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목, 이 책 | 『호모 데우스』에서 제시한 미래 사회의 모습을 들여다보다

‘나는 나를 파괴할 권리가 있다.’ 프랑스의 극작가 프랑수아즈 사강이 마약 복용 혐의로 기소됐을 때 자신을 변호하며 남긴 말이다. 이는 개인의 자유의지를 신성시하는 현대 자유주의적 인본주의 사고를 잘 드러낸다. 한편으로 인본주의는 인간 생명과 건강을 중요한 가치로 여기며 이를 보호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상이한 두 주장이 충돌할 때 우리는 거대한 논쟁을 치른다. 『어떤 소송』은 건강과 불멸이라는 인본주의적 목표를 위해 개인의 자유를 포기한 미래 사회를 그린다. 이는 유발 하라리가 『호모 데우스』에서 제시한, 효율적인 데이터 처리를 위해 모든 생물이 만물인터넷(IoT, Internet of Things)에 의해 연결된 사회와 유사하다.

기술 유토피아는 근본적으로 사회주의와 전체주의가 혼합된 사회다. 다만 통제의 주체가 당국과 국가에서 기술로 바뀌었을 뿐이다. 만물인터넷은 각 개체에서 추출한 정보를 알고리즘에 넣고 연산해 가장 효율적인 데이터 흐름을 구현해낸다. 이를 통해 교통체증과 범죄 및 경제위기도 막을 수 있다. 『어떤 소송』에서 특히 주목한 것은 개인의 건강을 관리하는 기술이다. 소설 속에서 ‘방법’(Methode)이라고 불리는 기술 체계는 인간의 몸 상태를 매일 체크하고 필요한 조언과 처방을 제시한다. 따라서 인간은 항상 건강한 상태로 살아갈 수 있다.

그러나 이런 유토피아를 얻기 위해 우리는 자유와 사생활을 그 대가로 지불한다. 책의 주인공 미아 홀이 의문을 던지는 것은 바로 이 지점이다. 『어떤 소송』의 사회는 건강을 최고의 가치로 두고 개인을 엄격히 감시, 통제한다. 그런데 반체제적이며 자유를 즐기던 그의 동생 모리츠 홀이 한 여자를 살인했다는 누명을 쓰고 구속되자 감옥에서 자살하는 일이 발생한다. 그의 죽음 이후 우울감에 빠진 미아는 운동과 건강 관리를 소홀히 하고 이 때문에 법정에 서게 된다. 미아는 소송을 진행하며 건강 유지라는 미명하에 개인의 자유를 억압하는 체제의 불합리성을 깨닫는다. 그는 정치적으로 각성해 재판장에서 공개적으로 ‘방법’의 문제를 비판하며 저항 세력의 구심점으로 떠오른다.

『어떤 소송』의 주제는 인간에게 ‘병이 날 권리’와 ‘자살할 권리’가 있냐는 것이다. 모리츠는 “삶이란 하나의 제안이고 우리는 그걸 거부할 수도 있는 거야”라며 어떻게 살지, 심지어 어떻게 죽을지도 전적으로 개인의 선택이므로 누구도 이에 관여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생명을 중시하고 불멸을 추구하는 입장에선 이같은 주장은 신성모독이다. 유발 하라리는 『호모 데우스』에서 “인간의 정신은 물리, 화학적 환경에 따라 변하는 뇌 전류의 혼합에 지나지 않으며 단일한 자아와 욕망을 제어하는 자유의지는 없다”고 말했다.(『대학신문』 3월 19일자) 하지만 욕망을 제어하는 자유의지와 욕망을 따를 자유는 다르다. 개인의 욕망을 억압하고 통제해도 될 만큼 생명 유지와 건강이라는 인본주의 목표가 절대적인지는 의문이다. 이런 논쟁은 궁극적으로 효율성을 향해 돌진하고 있는 우리 사회가 ‘자유’라는 비효율성과 무질서를 대하는 방식을 결정할 것이다. 우리가 새로운 형태의 자유를 발견할는지, 아니면 만물인터넷의 부속품으로 전락할지는 그 치열한 논쟁의 끝에서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어떤 소송

율리 체
장수미 옮김
민음사
268쪽
13,000원

저작권자 © 대학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