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7월 징계위원회는 시흥캠퍼스 추진을 반대하며 행정관 점거 농성을 주도했던 학생 8명에겐 무기정학, 나머지 학생 4명에겐 유기정학 처분을 내렸다. 이에 징계를 받은 학생들은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징계 무효 소송을 내고 2학기에 수업을 수강할 수 있도록 징계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했다.

일각에선 수백 일 동안 행정관을 점거해 학교 행정에 차질을 빚은 행위는 목적이 어떻든 정당화되기 어렵다고 주장한 바 있다. 교수 사회에선 잘못에 대해 합당한 처벌을 내리는 것이 교육적 차원에서 중요하다며 징계 해제 자체에 반대하는 목소리가 나오기도 했다. 하지만 법원에서 가처분이 인용돼 징계 효력이 일시적으로 정지된 이후, 성낙인 총장은 학내 구성원 간의 신뢰회복을 위해 징계 해제를 약속했고, 지난해 12월 5일 “교육자적, 학자적 고민에 따라 징계 해제를 결단했다”며 징계 해제를 발표했다.

그러나 징계가 무효인지를 따지기 위한 법정 공방이 지속되는 상황에서 이같은 결단의 의의는 퇴색되고 있다. 학생들은 징계 해제에서 나아가 징계위원회가 내린 징계 결정 자체를 철회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반면 본부는 한 번 내려진 징계 처분을 타당한 사유 없이 철회할 수는 없다는 원론적인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이에 따라 본부와 학생들은 현재 진행 중인 징계 처분 무효 확인 소송의 결과만을 기다리고 있는 형편이다. 이런 대치 상황 속에선 법원의 결정이 어떤 것이든 상대방은 그 결정에 불복할 것이고 항소하게 되면 소송이 길어질 가능성도 있다.

최종 판결이 나올 때까지 양측은 모두 소모적인 싸움을 지속할 수밖에 없다. 최종 승자가 누구든 이 소송에서 진정한 승자는 존재하지 않을지도 모른다. 『논어』 「안연(顔淵)」편에 “공자께서 말씀하셨다. 송사를 듣고 처리하는 일은 나도 남만큼은 할 수 있다. 그러나 반드시 송사가 없도록 해야 할 것이다”(子曰 聽訟 吾猶人也 必也使無訟乎)라는 말이 나온다. 지성의 전당인 대학에서 소통과 협력, 대화로 갈등을 해결하지 못하고 학내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법정으로 가져가서 해결해야 하는 작금의 상황이 안타깝기 이를 데 없다. 갈등이 있을 때 법의 판단에 기대는 것은 쉬운 일이지만 대학 내에서 그런 일이 일상화되는 것이 꼭 바람직한 일만은 아닐 것이다. 본부는 학생들에게 먼저 대화를 제안하고, 학생들도 이에 적극적으로 응해야 한다. 이로써 법정에서 벗어나 자율적인 갈등 해결을 도모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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