을 통해 사용자의 현재 위치에서 목적지까지 가는 경로를 지도로 안내받을 수 있었다. 또한 맘비가 추천하는 걷기 좋은 유모차 산책 코스가 소개돼있다.

소규모 스타트업으로 시작한 커넥터스의 손길이 닿지 않는 곳은 맘비를 사용하는 일반인들로 이뤄진 ‘맘비 서포터즈’가 채워나간다. 맘비 서포터즈로 활동하고 있는 22개월 아이 엄마 김지영 씨(31)는 “차 없이 대중교통을 이용해 이동하는 뚜벅이 부부에게 꼭 필요한 정보를 제공하고 있어 많은 도움을 받았다”며 맘비 서포터즈에 참가하게 된 계기를 설명했다. 그들은 직접 거리를 탐방하며 유모차를 끌고 가기 편한 장소나 아이와 함께 나들이 할 수 있는 곳을 추천하기도 한다. 또 다른 서포터즈 이유정 씨(34)는 “이 활동이 사회에 도움이 된다는 생각에 사명감을 갖고 있다”며 “지금은 플랫폼으로서 보행약자들을 위한 시설을 소개하고 있지만 더 나아가 맘비의 영향력이 확장돼 이런 시설들을 추가적으로 설치할 수 있길 기대한다”고 앞으로의 바람에 대해 전하기도 했다.

최근 커넥터스는 사업의 범위를 확장해 ‘웰컴키즈존’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웰컴키즈존은 아동의 출입을 제한하는 ‘노키즈존’에 대응되는 말로 아동 동반 가족을 환영하는 곳을 가리킨다. 커넥터스의 웰컴키즈존 웹사이트엔 아동과 함께 부담 없이 방문할 수 있는 사업장이 등록된다. 한수연 대표는 “일부 엄마들의 행동으로 인해 모든 엄마들이 ‘무개념’ ‘맘충’으로 불리는 사회 분위기 속에서 아이를 동반한 가족은 자연스레 위축돼 마음 편히 집 밖을 나설 수 없는 것이 현실”이라며 “이에 아이 동반 가족을 환영한다는 의미를 가진 웰컴키즈존을 구축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웰컴키즈존은 특정 개인이 아닌 사회구성원 전체의 노력을 통해 만들어진다. 이에 커넥터스는 웰컴 키즈존에 등록된 사업장과 아이 동반 가족 모두에게 배려하는 마음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한수연 대표는 “웰컴키즈존엔 유아용 의자, 어린이 메뉴, 기저귀 교환대 등 아이를 동반한 가족을 위한 시설들이 마련돼 있다”며 “이를 이용하는 가족 손님들에게도 웰컴키즈존에 방문했을 때 지켜야 할 기본적인 에티켓을 잘 숙지할 수 있도록 안내하고 있다”고 말했다.

커넥터스(konnektUS)는 ‘우리를 잇다’와 ‘도시 공간을 잇다(konnekt Urban Space)’는 두 가지 의미로 해석된다. 결국 도시 공간을 잇는다는 건 그 공간 위에서 살아가는 모든 구성원들을 소외되지 않게끔 이어준다는 것이다. 커넥터스가 의미하는 바와 같이 유모차를 끌고 나온 가족도, 아이와 함께 음식점을 찾은 가족도 길 위에서 하나로 이어지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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