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 | 문재인 정부 부동산 대책을 점검하다

지난해 8월 2일 문재인 정부는 저금리와 국내외 경제 여건 개선을 기반으로 크게 증가한 투기 수요가 주택시장에 진입하는 것을 차단할 목표로 ‘실수요 보호와 단기 투기수요 억제를 통한 주택시장 안정화 방안’을 내놓았다.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은 서울정부청사 브리핑에서 “2주택 이상 다주택자가 주택을 추가로 구매하는 비중이 2015년부터 2017년까지 2배 이상 늘어났다”며 “공급은 늘고 있는데 집을 가진 사람이 주택을 더 사들여 자가보유율이 늘지 않는다”고 다주택자가 주요 규제대상이 된 배경을 설명했다. 크게 8.2 부동산 대책의 쟁점으론 ‘투기과열지구의 지정 및 재건축·재개발 규제’와 ‘주택담보대출 강화 및 다주택 양도세 중과’가 꼽힌다. 『대학신문』에선 8.2 부동산 대책의 실효성을 점검하고 쟁점별로 한계점과 개선방향을 검토해본다.



다주택자 잡는 8.2 부동산 대책

문재인 정부는 8.2 부동산 대책에서 기존에 규제가 시행되던 청약조정대상지역 이외에 투기과열지구와 투기지역을 신규 지정했다. 청약조정대상지역은 주택법에 근거해 주택가격 상승률이 물가상승률의 2배 이상이거나 청약경쟁률이 5:1 이상인 지역에 한해 정부가 지정하며, 분양권 전매제한, 1순위 청약자격 강화, 청약 재당첨금지 등의 규제를 받게 된다. 현 규제 상황에서 정부가 투기과열지구와 투기지역까지 신규로 지정한 것은 부동산의 과열 정도가 지역별로 다르기 때문에 규제의 강도를 차등적으로 조정하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8.2 부동산 대책에 따라 작년 8월 3일부터 서울 전역과 경기 과천, 세종시가 투기과열지구로 지정됐다. 2011년 말 서울 강남 3구(강남·서초·송파)가 투기과열지구에서 해제된 지 6년 만에 부활한 것이며, 서울 25개구 전역이 한꺼번에 투기과열지구로 지정된 것은 투기과열지구가 최초로 도입된 2002년 이후 16년 만이다. 이 지역에선 재건축 조합 설립 시 조합원이 보유한 주택의 매매가 금지되며, 오피스텔의 전매 역시 입주 때까지 제한된다. 또 3억원 이상의 주택을 구매할 때는 자금조달계획과 입주계획을 밝히고, 추후 증여세 등의 탈세나 실거주 여부 등을 확인 받는 주택거래신고제도가 적용된다. 한편 성남시 분당구와 대구시 수성구에서 국지적인 가격불안이 지속됨에 따라 ‘주거정책심의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이들 지역을 투기과열지구로 추가 지정하고 9월 6일부터 해당 규제를 시행했다. 2012년 5월 해제된 투기지역도 다시 도입됐다. 투기과열지구 중 강남 4구(강남·서초·송파·강동)를 비롯해 마포·노원·양천 등 서울 11개 구와 세종시 행복도시 특별구역이 투기지역으로 중복 지정돼 양도소득세의 중과세 부가 등 가장 강력한 금융 규제를 받게 됐다.

투기과열지구와 투기지역에 대한 규제를 기반으로 다주택자들에 대한 규제도 시행됐다. 정부는 투기과열지구의 청약 1순위 요건 강화와 투기 지역 주택담보대출 건수를 세대 당 한 건으로 제한하고 정비사업 분양분의 재당첨을 제한하는 등 다주택자들이 추가적으로 집을 매입할 수 있는 경로를 차단했다. 투기지역과 투기과열지구에 대해선 주택담보대출 미보유 가구의 경우 주택담보대출비율(LTV)*과 총부채상환비율(DTI)*을 각각 40%로 하향 조정했으며, 이미 주택담보대출을 한 건 이상 보유한 경우 30%까지 추가로 인하했다. 다만 무주택세대주로 부부합산연소득이 6천만원 이하인 서민실소유자에 한해선 LTV와 DTI를 각기 50%까지 허용해 서민들의 부담을 덜었다. 투기과열지구 및 투기지역에선 6억원 이하, 조정대상지역은 5억원 이하의 주택만이 50%의 주택담보대출과 총부채상환비율을 보장받을 수 있도록 제도화했다. ‘주택산업연구원’ 김태섭 선임연구위원은 “LTV를 40% 수준까지 낮추면 서울 아파트 평균가인 7억원짜리 집을 구입할 때 2억 8천만원까지만 대출이 가능하다는 뜻으로, 투기과열지구에서 주택을 구입하려는 다주택자들의 유인을 상당히 떨어트릴 것”이라고 전망했다.

