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 | 중국발 미세먼지 문제의 해결방안을 짚어보다

지난달 26일, 고농도 미세먼지와 안개로 뒤덮인 서울의 모습은 마치 디스토피아 소설에서 튀어나온 듯했다. 시민들은 조금이라도 미세먼지를 피하고자 마스크를 쓰고 각자의 목적지로 발걸음을 재촉했다. 3일 뒤인 29일, 미세먼지에 대해 중국에 강력하게 항의할 것을 요구하는 ‘미세먼지의 위험 그리고 오염 및 중국에 대한 항의’ 국민 청원에 참여한 인원이 20만 명을 넘겼다. 국민 청원의 골자는 △중국과 미세먼지 문제 해결을 위해 상호 협력하는 방안 비판 △미세먼지 문제에 대해 중국에 강력하게 항의 및 산둥반도 공장 폐쇄 요구 △중국발 미세먼지 문제를 전 세계에 알릴 것 △중국이 거부할 시 국제소송을 제기할 것 네 가지다. 이는 중국발 미세먼지 문제가 전 국민적 관심사로 떠올랐음을 보여준다.

이재민 교수(법학전문대학원)는 “중국발 미세먼지가 우리나라에 피해를 주는 것은 확실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미세먼지가 중국에 영향을 끼치는 일은 거의 없다. 이는 환경정치학에서 보면 ‘비대칭적 상황’이다. 김성진 전임연구위원(한양대 에너지거버넌스센터)은 “비대칭적 상황에서 피해를 주는 쪽은 굳이 문제를 해결할 필요를 못 느낀다”고 설명했다. 즉, 중국발 미세먼지 문제에서 한국은 시큰둥한 중국을 문제 해결의 길로 데려와야 한다. 중국을 문제 해결의 길로 데려오는 방법으로 세 가지 정도를 생각해볼 수 있다. 첫째는 미세먼지를 배출한 중국에 국제법적 책임을 묻는 것이다. 둘째는 국제사회와 국제기구를 통해 다자주의적으로 접근하는 것이다. 셋째는 중국과 협력해 미세먼지 문제에 공동 대처하는 것이다. 여기엔 중국의 미세먼지 저감 조치에 비용을 보태주고, 공동 미세먼지 연구를 진행하는 등의 방안이 포함된다.




“법대로 하자”: 국제법적 해결

중국발 미세먼지 문제의 해결책으로 흔히 떠올리는 것이 국제법이다. 앞서 언급한 국민청원 역시 “중국에 국제소송을 걸어야 한다”는 말로 마무리된다. 이를 위해선 중국발 미세먼지 문제와 관련해 어떤 국제법이 있는지 알아야 한다. 중국이 국제법을 지킬 것인지 무시할 것인지도 중요한 문제다. 중국발 미세먼지 문제에 적용할 수 있는 국제법적 개념으로는 제한적 영토주권 이론이 있다. 이재민 교수는 이를 “다른 나라에 해를 끼치는 일에 대해선 국가의 영토주권*이 제한될 수 있다고 보는 이론”이라 설명했다. 제한적 영토주권 이론은 자국 영토를 사용할 때 다른 나라에 해를 끼치면 안 된다고 규정하는 월경 피해 방지 원칙으로 이어진다. 현재 국제관습법으로 인정되는 월경 피해 방지 원칙은 1941년 트레일 제련소 사건에서 처음 적용됐다. 이는 캐나다 트레일의 제련소에서 발생한 연기가 인접한 미국 워싱턴주의 농장에 피해를 줬고, 국제법적 중재를 거쳐 캐나다 측이 미국 측에 보상을 지급한 사건이다. 그렇다면 우리나라도 이 사례처럼 중국발 미세먼지 문제를 국제법으로 해결할 수 있을까?

제한적 영토주권이론에 따르면 국가는 타국에 피해를 줬을 때 그 피해를 줄이기 위해 합리적인 수준에서 최선을 다해야 한다. 그러므로 우리나라는 중국발 미세먼지로 인해 피해를 봤다는 것과 중국이 미세먼지 문제 해결을 위해 최선을 다하지 않았다는 것을 입증해야 한다. 이재민 교수는 “이 두 가지를 입증하면 중국에 국제법적 책임을 물을 수 있고, 중국이 동의한다면 국제 분쟁 중재를 받을 수 있다”고 밝혔다. 이어 이 교수는 “아무리 중국이라도 대외적 위신을 신경 쓰기 때문에 국제법을 무시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국제법으로 중국발 미세먼지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우선 우리나라가 중국발 미세먼지에 얼마나 피해를 봤는지 입증하기 어렵다. 이재민 교수는 “우리나라의 중국발 미세먼지 연구는 결과가 들쭉날쭉해 설득력이 떨어진다”고 평가했다. 실제로 국내 조사에서 중국의 미세먼지 문제 기여도는 20%에서 80%까지 다양하게 나타났다. 중국이 미세먼지 문제 해결을 위해 최선을 다하지 않았다는 것을 입증하기도 쉽지 않다. 한희진 교수(부경대 글로벌자율전공학부)는 “중국 정부도 최근 신재생 에너지 등 다양한 환경기술에 투자하고 환경정책과 법을 강화해나가고 있다”고 말했다. 문제는 중국의 환경정책이 최선을 다한 것인지 아닌지를 판단할 명확한 기준이 없다는 점이다. 중국의 환경정책을 평가하기 위해 중국 측의 자료를 얻는 것도 힘들다. 김성진 전임연구위원은 “중국 측과의 데이터 공유가 되지 않아 불분명한 부분이 많다”고 설명했다. 현재로선 중국의 법적 책임을 입증하는 것은 어려워 보인다.




