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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본철 (산업공학과·12)

 

Q. 필름 사진을 설명하자면?

A. 디지털 사진기의 디지털 센서가 원래는 필름이었다. 빛이 닿으면 필름에 화학적 반응이 일어나고 현상 과정을 거치면 상이 맺힌다. 필름은 매우 ‘깐깐’해서 조금의 실수로도 결과물에 큰 차이가 생긴다. 이 모든 과정을 신중히 하면 시간 가는지 모르곤 한다. 그렇게 인화지에 촬영한 친구의 모습이 서서히 떠오르는 것을 보면 매번 신기하고, 그 사람을 직접 만나는 느낌이 들기도 한다. 그래서 나는 친구 사진을 촬영하면 굳이 이렇게 인화해주고 싶다.

Q. 필름 사진에 빠지게 된 계기는?

A. DSLR이 있었는데 휴대하기 무거웠다. 처음 구매한 러시아제 필름 사진기는 주머니에 들어갈 만큼 작고 가벼워 부담 없이 항상 들고 다니기 쉬웠고, 촬영 결과물도 마음에 들어 필름 사진에 빠지게 됐다. 가장 아끼는 사진기는 직접 중고로 구매한 일제 사진기인데, 내가 좋아하는 사진작가 라이언 매킨리(Ryan McGinley)도 같은 제품을 사용한다. 매킨리는 주로 인물 사진을 촬영하는데, 그의 사진엔 정돈돼있지 않은 자유분방함과 촬영된 사람들의 애정 관계가 시각적으로 잘 드러나서 좋다. 또 너무 크고 좋은 사진기로 촬영하면 찍히는 사람들이 불편할 수 있는데, 이렇게 작은 사진기를 사용하면 부담을 줄여줄 수 있는 것 같다.

Q. 덕질 해온 기간?

A. 2012년 중앙 사진동아리 ‘영상’에 가입했다. 스누라이프에 올라온 동아리 소개를 보다가 필름 현상을 배울 수 있다고 해서 지원했고, 참가 시험을 통과하기 위해 필름 사진기를 처음 구매했다. 사진을 촬영하는 것에 매우 신중한 편임에도 지금까지 약 200롤 이상 찍었다. 한 롤에 36컷의 사진을 찍을 수 있으니 총 7,000장에서 8,000장 정도를 촬영한 것이다. 매일 꾸준히 한두 컷씩 사진을 촬영한다.

Q. 덕질 중 겪은 에피소드가 있다면?

A. 유럽의 벼룩시장에 가보면 오래된 필름을 한 컷씩 잘라 플라스틱에 고정한 슬라이드를 판매한다. 10개를 1파운드(한화 약 1,500원)에 구매할 수 있다. 많은 슬라이드 중에 고심하다 고른 사진들은 분명 타인이 촬영한 결과물이지만 마치 내가 촬영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슬라이드를 고르고 보니 사진들이 서로 다른 지역의 풍경을 담고 있지만 구도나 접근 방식에 나만이 가진 일관성이 있었다. 자세히 보니 촬영자와 동행했던 두세 명 정도의 인물들이 반복적으로 나오기도 했다.

Q. 구본철 씨에게 필름 사진이란?

A. ‘핑곗거리’다. 필름은 인화하기까지 시간이 걸리기도 하고, 또 멀어진 사람에게 사진을 보내주면 다시 관계를 이어나갈 수 있다. 학교에서나 동아리에서 누군가와 친해지고 싶거나 대화를 나누고 싶을 때, 필름 사진이 핑곗거리가 돼주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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