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신문』 1960호엔 최근 법정 공방으로 이어진 학생 징계 사태에 대한 사설이 실렸다. 학내 갈등이 소송으로까지 불거진 데 안타까움을 표하고 본부와 학생들에게 ‘대화를 통한 해결’을 촉구하는 내용이었다.

해당 사설만 읽으면 마치 본부와 학생 양쪽 공히 대화를 거부해 현재 상황을 낳은 듯 보인다. 더구나 징계처분 무효 확인 소송은 학생들이 원고가 돼 제기한 것이므로 지금의 갈등 상황에는 학생들도 책임이 있다는 것으로 들리기 쉽다.

그런데 ‘징계 대상 학생들이 대화를 통한 해결을 시도하지 않고 법정으로 가져갔다’는 묘사는 공정한 서술일까? 지금까지 대화를 거부해온 쪽이 누구인지를 보면 진실은 금방 드러난다. 지난해 7월 시흥캠퍼스 관련 갈등을 해소하고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 만들어졌다는 협의회에서, 본부는 징계 철회 문제를 논의 테이블에 올리는 것조차 거부했고 결국 중징계를 강행했다. ‘신뢰회복’을 위해 협의회에 임한다면서 동시에 뒤에서는 징계를 추진했던 셈이다. 징계 과정에서도 학생과의 소통이나 교육적 배려는 전혀 없었다. 학생들은 징계위원회 장소조차 알지 못한 채로 일방적으로 결정된 징계 결과를 통보받아야 했다.

징계의 절차적·내용적 부당함을 인정한 법원의 가처분인용 판결 이후에도 본부는 소송에 계속 임해 법정 다툼을 이어가겠다는 입장을 밝혀왔다. 지난해 12월 성낙인 총장이 교육자적 결단이라며 징계를 해제하겠다고 ‘통 큰’ 결정을 내렸지만, 이 또한 『대학신문』 1959호 “징계 철회라는 개념 자체가 있을 수 없다”며 학생처장의 입으로 다시 뒤집었다. 징계 자체가 아니라 ‘잔여 효력’만 소멸시키는 징계 해제는 담당 판사조차 “이런 사례를 본 적이 없다”고 말할 정도로 괴이하지만, 법정 싸움을 감행해서라도 징계 기록을 남기겠다는 의지를 보인 셈이다. 자, 소통을 거부하고 신뢰를 배반한 것은 어느 쪽인가?

진정으로 필요한 것은 성낙인 총장 자신이 했던 징계 철회의 약속을 지키는 책임이다. 성 총장은 이미 지난해 10월 국정감사에서 학생 징계 철회를 통해 소송을 끝내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징계 해제는 총장 직권으로 이루어진 것이라 자신들 마음대로 해석할 수 있다는 본부의 주장대로라면, 총장 직권으로 징계의 완전한 취소를 결정하는 것 또한 불가능할 이유가 없다. 학생들이 줄곧 주장해왔던 것처럼, 본부가 약속대로 징계를 철회한다면 소송 자체가 무의미해진다. 법원의 가처분인용 판결과 자신의 약속조차 무시하고 ‘법정에서 다투겠다’는 성낙인 총장의 불통이야말로 사태 악화의 주범이다.

법의 판단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이 현실에 가장 큰 안타까움을 느끼고 있는 건 바로 나를 포함한 열두 명의 징계 대상자들이다. 그러나 문제는 그 책임이 누구에게 있는가다. 대화와 소통을 차단당한 학생들에게 책임을 물을 수는 없다. 기계적 중립의 관점에서 양쪽에게 “법정 다툼보다 대화”를 촉구하는 것은 편리할지는 몰라도 사태의 진실을 올바르게 보여주지는 못한다.

김상연
사회학과·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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