“여러분 여기 좀 보세요”: 국제사회를 통한 해결

국제사회의 다른 국가들을 참여시키는 다자주의적 방법으로 중국과의 미세먼지 문제를 푸는 것도 생각해볼 수 있다. ‘월경성 장거리 이동 대기오염물질에 관한 협약’(CLRTAP: Convention on Long-range Transboundary Air Pollution)이 대표적이다. 19세기부터 영국과 서독이 배출한 아황산가스는 북유럽에 산성비 문제를 일으켜 숲이 사라지고 호수가 오염되는 피해를 줬다. 중국발 미세먼지 문제와 마찬가지로 비대칭적인 이 문제가 CLRTAP 체결의 배경이 됐다.

북유럽의 산성비 문제는 여러 국제기구와 국가가 참여하면서 해결됐다. 피해국이었던 노르웨이와 스웨덴은 1972년 열린 UN 인간환경회의에서 산성비 문제를 제기했고, 같은 해 OECD가 주도하고 당사국인 서독 등 11개국이 참여하는 공동조사가 시작됐다. 해결 논의는 1975년 국가 이미지 제고를 노리던 소련이 참여한 이후 미국도 경쟁적으로 참여하면서 급물살을 탔다. 김성진 전임연구위원은 “미국과 소련은 정치적인 동기로 참여했지만, 결과적으로 CLRTAP이 성공하는 데 크게 기여했다”고 평했다. UN 유럽 경제위원회에서 계속 논의되던 협력 방안은 1979년 CLRTAP에 35개국이 조인하면서 결실을 봤다. 그 결과 유럽 각국은 이산화탄소와 이산화황 배출량을 줄여 산성비 문제를 해결할 수 있었다.

이 사례를 중국발 미세먼지 문제에 적용해 보면 어떨까? 동아시아 차원의 환경협력 기구에서 미세먼지에 대해 공동으로 조사하고, 여기에 미국이나 러시아 같은 비당사국들이 참여해 협의하는 방식을 생각해볼 수 있다. 그러나 당시의 북유럽 국가들과 현재의 우리나라는 자료와 제도, 관심의 세 가지 측면에서 확연히 다르다. 가장 중요한 차이점은 원인의 과학적 규명이다. 스웨덴 과학자들은 1940년대부터 강과 호수의 산성도를 관측했다. 이런 장기간의 조사와 자료 축적을 바탕으로 북유럽 국가들은 산성비의 원인이 영국과 서독에서 배출하는 이산화황임을 설득력 있게 주장할 수 있었다. 이와 달리 우리나라는 중국발 미세먼지에 대한 자료를 충분히 모으지 못한 상황이다.

한국이 속해있는 동아시아의 제도적 협력 기반도 미약하다. UN 인간환경회의, OECD, 그리고 UN 유럽 경제위원회와 같은 제도적 기반은 북유럽 산성비 문제 해결에 크게 기여했다. 그러나 현재 동아시아엔 이런 기반이 부족하다. 김 위원은 “동아시아엔 환경문제를 논의할 만한 제도적 기반이 한중일 환경부 장관 회의나 아세안+3 정도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동아시아의 국제정치 상황도 좋지 않다. 한희진 교수는 “동아시아 국가들의 최우선 관심사는 안보 문제고 역사적 반목과 불신의 요소들이 남아있다”며 중국발 미세먼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다자주의 협력의 어려움을 지적했다.

북유럽의 산성비 문제와 달리 중국발 미세먼지 문제에 대한 다른 나라들의 관심이 높지 않은 것도 난점이다. 산성비 문제에선 당사국이 최소 네 개였고, 냉전의 두 축이었던 미국과 소련이 정치적인 이유로 참여했다. 그러나 중국발 미세먼지는 일본에 조금의 영향을 끼친다는 것 외에는 한국과 중국만의 문제다. 게다가 세계 2위의 강대국인 중국과 대립하는 일에 비당사국이 개입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 김성진 전임연구위원은 “현재로서는 다자주의적 협력이 어렵다”며, “양자 간의 해결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우리 같이 해결해보자”: 윈-윈 해결책

