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끄럽지 못한 교원 징계 논란

교원 징계는 ‘사립학교법’ 준용

법인화 이후 구속력 갖는 규정 없어

세부조항 없어 징계 처리에 허점

교수가 학생의 인권을 침해한 것이 밝혀져 징계를 받게 되면 징계위원회는 그 결과를 몇 달 안에 발표해야 할까? 정답은 ‘정해져 있지 않다’다. 서울대는 교원 징계에 있어 법인화 이전까지 ‘교육공무원법’의 적용을 받았으나, 법인화 이후에는 교원 징계에 대해 세부적 규정을 따로 정해놓지 않고 ‘사립학교법’을 준용해 징계의 세부 내용을 정하고 있다. 하지만, 항상 사립학교법에 나와 있는 내용을 그대로 따르는 것은 아니다. 사립학교법에 따르면 교원의 징계는 징계 의결 요구를 받은 후 세 달 이내에 이뤄져야만 하나, 사회학과 H교수의 경우 7개월이 넘도록 징계가 발표되지 않아 논란이 일고 있다. 이에 『대학신문』은 현재 서울대의 교원 징계 규정 실태에 대해 자세히 살펴봤다.

◇아직도 마련 안 된 ‘별도의 교원 징계 규정’=서울대 정관은 제34조와 제35조에서 “서울대는 교원에 대한 징계의 종류, 양정, 절차 등에 필요한 사항을 별도의 규정으로 정하며 교원징계위원회의 구성과 운영에 필요한 사항도 같은 방법으로 정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하지만 서울대는 이 별도의 규정을 따로 제정해 정관에 명시하지 않고 사립학교법을 준용하는 방식으로 징계를 결정하고 있다.

고려대와 연세대도 사립학교법을 기반으로 교원 징계를 진행하지만, 정관에 교원 징계에 대한 세부 규정을 명시하고 있다는 점에서 서울대와는 다르다. 고려대의 정관을 살펴보면 제99조에 “교원징계위원회가 징계의결의 요구를 받은 때에는 그 요구서를 접수한 날로부터 60일 이내에 징계에 관한 의결을 한다. 다만 부득이한 사유가 있을 때에는 교원징계위원회의 의결로 30일의 범위 안에서 1차에 한해 그 기한을 연장할 수 있다”고 징계 의결 기한을 명시하고 있다. 연세대 역시 파면, 해임, 정직, 감봉 등의 징계 종류를 정관에 명시하고 있으며 징계위원회의 진행 절차도 각각의 규정을 통해 명시하고 있다.

반면 서울대는 교원 징계에 대한 세부 조항을 정관에 명시하고 있지 않다. 사립학교법을 따른다면 최대 3개월 이내에 의결돼야 했던 H교수의 징계가 지연되고 있지만, 서울대 정관상으로는 징계 발표가 연기돼도 문제가 되지 않는 것이다. ‘사회학과 H교수 인권폭력 사건 대응을 위한 학생연대’ 백인범 대표(사회학과·16)는 “사립학교법 시행령에는 징계 의결이 징계 의결 요구를 받은 후 3개월 이내에 이뤄져야 한다고 쓰여 있는데, 사회학과 H교수 징계는 지난 8월에 징계 절차가 시작된 이후로 7개월간 결과가 나오지 않는 등 사립학교법을 제대로 따르고 있는 것 같지 않다”며 “제도 자체가 불명확하게 규정돼 있어 자의적 집행이 가능한 점이 서울대 내에 권위주의와 불평등을 더욱 심화시키고 있는 주범이라고 생각한다”고 의견을 밝혔다.

서울대 정관에 교원징계위원회를 구성할 때 외부 위원을 필수적으로 포함해야 한다는 조항이 없다는 것도 문제로 지적된다. 연세대와 고려대의 경우 모두 규정상 법인에 속하지 않은 외부 위원을 징계위원회에 1명씩 포함해야 한다. 하지만 서울대 정관은 “교원징계위원회는 부총장을 포함해 교수 중에서 총장이 임명하는 10명 이내의 위원으로 구성한다”는 내용 외에 교원징계위원회의 구성에 대해 정관에서 명시하고 있지 않다. 이 역시 교원징계위원회의 구성과 운영에 필요한 사항은 별도의 규정으로 정한다고 말하고 있을 뿐이다.

◇세밀하지 못한 교원 징계 규정, 그 틈을 메우려면?=본부는 교원 징계와 관련된 새로운 규정을 마련할 계획은 아직 없다는 입장이다. 교무과는 “사립학교법이 교원 징계 절차 및 교원징계위원회 운영 등을 구체적으로 규정하고 있어 교원 징계를 엄격하게 처리하는 데 부족함이 없다”고 밝혔다. 하지만 최근 진행된 서울대의 교원 징계 과정이 매끄럽지 못해 교원 징계의 처리에 대한 학생들의 신뢰가 많이 떨어져 있는 상태다. 교원에 의한 인권 침해가 발생했을 때 확실한 절차에 따라 합당한 수위의 징계가 내려질 것이라 믿기 힘든 상황에선, 교수의 영향력 아래에 있는 학생들이 피해 사실을 밝히기 어려워질 수 있다.

본부, “현행 사립학교법으로 충분”

그러나 관련법 개정 움직임 있어

“위계적 대학 사회, 제도 개선 필요”

나아가 현재 서울대 징계의 바탕이 되는 사립학교법이나 국공립대학 교원의 징계에 대해 다루는 교육공무원법의 징계 규정에마저도 허점이 있다는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교수 성범죄 징계시효 연장법’ ‘성범죄 교수 솜방망이 처벌 방지법’ 등을 발의한 더불어민주당 노웅래 의원은 “현재 사립학교법과 교육공무원법에서 교원이 저지르는 성범죄에 대한 징계시효는 5년에 불과하다”며 “학생이 재학 중일 때 피해 상황을 폭로하기 어렵다는 사실을 고려했을 때 제도가 현실과 동떨어져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노 의원은 “현행 제도 아래의 교원 징계위원회는 가해 교수의 동료 교수 등으로 이뤄져 온정주의적 솜방망이 징계처분이 자주 일어난다”며 “침묵을 강요하고 있는 대학 사회의 위계 구조를 제도로 개선해야 한다”고 말했다. 서울대 역시 징계가 이뤄지는 과정에 대한 학생들의 신뢰를 회복하고 교원의 교육·연구 등 윤리 문제를 엄정하게 처리하기 위해, 교원 징계 규정의 보강에 대해 재고해봐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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