삽화: 권민주 기자 kmj4742@snu.kr

지난 6일(목) 법원은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징역 24년, 벌금 180억 원의 중형을 선고했다. 검찰에서 제시한 18개 혐의 중 일부 혐의를 뺀 혐의 대부분이 유죄로 인정됐다. 아직 1심 판결이긴 하지만 재작년부터 이어진 국정농단 사태에 대한 판결이 일단락 지어진 것이다. 청와대에선 “기억하지 않는 역사는 되풀이된다. 오늘을 잊지 않겠다”는 말을 남겼다. 정치권에서도 대체로 인과응보나 사필귀정이라는 반응을 보이며 조금씩 차이는 있으나 대부분 이번 사건을 거울삼아 다시는 이런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식의 견해를 밝혔다. 하지만 자유한국당(한국당)은 반성보다는 재판이 생중계된 점에 대해 비판했고 문 대통령에 대한 경고를 보냈다.

한국당의 이번 판결에 대해 이런 식의 반응을 내놓은 것에 대해선 안타까울 따름이다. 물론 이번 판결을 누구보다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할 주체는 현재 살아있는 권력, 즉 현 정부와 대통령인 것이 맞다. 그러나 전 정부의 국정농단 책임에서 결코 자유로울 수 없고 일부는 깊숙이 관여되기까지 했던 그들이, 이번 판결의 반응으로 자신들이 저지른 일에 대한 반성은 쏙 빼놓은 채 사건의 본질과는 떨어져 있는 재판 생중계 건에 대한 비판과 현 대통령에 대한 경고만을 말했다는 것은 이제 국정농단 사태와 자신들은 관계없고 반성할 것도 없다는 식의 태도로 봐도 이상하지 않다.

이런 반응에 더해 선고 다음 날인 7일 한국당 홍준표 대표는 이번 판결에 대해 “전 국민에게 사랑받던 공주가 한순간에 마녀로 바뀔 수 있는 게 정치”라는 언급을 했다. ‘공주’나 ‘마녀’ 등의 단어 선정 적절성에 대한 논의는 차치하더라도 홍 대표의 이런 말에 대해 그렇다면 민주주의 국가인 대한민국에서 국민에 봉사해야 할 정치인, 대통령을 국민 위에 군림하는 공주, 더 나아가 여왕으로 만든 건 도대체 누구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생각할 것도 없이 당시 새누리당, 지금의 한국당을 구성하는 면면들이다. 자신들의 정치적 이익을 위해 권력 뒤에 줄 서서 졸졸 따라다니며 누가 더 가까이 줄 서냐에만 혈안이 돼 그 권력이 잘못된 길로 들어서건 말건 경고 신호를 보내기는커녕 오히려 거기에 올라타 부추겼던 그들이 바로 지금의 박근혜 전 대통령을 만든 주요 당사자다. 그런 국정농단의 당사자인 한국당이 이번 판결의 의미와 자신들을 분리하는 듯한 반응을 보인다는 것은 앞서 말한 안타까움을 넘어 실망과 경멸의 감정마저 불러일으키게 한다.

얼마 전 한국당은 총리의 국회 선출을 주요 골자로 한 개헌안을 내놓았다. 명분은 대통령의 권력을 국회로 일부 분산시켜 제왕적 대통령제를 극복한다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전 대통령이 줄줄이 구속되고 실형을 받는 일도 줄어들 것이라는 것이 그들의 주장이다. 하지만 지금 한국당의 지난 국정농단 사태에 대한 태도를 봐선 전혀 기대되지 않는다. 지난 국정농단에 대한 진정한 반성과 성찰이 보이지 않는 한 그들은 똑같은 행동을 반복할 수밖에 없다. 만약 그들이 원하는 방식의 권력 구조로 개헌이 되고 한국당 출신의 국회 선출 총리가 탄생한다면 지금 반성하지 않는 그들이 혹시라도 총리가 잘못된 길을 걸어갈 때 비판의 목소리를 낼 수 있을까? 대상이 대통령에서 총리로 바뀔 뿐 이름만 달라진 권력의 뒤꽁무니를 졸졸 따를 것이 아닌가 하는 의심을 지울 수 없다. 가깝거나 먼 미래에 개헌했더니 그 전에는 대통령 혼자 가던 감옥을 이제는 대통령과 총리가 손잡고 사이좋게 같이 간다는 웃지 못할 농담이 생기지 않게 하려면 한국당은 이번 판결의 의미를 외면하지 않아야 할 것이다.

여동하 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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