최근 우리 정부가 가장 활발하게 추진하고 있는 중국발 미세먼지 대책은 중국과의 환경협력이다. 지난달 30일 문재인 대통령은 중국 양제츠 정치국 위원과 청와대에서 만나 한중환경협력센터의 조기 발족에 합의했다. 2017년부터 2020년까지 중국 북부 6개 도시의 대기질을 공동조사하는 ‘청천 프로젝트’도 진행되고 있다. 중국발 미세먼지가 우리나라에 피해를 준다는 사실에만 집중하면 한국과 중국의 공통 이해관계를 놓치기 쉽다. 그래서 중국과의 환경협력은 윈-윈 관계 구축을 지향한다. 한희진 교수는 “중국 정부도 환경오염이 경제 성장, 삶의 질, 그리고 공산당 지도하의 국가 지지도에 영향을 끼친다는 것을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중국 정부도 미세먼지 문제 해결에 관심이 있다는 것이다. 이어 한 교수는 “중국에 미세먼지 저감 장치나 기술을 개발 협력의 형태로 지원해 중국발 미세먼지의 피해를 줄일 수도 있다”며 한 가지 가능성을 제기했다. 김성진 전임연구위원 역시 “국력도 중국보다 약하고, 자료 조사도 부족하고, 제도적 기반도 미약한 상황에서 중국에 무작정 항의하는 것은 현명하지 않다”며 “미세먼지에 대한 공동조사를 진행하고 중국의 미세먼지 감축 정책을 지원하는 환경협력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물론 환경협력 방안이 확실하게 문제를 해결한다는 보장은 없다. 우선 중국과의 환경협력에 대한 여론이 좋지 않다. 앞서 언급한 청원의 “중국과 환경협력을 하는 것은 범죄자와 범죄예방을 하는 것과 마찬가지”라는 표현이 이를 보여준다. 더군다나 중국과의 환경협력엔 상당한 국가 예산이 소요된다. 김성진 전임연구위원은 “우리의 비용으로 중국과 환경협력을 하는 방안은 국민의 반발에 부딪힐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중국발 미세먼지 문제에 대한 과학적 규명이 부족한 상황에서 한중 환경협력이 즉각적인 성과를 낼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중국 측 정보가 없으면 어디서부터 어떻게 협력해야 할지 알기 어렵다. 한희진 교수는 “정보 공유에 미온적인 중국의 태도, 동아시아의 안보 문제와 지정학적 갈등과 같은 장애물 때문에 환경협력이 성과를 내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예측했다.

실제로 지금까지 한국과 중국 사이에 환경협력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한-중 환경협력의 역사는 1993년에 체결된 ‘대한민국 정부와 중화인민공화국 정부 간의 환경협력에 관한 협정’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미세먼지 문제가 떠오른 최근으로 시점을 옮겨보면 2014년에는 ‘한-중 환경협력에 관한 양해각서’, 2016년 ‘한중 환경협력 강화 의향서’가 채택됐다. 그러나 이런 환경협력의 결과로 우리가 미세먼지를 덜 마시고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 이상만 연구원(원광대 법학전문대학원)은 ‘동북아시아의 대기오염 문제해결을 위한 법 정책적 방안’에서 “그동안의 국제 환경협약·조약은 일반적이고 추상적인 규정을 담은 기본 협력 내지 회의의 형태로 체결됐기에 법적 구속력이 충분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중국발 미세먼지 문제는 국제 환경 문제다. 국제정치에서 국력이라는 요소를 무시하기는 어렵다. 미세먼지를 발생시키는 중국이 우리보다 국력이 강하다는 것은 엄연한 사실이다. 한국이 중국보다 국력이 강했다면 중국발 미세먼지 문제를 지금보다는 훨씬 쉽게, 그리고 속 시원하게 해결할 수 있었을 것이다. 그렇지 않기에 중국발 미세먼지 문제를 단기간에 효과적으로 해결할 방안은 요원하다.

그렇다고 중국발 미세먼지 문제를 아예 무시하고 국내정책에만 집중할 수도 없다. 박순애 교수(행정학과)는 “중국발 미세먼지가 국내 미세먼지 정책의 효과를 교란한다”며 “중국발 미세먼지 문제를 개선하지 않는 한 국내정책은 큰 의미가 없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어떤 해결책이든 간에 충실한 자료 축적을 기반으로 하는 장기적인 노력이 필요하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 이재민 교수는 “문제가 국제법 분쟁이 될 경우를 대비해 장기적으로 데이터를 모아야 한다”고 밝혔다. 한편 박순애 교수는 “중국발 미세먼지 연구에 대한 지원과 더불어 국내의 다양한 정부 부처와 기관들이 종합적으로 참여하는 다각적 접근이 병행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물론 이는 속 시원한 해결책과는 거리가 먼, 답답한 정책이다. 그러나 중국발 미세먼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충분한 자료를 갖고 여러 주체와 방법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 푸른 하늘은 이런 장기적인 노력이 쌓이고 쌓인 후에야 우리 머리 위에 모습을 드러낼 것이다.

*영토주권: 국가가 영토 내의 사람과 사물을 통치할 수 있는 권리



삽화: 손지윤 기자 unoni0310@snu.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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