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드론, 이제는 하늘에 떠야 할 시간
한국의 드론, 이제는 하늘에 떠야 할 시간
  • 이현정 기자
  • 승인 2018.04.01 05:2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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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 | 한국 드론 연구의 현황과 한계를 짚어보다

지난 2월 강원도 평창군에서 제23회 동계올림픽이 개최됐다. 1988년 서울하계올림픽 이후 30년 만에 대한민국에서 개최된 최초의 동계올림픽인 만큼 많은 사람들의 이목이 쏠렸다. 무엇보다 평창올림픽에서 사람들의 관심을 끈 것은 개회식에 등장한 ‘드론쇼’였다. 1,218대의 드론이 빛을 내며 비둘기와 스노보드를 타는 사람 형상을 비롯해 오륜기까지 만들어낸 장면은 한국뿐만 아닌 전 세계에 깊은 인상을 남겼다. 드론쇼 직후 한국 네티즌들은 드론쇼를 가능케 한 한국 과학기술에 감탄했다. 그러나 실상을 밝혀보니 해당 쇼는 반도체 기업 ‘인텔’이 기획하고 준비해 한국 기술이 쓰인 것은 아니었다. 이는 왜 한국이 드론쇼를 기획할 수 없었는지에 대한 의문으로 이어졌다. 『대학신문』에서는 이번 평창 드론쇼에 쓰인 기술을 알아보고, 국내 드론 연구 한계점을 짚어보고자 한다.

1,218대의 드론쇼, 한국은 불가능했을까

인텔의 드론쇼 직후 드론쇼에 ‘RTK’(Real Time Kinematic) ‘클라우드 비행 기술’을 비롯한 여러 신기술이 적용됐다는 기사가 쏟아져 나왔다. 다양하고 복잡한 기술이 필요한 듯 보이지만 전문가들은 드론쇼의 핵심 요소를 단 한 가지로 일축했다. 각 드론의 위치·시간 정확도다. 위성항법사업체 ‘두시텍’ 정진호 대표는 “다수의 드론에 명령을 주기 위해선 각 드론이 ‘알고 있는’ 시간이 같아야 한다”고 말했다. 시간이 다르면 특정한 시간에 일정 행동을 명령해도 다수의 드론이 전부 다르게 움직일 수밖에 없다. 드론의 위치도 마찬가지다. 탁민제 교수(KAIST 항공우주공학과)는 “각 드론이 자신의 위치를 정확하게 아는 것이 제일 중요하다”며 “자신의 위치를 모르면 특정 좌표를 지정해도 드론이 이동하지 못한다”고 말했다.

드론의 위치·시간 정확도를 높이기 위한 기술은 많지만, 인텔이 구체적으로 어떤 기술을 썼는지에 대한 의견은 분분하다. 많은 기사에선 인텔이 RTK를 사용했다고 언급했지만, 정진호 대표는 DGPS(Differential Global Positioning System)를 썼을 것이라고 반박했다. RTK는 드론이 위성으로부터 받은 위치 정보를 지상에 있는 기지국에 보내 기지국이 위치 보정을 한 후 다시 드론에 위치 정보를 보내는 방식으로 이 과정에서 데이터양이 크게 증가한다. 반면 DGPS의 경우 지상의 기지국이 위치정보를 파악 및 보정한 후 일방적으로 드론에 위치 정보를 보내므로 자연스레 드론이 송수신하는 데이터양이 줄어든다. 한편 탁민제 교수는 “인텔이 자체 GPS 시스템을 사용했을 것”이라 언급했다. 탁 교수는 “DGPS는 드론에 신호를 계속 보내줘야 한다”며 “이는 복잡한 계산과 많은 전력 소모로 이어진다”고 말했다. 그는 인텔이 일정 지역에서만 쓸 수 있는 지엽적 GPS를 자체적으로 만든 것으로 추측했다. 지엽적 GPS에선 위치를 계산해야 할 범위가 한정돼 각 드론에 계속 위치 정보를 보정해서 송신할 필요가 없어진다. 탁 교수는 “드론 내에서 위치 정보를 계산할 수 있으면 시스템이 훨씬 단순해지고 데이터양이 적어진다”고 말했다. 데이터양이 적어지면 작은 통신망으로도 수많은 드론을 조종할 수 있다. 따라서 많은 데이터양을 소화하는 5G 통신망을 쓸 필요가 없다. 전문가들은 인텔이 자체 와이파이를 썼을 것으로 추측했다. 실제로 인텔 드론 라이트쇼 나탈리 청 그룹매니저는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드론쇼에선 시중에서 흔히 쓰이는 2.4GHz 기반 와이파이를 사용했다고 밝혔다.

