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성원의 생생한 참여로 살아나는 협동조합
구성원의 생생한 참여로 살아나는 협동조합
  • 서은혜 기자
  • 승인 2018.03.25 06:0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특집 | 생활협동조합의 현황과 발전 방향을 짚어보다

서울대 구성원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생활협동조합(생협)에서 운영하는 ‘느티나무 카페’에서 음료를 마시고 학생회관 식당에서 밥을 먹어봤을 것이다. 생협은 홈페이지에서 “대학 내의 경제적·문화적 문제를 함께 풀어나가기 위해 조직됐으며 학내 구성원의 자발적 참여와 민주적 협동으로 운영된다”고 밝히고 있다. 그러나 학내 구성원 중 생협이 어떻게 운영되는지 아는 사람이 드물고 학내 구성원 사이에서 생협의 발전 방향도 활발히 논의되지 않고 있다. 이에 『대학신문』은 현재 학내 구성원이 잘 모르는 생협의 운영 방식을 알아보고 앞으로의 생협이 나아갈 방향을 고민해보고자 한다.




서울대 생협을 소개합니다

◇수치로 본 서울대 생협=학내 구성원인 교원, 직원, 학생은 1좌(1만원) 이상의 출자를 통해 생협의 조합원이 될 수 있으며, 조합원 탈퇴 시 출자금은 환급된다. 2017년 12월 기준 생협의 조합원 수는 8,811명이며 이 중 학생이 7,256명으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한다. 2012년 생협 조합원 수는 2,045명에 불과했지만 조합원 수 확대를 위한 특별 위원회를 구성하는 등의 노력을 통해 조합원 수가 늘어났다. 생협 이웅기 총무팀장은 “특히 2016년에 조합원을 대상으로 느티나무 카페 음료를 10% 할인하는 정책을 시행한 이후 조합원 수가 급격히 증가했다”고 밝혔다.

생협의 사업장은 크게 본부사업장과 지사업장으로 나뉜다. 본부사업장은 식당, 카페 및 문구점 등 학내 구성원이 주로 이용하는 시설을 운영하며, 지사업장은 호암교수회관에서 객실, 식음, 예식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본부사업장은 식당 및 느티나무 카페 등의 26개소를 직영으로 운영하고, 나머지 32개소는 위탁으로 운영하고 있다. ‘투썸플레이스’ ‘할리스’ ‘파스쿠찌’ 같은 프랜차이즈 매장도 생협과 위탁 계약을 맺은 업체가 운영한다. 생협 김인옥 경영지원실장은 “저렴한 가격에 식음료를 제공하는 식당이나 느티나무 카페도 필요하지만 구성원의 다양한 요구를 만족시키기 위해 위탁 운영도 하고 있다”며 “외부업체를 선정할 때 구성원 할인 등의 학내 복지를 위한 조건도 제시한다”고 밝혔다.

생협은 학내 구성원의 복지를 위해 만들어진 조직으로 판매를 통해 얻은 이익을 학내에 환원하고 있다. 생협의 영업 이익 중 대부분은 발전기금에 출연되고 1~2억원 정도는 이익잉여금으로 적립된다. 김인옥 실장은 “한 해 수익이 어느 정도인지에 따라 발전기금에 출연할 수 있는 금액이 달라진다”며 “이익잉여금은 결산 결과 손실금이 발생하면 이를 보전하기 위해 적립해 놓는 것”이라고 밝혔다. 생협은 매년 10억원 내외의 금액을 발전기금에 출연하며, 이 중 대부분은 후생복지기금과 시설투자비로 사용된다. 장학복지과는 “원가가 2,200원인 천원의 식사에서 발생하는 손해는 대부분 생협이 발전기금에 출연한 후생복지기금으로 충당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외에도 식당, 카페, 문구점에서 진행하는 구성원 및 조합원 할인 등의 고객 혜택의 비용은 매년 50억원 내외로 집계된다.

◇학내 구성원에게 열린 문=생협의 특이점은 학내 구성원이 직접 운영의 주체로 참여한다는 것이다. 생협의 의사결정 기관으로는 이사회, 운영위원회, 대의원총회가 있으며 모두 교원, 직원, 학생으로 구성돼 있다. 이사회에서는 부총장과 학생처장이 이사장과 부이사장을 맡고 교원 6인, 직원 2인, 학생 5인이 이사를 맡아 생협의 주요 사안을 논의하고 의결한다. 또한 110명 내외의 대의원은 교수협의회, 총무과, 학생위원회 등의 구성단위별 대표기구에서 추천한 교수, 직원, 학생 및 생협 직원으로 구성된다. 대의원총회는 매년 3월 중순에 열리며 예·결산 및 사업계획 등을 승인하고 안건에 관해 논의한다.