정부는 LTV와 DTI를 강하게 규제하는 한편 다주택자에 대한 양도소득세 강화에도 나섰다. 두 채 이상의 주택을 소유한 다주택자가 조정대상지역에서 주택을 팔아 이익을 얻을 경우 기본 양도세에 가산세를 부과하는 형식이다. 기존에는 주택 수에 상관없이 양도차익에 따라 기본 세율이 6%에서 40%까지 적용됐다. 하지만 이번 대책을 통해 2주택자에겐 기본 세율에 10%가 추가로 부과되고, 3주택자의 경우에는 20%가 더해져 다주택자에게 더욱 높은 양도세율이 적용된다. 권대중 교수(명지대 부동산대학원)는 “다주택자에 대한 양도세를 높이는 정책은 양도차익을 노리고 난립하는 투기 열풍을 완화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며 “대책 발표 이후에 국회의 세법 개정을 통해 4월 1일부터 정책을 시행하겠다는 의미는 다주택자들에게 집을 내놓거나 임대 사업자로 등록하라는 신호를 보낸 것”이라고 설명했다.

국토교통부의 발표에 따르면, 이번 대책으로 LTV와 DTI 기준이 강화됐다.
국토교통부의 발표에 따르면, 이번 대책으로 다주택자에 대한 양도소득세 역시 과세됐다.



수요 억제 중심의 규제, 부작용을 낳다

문재인 정부의 8.2 부동산 대책은 그간 불안정했던 부동산 시장을 규제하고자 이뤄진 정책이다. 박근혜 정부가 당시의 불황을 해결하기 위해 경기 부양책으로 약 5조 달러를 시장에 풀었는데 이로 인해 주택 시장이 과열됐기 때문이다. 김태섭 선임연구위원은 “이번 대책은 주택시장의 안정을 모색하고 무주택 저소득층과 임차가구의 주택 안정성을 꾀하려는 의도에서 시행됐다”며 “투기과열지구의 설정, 다주택자에 대한 양도세 강화 등 주택시장을 관리하려는 여러 가지 규제들이 종합적으로 구성돼 있다”고 평가했다. 정부는 다주택자에 대한 전방위적 압박을 예고하면서 두 가지 선택지를 제시했다. 양도세 중과 시점을 올해 4월 1일로 미루면서 보유한 주택을 매물로 내놓거나, 임대 사업자로 등록하라는 유인을 제공한 것이다. 권대중 교수는 “8.2 부동산 대책을 발표하고 8개월 동안 양도세 중과를 미룬 것은 다주택자에게 어떤 방식으로든 주택을 처분하라는 의미로 받아들여졌을 것”이라며 “등록 임대주택은 양도세 중과 대상에서 제외되기 때문에 주택을 꼭 팔게 하지 않더라도 서민실수요자의 수요에 공급량을 맞추려는 것이 정부의 의도”라고 말했다.

8.2 부동산 대책은 투기지역으로 지정된 지구의 주택담보대출 건수를 세대당 한 건으로 제한하고 해당 지역에 대한 LTV와 DTI를 강하게 규제하는 등 과거 참여정부 시절의 부동산 정책을 계승했다는 평이 일반적이다. 당시 부동산 정책의 총책임자가 박수현 청와대 전 대변인이라는 점과 대출로 인한 가수요를 억제해 부동산 가격의 정상화를 꾀하려는 모습이 이번 대책과 유사하기 때문이다. 이에 주택담보대출의 과도한 규제가 투기 수요를 억제하는 것을 넘어 실수요자의 내 집 마련까지 저해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참여정부 시절에도 주택담보대출에 대해 투기지역에 LTV 40%를 적용했음에도 투기적 목적이 아니라고 판단되는 무주택자의 경우 10년 이상 원리금상환형 대출에 한해 최대 70%까지 규제를 완화하는 특례가 있었다. 반면에 이번 정책에선 대출 억제에만 치중한 나머지 실수요자 대상 특례마저 삭제해 버렸다. 권대중 교수는 “다주택자에게 두 가지 유인책을 제시했음에도 불구하고 투기과열지구 내 LTV 하향 조정 때문에 목돈이 없는 무주택자는 시장에 저렴한 매물이 나와도 구입이 힘들다”며 “결국 8개월 동안 나오는 매물의 대다수는 또다시 목돈을 가진 고소득층에게 돌아가기 때문에 서민을 위한 정책으로 기능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또한, 재건축·재개발 조합이 조합원에게 알선해 주는 ‘이주비’가 주택담보대출로 취급 받기 때문에 향후 투기지역 내 재건축·재개발이 조합원 이주 문제로 지연될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기존에 주택담보대출이 있는 세대의 경우 재건축·재개발 이주비를 지급받지 못하게 됐고 기존에 60~70%까지 지원되던 이주비도 최대 40%로 제한됐다. 조합원 지위 양도도 금지돼 이주비를 못 받거나 이주비로 마땅한 집에 이사 갈 여건이 안 되는 조합원이 지분을 처분할 수 없게 됨으로써 재건축·재개발 일정에 차질이 생길 수 있다는 것이다.

