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9일 인문대 8동 101호에서 2018년 상반기 전체학생대표자회의(전학대회)가 열렸다. 오후 7시로 예정됐던 전학대회는 오후 8시 11분 재적 대의원 133명 중 77명이 출석해 정족수인 67명을 넘기며 개회됐다. 이번 전학대회에선 총학생회(총학) 총노선 수정안, H교수 파면을 위한 결의안 등의 논의 및 의결안건과 함께 2개의 보고 안건, 11개의 인준 안건과 16개의 심의 안건이 다뤄졌다. 하지만 시간이 지연돼 몇 가지 논의 및 의결안건은 다뤄지지 않은 채로 전학대회는 중도폐회됐다.

총학 총노선은 △총학이 지향하는 바 △앞으로 계획 중인 복지 사업 △사회 문제를 어떻게 인식하고 있는지에 대한 내용을 다뤘다. 총노선을 발제한 박성호 부총학생회장(자유전공학부·13)은 “지난해 시흥캠퍼스 투쟁 과정에서 총학은 본부의 2월 대타협안 제안을 이끌어내고, 거버넌스 참여 문제를 공론화하는 등 같은 많은 성과를 이뤘다”면서도 “하지만 정세판단에 실패하고 강경 투쟁만을 이어나간 결과 총학에 대한 학생들의 관심이 떠나가는 결과를 낳았고 기획위원회 참여, 이사회 참관 같은 성과를 얻을 기회를 놓쳤다”고 평했다. 이밖에도 총노선에는 총학이 학생들의 관심과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 복지 사업에 힘쓰겠다는 내용과 권력형 성폭력 문제, 군 인권 및 장애 인권 문제에 대해 어떤 기조로 대응해나갈 것인지도 설명돼 있다.

그러나 총노선에 대한 찬반토론에서는 반대 발언이 주를 이뤘다. 사회복지/한길반 이승준 학생회장(정치외교학부·16) 역시 “학생사회가 마주한 본부의 기만과 폭력, 약속 불이행에 대해서도 분명한 비판을 남겨야 하는데 단순히 학생들만 잘못했다는 반쪽짜리 평가가 있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학생·소수자인권위원회(학소위) 백지은 위원장(정치외교학부·16)은 “총노선이 인권에 대한 큰 기조 없이 몇몇 인권 관련 사안에 대해서만 다루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후 진행된 찬반투표 결과 총노선은 재적 83단위 중 찬성 8단위, 반대 36단위, 기권 39단위로 부결됐다.

‘H교수 파면을 위한 결의안’은 재적 67단위의 만장일치로 의결됐다. 결의안에는 행정관 앞에서 천막농성 중인 ‘사회학과 H교수 인권폭력 사건 대응 학생연대’ 에 대한 지지와 본부에 △성폭력 대응과 징계절차 정비를 위한 협의기구 개설 △늑장징계 사과 △교원징계규정 신설 △H교수 파면을 요구하는 내용이 담겨 있다. 학소위 백 위원장은 “이전의 갑질 교수에 대한 파면 조치는 검찰 조사와 기소 등 법적 절차와 함께 진행됐기에 H교수 사건이 학교 내 인권센터와 징계위원회가 제대로 작동할 수 있는지 볼 수 있을 최초의 사례라고 생각한다”며 “H교수 사건은 성폭력뿐만 아니라 교수와 학생 간의 권력 관계에 의한 노동 착취, 폭언 등이 포함된 종합적 사건인 만큼 선례를 잘 남겨야 한다”고 말했다.

이외에도 전학대회에서 제60대 총학 중앙집행위원회 구성 보고 및 총학 활동보고가 이뤄졌으며, 산하 기구 활동 계획과 예결산안 등이 논의됐다. 이번 전학대회에서는 △대학행정자치연구위원회 △문화자치위원회 △학소위 △총학생회칙 및 세칙 개정 특별위원회 △인권가이드라인특별위원회 △시흥캠퍼스 대응 특별위원회의 활동 계획 및 예·결산 내역, 자치언론기금 활동 보고 및 계획, 자치도서관 예결산 내역, 자치언론기금 결산 내역이 인준됐으며, 자치도서관 활동 보고 및 계획, 자치언론기금 예산 내역은 부결됐다. 이번 전학대회에서 다루지 못한 회칙 개정안과 2017년 회계감사위원회 감사내역 등은 5월 중 열릴 임시전학대회에서 다시 논의될 예정이다.

한편 사범대 학생회는 이번 전학대회에서도 불거진 의결권 복수인정 문제가 민주주의의 원칙을 훼손했다며 전학대회 보이콧을 선언했다. 지난 전학대회에 이어 동아리연합회 연행예술분과장을 겸임하고 있는 음대 조수황 학생회장(국악과·16)의 의결권 문제가 다시 한번 논란이 된 것이다. 지난 전학대회에서는 조수황 학생회장의 의결권을 2개로 인정한 바 있다.(인터넷 『대학신문』 2017년 12월 30일자) 그러나 사범대 이재순 학생회장(사회교육과·15)은 “한 사람이 두 개의 다른 의결권을 가진다고 하는 것 자체가 민주주의의 원칙과 회의의 정당성에 어긋난다”며 이번 전학대회에서 다시 한번 문제를 제기했다. 음대 조수황 학생회장은 “두 단위 모두에서 한 명의 대표자가 각 단위를 대표하는 데 문제가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에 의결권을 박탈할 근거가 없다”고 반박했다. 짧은 논의 후 조수황 학생회장의 의결권 둘 모두를 인정하는 안에 대한 투표가 진행된 결과 찬성 62단위 반대 26단위 기권 6단위로 중복투표가 허용됐다.

전학대회 이후 사범대 학생회는 전학대회를 규탄하는 입장문을 발표했다. 사범대 학생회는 △전학대회 대의원들에게 평등한 1인 1표 부여 △중복의결권 문제를 왜 해결하려고 하지 않는지에 대한 해명 △대의원의 질의를 무시하고 막무가내로 진행한 전학대회 절차에 대한 해명을 요구했다. 신재용 총학생회장은 이에 대해 “사범대 학생회의 의견도 이해할 수는 있지만, 작년 12월 전학대회와 이번 전학대회에서 민주적 절차를 거쳐 결정된 사안이고 회칙 개정을 통해 해결해야 할 문제”라며 “전학대회 자체에 대해 보이콧을 선언한 점은 아쉽다”고 입장을 밝혔다.

사진: 박성민 기자 seongmin41@snu.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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