생협에는 학내 구성원에게 생협을 홍보하고 학내 구성원의 의견을 수렴하는 생협 학생위원회가 있다. 매 학기 15명 내외의 학생들이 생협 학생위원회에서 활동하며 교내 구성원의 복지 증진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학생위원은 식당 및 매점에 대한 구성원의 의견 수렴, 메뉴개발대회 심사위원 활동, 축제 부스 운영 등의 역할을 한다. 지난해 생협 학생위원장으로 활동한 김민정 씨(노어노문학과·15)는 “학생위원회는 생협의 집행기구로서 학내 구성원을 위한 다양한 사업을 기획해 제안한다”며 “실제로 느티나무 카페 조합원 10% 할인도 전 학생위원장의 건의로 이뤄진 사항”이라고 밝혔다. 이어 그는 “가장 최근에는 공대간이식당(30-2동)과 제1공학관 식당(301동)의 위탁 업체 선정 미팅에 참여했는데 학생들의 의견을 대표해서 전달하고, 그것이 실제로 반영됐다는 점에서 큰 보람을 느꼈다”고 말했다.



내겐 너무 낯선 생협

느티나무 카페에서 조합원 할인 정책을 시행한 뒤 학내에서 생협의 인지도가 높아졌지만, 대부분의 학내 구성원은 생협이라는 이름만 알 뿐 생협이 어떤 조직인지는 모르는 경우가 많다. 올해 신입생으로 입학한 이희원 씨(독어독문학과·18)는 “입학 후 생협에 대한 설명을 들어본 적이 없고, 조합원 가입 안내도 받은 적이 없다”고 밝혔다. 학생들이 생협의 운영에 직접 참여할 수 있는 통로인 학생위원회도 홍보가 잘 되지 않고 있다. 김민정 전 생협 학생위원장은 “학생위원회는 동아리가 아니기 때문에 동아리 소개제에서 홍보할 수도 없다”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조합원으로 가입한다고 해도 생협이 어떻게 운영되는지 알기 어려운 건 마찬가지다. 조합원으로 가입한 B씨는 “명절 선물 구매 안내 메일이 오는 것 외에 따로 생협의 운영 정보를 받지는 못한다”며 “조합원이지만 사실 생협이 무슨 일을 하는지는 잘 모른다”고 말했다. 생협은 정보 공개의 차원에서 아시아연구소(101동) 6층에 위치한 사무실에 이사회 및 대의원총회의 회의록, 회계장부 등을 비치해뒀지만 이를 알고 있는 조합원은 드물다. 이에 2017년도 대의원총회에서는 홈페이지에 정보를 공개하는 것을 논의했으나 시행되지 않았다. 김인옥 실장은 “생협 홈페이지에 자료를 공개하면 조합원이 아닌 불특정 다수가 볼 수 있다”며 “조합원만 접근할 수 있는 홈페이지를 따로 만드는 것도 예산이 많이 필요하기에 무산됐다”고 말했다.

생협의 운영에 무관심한 조합원이 많다는 것도 문제로 지적된다. 모든 조합원이 참여하는 총회 대신 열리는 대의원총회마저 매년 정족수 부족으로 성사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김인옥 실장은 “대의원 과반수의 출석으로 개회되는 대의원총회는 매번 가까스로 정족수를 넘겨 성사된다”며 “대의원들의 참여를 독려하기 위해 생협에서 직접 대의원들에게 연락을 돌리기도 한다”고 밝혔다. 이동현 전 학생이사(자유전공학부·13)는 “조합원이 전자투표로 대의원을 선출하는 안건이 대의원총회에서 통과됐으나 의결 당시 대의원이 31명으로 의결 정족수가 부족해 부결 처리됐다”며 “학내 구성원이 생협의 운영에 관심을 가져야 구성원이 원하는 생협을 만들어나갈 수 있다”고 아쉬워했다.

학생들이 조합원으로서의 정체성을 느낄 수 있는 통로가 마련돼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다. 생협은 현재 조합원들의 출자금으로 운영되고 있지 않으며 조합원에게 잉여금을 배당하지 않고 있어 학생들이 조합원으로서의 정체성을 느끼기 어렵다. 김인옥 실장은 “‘소비자생활협동조합법’에 따라 납부출자금에 대한 배당비율은 시중금리 수준 이내로 해야 하기에, 1좌(1만원)를 출자한 조합원에게는 100원 정도 배당된다”며 “배당은 의미가 없기 때문에 조합원 혜택으로 배당을 대신했다”고 밝혔다. 또한 경희대 생협에서 주기적으로 학부생을 위한 ‘사회적 경제 교육 프로그램’을 마련하거나 학생 조합원 송년회를 개최하는 것과 달리 서울대 생협에는 조합원을 위한 교육 프로그램이 없다. ‘전국학교사회적협동조합연합회’ 주수원 사무총장은 “조합원이 조합원으로서의 정체성을 가질 수 있도록 대학 내 협동조합 교육 및 활동이 적극적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한양대 ‘키다리은행’이나 상명대 ‘안마디’ 레스토랑처럼 학생들이 협동조합을 직접 창업하는 프로그램도 좋은 사례”라고 덧붙였다.



