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을 방문했던 예술단이 4일(수) 새벽에 한국으로 돌아온다는 소식을 듣고 ‘아웃포커스’에 사진을 싣기로 했다. 과연 내가 정말 찍을 수 있을까 걱정됐지만 재미있는 소재인 것 같아서 사진을 찍으러 가기로 했다. 그렇게 사회적으로 주목받는 사람들을 찍는 건 처음이어서 설레기도 했다.

화요일 오후 10시 즈음 인천공항에 도착했다. 예정 도착 시각은 4일 오전 1시 30분이었지만 좋은 자리를 선점하기 위해 세 시간 이상 일찍 갔다. 국제선 도착 출구에 갔을 때 다른 기자들은 보이지 않았고 중앙에 자리를 잡을 수 있었다. 그리고 출구 앞 의자에 앉았다. 기다림의 시작이었다. 과제도 하고 영화도 보다가 집중이 잘 안 돼서 그냥 아무것도 하지 않고 있었다.

전광판에 예술단이 타고 오는 항공편의 정보가 보였다. 출발지는 평양이었고, 도착 시각은 한 번 연기돼 오전 2시 21분이었다. 네 시간 정도면 기다릴 만하다고 생각했다. 한 시간 반 정도 지나니 다른 기자들이 속속 도착했다. 다들 피곤한 얼굴을 하고 카메라를 들고 있었다. 기자들이 모이기 시작하니 실감이 났다. 오늘 정말 오긴 오는구나, 확신이 들었다.

전광판의 도착 시각이 오전 3시로 바뀌자 동시에 탄식이 터져 나왔다. 잠잠하던 공항이 어수선해졌다. 내가 이걸 왜 찍겠다고 했을까 짜증이 났다. 솔직히 말하자면 신문사에 왜 들어왔을까 생각하기도 했다. 흘려보낸 시간이 아깝고 억울했다. 하지만 어쩔 수 없었다. 다른 사람들도 마찬가지였다. 욕을 하면서도 자리에 앉아 있었다. 나는 왜 기다리고 있는지 고민을 많이 했다.

비행기 도착은 그 후로도 몇 차례 더 미뤄졌다. 오전 3시 45분쯤 비행기가 인천공항에 도착했고 예술단이 출구에 모습을 드러냈을 땐 거의 오전 5시였다. 기다리는 데만 일곱 시간을 쓴 것이다. 기다리면서 들은 한 기자의 말이 기억에 남는다. “기자 생활을 하면서 기다린 시간만 합치면 10년은 될 거야. 그런데 결과물은 (셔터 속도가) 250분의 1초, 500분의 1초 이래.” 정말 맞는 말이다. 그렇게 오랜 기다림 끝에 남는 사진은 짧은 순간에 불과하다.

하지만 그 짧은 순간이 너무나 값지다. 그것은 사진의 매력이기도 하다. 사진은 빛과 시간을 담는 매체다. 사진을 통해 우리는 세상의 조각을 보관할 수 있다. 때로는 그 순간을 위해 여섯 시간을 기다리고 추위에 떨어야 한다. 다른 사람이 찍은 사진을 보는 것도 좋지만 내가 직접 촬영하는 게 더 좋은 이유는 내가 본 세상을 남길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계속 기다릴 수밖에 없다. 사진을 통해 나는 세상과 함께 ‘나’를 남긴다.

그러므로 내가 어떤 사진을 찍을 것인가는 내가 어떤 세상을 바라볼 것인가의 문제다. 이 글을 쓰면서 나는 어떤 사진을 찍고 싶은지 다시금 생각해보았다. 나는 소외된 존재와 세상의 부조리를 바라보고 싶다. 다시 말해 나는 내가 부정하는 세상을 바라보고, 남기고 싶다. 내 사진에는 늘 자기부정이 가득하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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