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권에 해당하지 않는 지역에서 본교에 진학한 많은 학생은 관악학생생활관(관악사) 입주 및 선발에 큰 관심을 갖고 있을 것이 분명하다. 그중 많은 학생들은 관악사가 사생을 무작위로 선발한다고 하니 별다른 방법 없이 운이 좋아 선정되기를 바라고, 대기 번호가 줄어들기를 바라 왔을 것이다. 또 운이 좋아 새내기 때 관악사에 입주했던 학생이라도 대부분 2학년이 되면서 관악사 입주 대상에 오르지 못하는 경험을 해봤을 것이다. 기숙사에서 떨어지면 관악사보다 훨씬 비싼 주거비를 지급해야 하고, 때로는 주변 치안을 걱정해야 하는 학교 근처 거주지를 구하게 된다. 앞서 말한 경험을 모두 겪은 한 학생으로서 관악사 선발 문제를 조금이라도 진전시킬 방법에 대해서 이야기해보고자 한다.

관악사 선발 문제의 가장 근본적인 원인은 물론 낮은 기숙사 수용률이다. 대학정보 공시 사이트 ‘대학알리미’의 공시자료에 따르면, 2017년 기준 서울대의 기숙사 수용률은 21.3%다(2만 7,875명의 재학생 중 5,933명 수용 가능). 매년 수용 인원이 증가하는 추세긴 하지만 그 폭이 미미하다. 물론 수도권의 다른 대학과 비교하면 낮은 수용률은 아니지만, 기숙사 수용률 문제는 지난 대선 공약에서도 제시될 만큼 대학을 가리지 않고 많은 학생의 생활에 영향을 끼치고 있는 문제다. 하지만 기숙사의 확충은 단기간에 단순히 결정 될 수 있는 사안은 아니다. 본 글에서 글쓴이는 차선책으로 관악사 사생 선발 기준에서의 문제 소지를 제기하고 개선방안을 찾아보고자 한다.

기숙사 사생 선발 기준에 관해 글쓴이와 주변의 많은 학우는 ‘완전 무작위 선발’이라는 원칙이 적용된다고 알고 있었다. 출신 지역이 얼마나 먼 거리인지와는 별개로, 통학권에서 벗어난 학생들이 주거를 걱정해야 하는 상황은 모두 같다. 따라서 이같은 선발 기준은 모두에게 불확실하지만, 모두에게 공평한 선발 기준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학교에 다니면서 관악사 입주생을 선발하는 학과별 기준이 있다는 소문을 심심치 않게 들을 수 있다. ‘어떤 과는 과 학생회를 하면 기숙사 선발에 좋은 영향을 끼친다고 하더라’ ‘어떤 과는 성적순으로 선발한다고 하더라’ ‘특정 교내활동을 하면 선발이 확정적이라고 하더라’는 소문을 많은 학우가 접해 봤을 것이다. 얼마나 먼 곳에 사느냐가 주거의 부담을 차등적으로 덜 수 있는 기준이 아니라면, 소문 속의 조건들은 그 기준이 될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 떠오르기 마련이다. 하지만 어느 것 하나 사실이라고 확언할 수 없는, 떠도는 소문들일 뿐이어서 객관적인 문제제기는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직접 홈페이지에서 관악사 선발기준을 찾아보면, 신입생의 경우에만 무작위로 선발하고 재학생의 선발은 각 단과대의 기준에 따른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하지만 관악사 선발기준에 명시된 ‘단과대별로 다른 재학생 선발기준’은 어느 단과대나 학과에서도 공시하고 있지 않다. 경희대처럼 기숙사 선발 기준을 공개하는 타 대학도 있고, 적어도 기숙사 선발 기준에서 중요한 기준은 알고 있는 다른 학교 친구들도 적지 않게 만날 수 있었다. 그래서 글쓴이는 각 단과대, 관악사의 현행 기숙사 선발 과정에 다음과 같은 우려를 전하고 실현 가능한 개선방안을 제시하고자 한다.

먼저, 적지 않은 학생들이 관악사는 전체 무작위 선발이 원칙이라고 잘못 알고 있다는 점을 인지하고, 학교 차원에서 선발 원칙을 정확히 공시하고 다양한 통로로 학생들에게 전달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여러 학생의 입을 타고 ‘관악사는 랜덤 선발’이라는 잘못된 정보가 퍼져 굳어졌기 때문에, 선발 기준이 공개되고 있지 않다. 문제의 소지가 있는 사안을 아예 모르는 학생들이 있을 수 있다. 이런 문제부터 해결해서 다양한 논의들이 제기될 수 있는 환경이 보장돼야 할 것이다.

다음으로, 단과대별 혹은 학과별로 다르다는 관악사 선발기준이 투명히 공개되기를 바란다. 이때까지의 불투명한 선발 관행은 학생 개인의 거주 문제에 대한 불안감을 키울 뿐만 아니라, 선발 과정에 어떤 부정이 일어날 우려도 충분히 불러일으킬 수 있는 문제다.

마지막으로, 선발 기준 설정에 있어서 학생들의 참여가 보장되기를 바란다. 관악사에서 생활하게 될 당사자는 학생들이다. 그렇기에 학생들은 정확한 선발 기준에 접근 가능해야 할 뿐만 아니라, 그 기준이 정당한지도 이야기할 수 있어야 한다. 논의를 통해 더 나은 합의점을 찾을 수 있다면, 기숙사 수용률이 턱없이 낮다는 현실 속에서도 우리는 차선책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이한슬
경제학부·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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