직영과 위탁의 사이에서

최근 생협이 직영으로 운영하던 감골식당(101동)과 중앙도서관 매점이 외부업체 위탁 운영으로 전환되면서 외부업체 위탁이 증가하는 것에 관해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대학교육연구소’가 2015년도에 발표한 대학 내 외부업체 현황에 따르면, 서울대에 입점한 외부업체는 65개로 어떤 대학보다도 많았다. 지난 14일(수) 사회대 학생회는 학생 250인의 서명을 받아 학내 구성원의 이익을 침해하는 학내 상업화의 대안을 마련하고, 생협 시설의 외부업체 전환 여부에 대한 학생의 결정권을 보장할 것을 요구하는 대자보를 붙이기도 했다.

생협은 학내 구성원의 복지를 고려해 생협 내 기구에서 의견을 모아 외부업체 입점을 결정해 왔다는 입장이다. 생협 이규선 FS사업본부장은 “감골식당의 경우 할랄 식단 제공이 대학의 정책적 사업으로 정해진 후 집행이사, 복지과장, 학생위원장이 참여하는 생협 운영위원회에서 위탁 운영 여부와 업체 선정을 논의했다”며 “최근 제1공학관 식당의 위탁 업체 선정 때는 공대 학생회를 통해 학생들의 의견을 듣기도 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생협이 식당 및 매점의 위탁 운영을 결정하고 업체를 선정하는 데 있어 학내 구성원의 의견이 잘 반영되지 않는다는 비판은 계속되고 있다. 생협은 학생위원회를 통해 식당 이용자를 대상으로 이용 만족도 설문조사를 진행하고 있지만 이를 통해 학내 구성원의 구체적인 의견을 듣기는 어렵다. 이규선 본부장은 “설문 항목이 길면 이용자들이 참여하지 않기 때문에 5개 내외의 문항으로 구성된 간단한 설문지를 만들고 있다”며 “전체 구성원의 다양한 의견을 자세히 듣기는 어려운 것이 사실”이라고 밝혔다.

한편 생협이 직영하는 식당의 최근 이용자 수가 계속 감소하고 있어 경쟁력을 강화할 대책 또한 시급한 상황이다. 지난해 식당 이용자 수는 2013년에 비해 약 50만명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위의 그래프) 이웅기 총무팀장은 “특히 저녁 식사의 이용자 수가 심하게 감소했다”며 “생협에서도 이용자 수 감소 원인을 분석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식당에서의 적자는 느티나무 카페 및 매점의 수익이나 기타매장의 수익으로 충당하고 있다. 김인옥 실장은 “위탁업체로부터 받는 수수료는 식당 부분의 적자를 메꾸는 데 큰 도움이 된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생협이 수익을 창출하면서도 학내 복지를 증진하기 위해서는 직영 식당과 카페의 경쟁력을 높여야 한다고 조언했다. 주수원 사무총장은 “외부업체 위탁은 장기적으로 봤을 때 학생들의 복지를 침해한다”며 “물론 학생들의 선택권 보장을 위해 다양한 식당이 많아지는 것도 중요하지만, 가격 부담 없이 먹을 수 있는 식당이 유지되는 게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생협이 경쟁력을 갖기 위해서는 메뉴에 학내 구성원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반영하고 외부인 이용자의 만족도를 높이기 위한 노력도 계속해나가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2013년도와 2014년도에 생협 집행이사로 일한 김영오 교수(건설환경공학부)는 “효율과 수익만 따지다 보면 복지가 줄어들고 이는 특히 학생들의 식생활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것”이라며 “느티나무 카페와 같이 가성비 좋은 식당과 매점이 많이 개발돼야 한다”고 전했다.

생협이 살아야 학내 복지가 살 수 있다. 생협이 운영에 어려움을 겪을수록 학내 구성원을 위한 복지는 축소될 수밖에 없다. 현재 생협 식당 이용자 수 감소와 물가 및 인건비 상승으로 식당 적자 폭이 더욱 커졌고 생협은 식당 및 카페의 적정가격을 검토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구성원이 원하는 생협을 만들기 위해서는 구성원의 적극적인 참여가 필수적이다. 생협이 학내 복지를 해치지 않고 수익을 창출할 방안을 마련할 수 있도록 생협은 학내 구성원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는 통로를 더 마련하고, 학내 구성원은 생협의 운영에 관심을 두고 의견을 내야 할 것이다.

삽화: 강세령 기자 tomato94@snu.kr

레이아웃: 이문영 기자 dkxmans@snu.kr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