다주택자에 대한 양도소득세 중과세에 대한 비판도 만만치 않다. 양도세를 낮추고 보유세를 올리는 정책이 고려되지 않았다는 점이 주요한 지적이다. 심교언 교수(건국대 부동산학과)는 “거시적으로 봤을 때 양도세를 낮추고 보유세를 높이는 방법이 경제적으로 가장 이로운 해결책”이라며 “양도세만의 증가로는 뚜렷한 세수 증가도 달성하기 어렵기 때문에 소득세 감소와 함께 보유세 인상을 정부가 검토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에 김태섭 선임연구위원은 “물론 양도세를 낮추고 보유세를 높이는 방법이 현재 부동산 투기를 억제할 수 있는 가장 교과서적인 해법”이라면서도 보유세 인상에 따라 서민 실수요자마저도 내 집 마련을 주저해 시장이 침체될 가능성이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더욱이 다주택자들에 대한 규제에도 불구하고 다주택자의 증감을 확인할 수 있는 공식적인 통계가 아직까지 구축되지 않았다는 점 역시 지적된다. 주택보유 현황을 파악할 수 있는 시스템을 정부가 가지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지난달 13일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은 청와대 뉴미디어비서관실과의 인터뷰에서 “8.2 부동산 대책 이후 다주택자가 집을 얼마나 팔았는지 알 수 있는 공식적인 통계를 확보하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 이로 인해 지난해 8.2 부동산 대책이 발표된 지 7개월이 지났지만 정책의 효과를 확인해볼 방법은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 권대중 교수는“일부 통계자료에 의존해 다주택자의 증감을 예측하고는 있으나 어디까지나 간접적인 통계치”라며 “8.2 부동산 대책의 공과를 파악하고 후속 대책의 수립을 위한 통계 확보가 필수적”이라고 말했다.

장기적인 집값 안정 정책을 위해선?

8.2 부동산 대책은 주로 수요를 억제하는 정책인 반면 이후에 제시된 정책들은 재건축·재개발 등 주택 공급에 대한 규제까지 강화했다. 한편 주택 공급에 대한 방안이 나오지 않고 있어 부동산 대책의 장기적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지역 간 주택 공급의 불균형을 손보지 않고선 되려 주택시장의 불안정성만 높아진다는 것이다. 권대중 교수는 “예전엔 서울 이외에 화성, 세종, 대구 부산 등 주요 도시에 수요가 분산돼 있었는데 8.2 대책 이후에 양도세 등 다주택자에 대한 규제가 강화되면서 오히려 서울권 중심의 주택에 눈이 쏠리게 됐다”며 “투기지역이나 투기과열지구에 수요가 몰려 이에 대한 공급대책이 제대로 마련되지 않으면 또다시 주택가격이 폭등할 것”이라고 관측했다. 이에 심교언 교수는 “그 동안 우리나라의 주택 공급은 그 수요에 따라 전개되지 않고 가용 택지가 충분한지 여부에 따라 진행됐다”며 “이런 지역 간 수급 불균형을 해결하는 것이 부동산 시장을 장기적으로 안정시킬 수 있는 방법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아직 정책이 시행되는 초기 단계에 있기 때문에 8.2 부동산 대책 및 차후 정책들에 대한 총체적인 평가는 이르다는 것이 학계의 일반적인 평가지만, 장기적으로 수요만을 억제할 수는 없다는 게 중론이다. 주택 가격과 전세 가격의 상승이 둔화됐지만 그 장기화 여부는 아직 미지수고 시장에 투입 가능한 자본이 많아 안심하기 이르다는 것이다. 권대중 교수는 “8.2 부동산 대책을 장기적으로 끌고 갈순 없다”며 “2~3년 동안 단기적인 투기 감소 효과를 통해 시장을 안정시키고 차후에 공급을 늘리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조언했다. 앞으로 정부의 장기적 부동산 대책에 귀추가 주목되는 이유다.

*주택담보대출비율(LTV): 주택담보대출 시 은행이 적용하는 담보가치 대비 최대 대출가능 한도

*총부채상환비율(DTI): 금융회사에서 대출받을 수 있는 한도를 정하는 소득 대비 전체 금융부채의 원리금 상환액 비율

저작권자 © 대학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