이처럼 인텔의 드론쇼를 가능하게 했던 핵심 기술들이 ‘신기술’이라 보기는 어렵다. 정 대표는 “DGPS, RTK 등은 이미 다 나와 있는 기술”이라 말했다. 사실 한국 내 드론 기술은 인텔의 드론쇼를 할 수 있을 정도로 충분하다는 것이다. 물론 드론쇼를 진행할 때는 기술적 측면 외에도 강풍·눈바람 등 날씨 문제도 있지만 인텔은 미리 녹화한 장면을 방송하며 드론쇼를 성공적으로 성사시켰다. 심현철 교수(KAIST 항공우주공학과)는 “드론쇼를 생방송으로 했다면 날씨 문제 등으로 어려웠겠지만, 미리 영상 찍은 걸 보여주는 것이었다면 한국도 할 수 있었다”며 아쉬움을 표했다. 또한 드론이 실제로 위치를 바꿔가며 현란하게 움직인 것이 아니라는 의견도 제기됐다. 정진호 대표는 “모기장처럼 드론을 늘여놓고 형상이 움직이는 모양을 따라 불을 켜고 끄는 것”이라며 “눈을 착각하게 한 측면이 분명 있다”고 말했다.

‘두시텍’ 정진호 대표는 “국내에서 드론 부품 생산과 완제품 조립 공정을 전부 진행하는 곳은 두시텍밖에 없다”고 말하며 한국 드론 산업이 더디게 발전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발전하는 기술 뒤편 아쉬운 한국 R&D 사업

기술력이 충분하다면 한국이 자국에서 열린 올림픽에 자국 드론을 띄우지 못한 것에 대한 의문이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일각에서는 정부의 엄격한 규제가 드론 산업·기술 발전을 막고 있다는 의견이 제기됐다. 탁민제 교수는 “우리나라에서 드론을 날리려면 복잡한 사전절차를 거쳐야 한다”고 말했다. 반면 정진호 대표는 규제보다 정부의 R&D 사업 자체의 문제가 더 크다며 “R&D 사업이 상용화될 수 없는 기술만 강조한다”고 지적했다. 현재 R&D 사업은 단순 부품(1세대), 기술(2세대)을 만들어내고 로드맵(3세대)을 짜는 것을 넘어서서 기업의 사업전략과 연관해 연구하는 R&BD(4세대), 소비자의 요구를 제품으로 실현하는 R&SBD(5세대)로 넘어가고 있다. 정 대표는 “한국은 여전히 시장 가능성에 대한 로드맵을 짜는 3세대에 머물러있다”고 말했다. 기술의 이론에만 치중해 기술이 상용화되는 4세대, 5세대로 넘어가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한국 R&D 사업 연구 유사·중복성 검토 시스템의 문제도 제기됐다. 현재 한국에선 시스템 상 한번 개발된 기술은 다시 연구하기 어렵다. GPS 위성 개수가 그 예다. 위성 개수가 많을수록 GPS의 위치 오차가 적어지기 때문에 위성 개수를 늘려가며 위치 정확도를 실험하는 ‘최적화’ 과정이 드론 연구에 필수적이다. 정 대표는 “중국은 64개의 위성으로 실험한 반면 한국은 20개 정도밖에 실험하지 못했다”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심현철 교수는 드론 연구의 창의성이 부족한 것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심 교수는 “드론을 이용한 새로운 시도나 재밌는 생각이 부족하다”고 말했다. 그는 “드론의 시작은 장난감이었다”며 “여기서 드론을 이용해 택배를 보내거나 사진을 찍어보자는 새로운 생각으로 이어진 것”이라고 강조했다. 심 교수는 엘론 머스크를 재밌고 새로운 시도의 좋은 예로 들었다. 그는 지난 2월 자신의 전기 자동차를 실은 로켓을 우주에 발사했다. 정진호 대표도 엘론 머스크의 시도를 언급했다. 정 대표는 이 시도가 “기술이 세상에 전부 공개되고 더욱 발전하는 상황에서 ‘다음’을 준비하는 것”이라 평했다. 정 대표는 한국에서는 ‘다음’을 생각하지 않고 현재 개발한 것에만 안주하고 있다며 아쉬움을 드러냈다.

정부의 R&D 사업, 기업의 투자 문제 등 드론 산업을 방해하는 요소가 많지만 그렇다고 한국이 드론 산업에 있어 발전할 가능성이 없는 것은 아니다. 심현철 교수는 “드론 산업에 대한 투자비용이 미국보다는 적지만 한국도 국가 규모에 비해선 많이 투자하고 있는 편”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정부 투자로만 드론 산업을 이끌어나가기는 어렵다. 심 교수는 “드론 개발에는 당연히 자본이 필요하다”며 “대기업에 도움을 요청했지만 결국 들어주지 않았다”고 기업의 무관심을 지적했다. 그럼에도 드론 산업에 투자를 계속해야 하는 이유는 이 산업의 잠재적 가능성에 있다. 방제작업, 물류유통, 공간정보와 화재·군용 등 특수목적뿐만 아니라 예술 분야 등 드론이 쓰일 수 있는 분야는 무궁무진하다. 인텔의 드론쇼는 그 무궁무진함을 알리는 시발점이었다. 여전히 부족하고 갈 길이 멀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지만, 언젠가 한국이 만들어낸 수천 대의 드론이 하늘을 아름답게 꾸밀 날이 올 것을 기대해 본다.

사진: 박성민 기자 seongmin41@snu.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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