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6일 넥슨 MMORPG 게임 ‘트리 오브 세이비어(TOS)’의 원화가가 개인 SNS 계정으로 여성인권단체인 한국여성민우회 계정 등을 팔로우했다는 이유만으로 게임개발사 ‘IMC게임즈’의 대표가 “사회적 분열과 증오를 야기하는 반사회적인 혐오 논리에 대해서는 적극적인 방지와 대응이 필요해 해당 원화가와 면담을 진행했다”는 글을 게시해 사내 사상검증 논란이 일고 있다. 페미니즘과 관련해 이와 같은 게임 회사들의 행태가 반복되면서 게임 업계의 전반적인 ‘페미니즘 거르기’에 대한 논란이 더욱 커지고 있다.

표현의 자유와 노동에 대한 권리를 침해하는 게임 업계의 이런 행태는 즉시 중단돼야 한다. 현재 게임 업계가 행하고 있는 성차별적 사상검증은 해당 업계 종사자들의 노동권을 심각하게 침해한다. 페미니즘 지지로 논란이 되고 있는 여성 노동자들은 직무와 관련 없는 일로 해고를 당하거나 업무상의 압박을 받고 있다. 지난 2016년 개인 SNS 계정에 온라인 커뮤니티 ‘메갈리아’의 후원 티셔츠를 입은 사진을 올렸다는 이유로 넥슨 사의 게임 ‘클로저스’의 성우가 교체됐고, 넥스트플로어 사의 게임 ‘데스티니 차일드’의 원화가가 페미니스트임이 알려지며 그가 작업한 캐릭터가 전면 교체된 바 있다. 이처럼 논쟁적인 사안에 대해 특정한 견해를 갖고 있다는 이유로 직장 생활에 불편과 불이익을 받게 되는 것은 사실상의 검열과 다름없다. 페미니즘에 대한 구체적인 입장과 상관없이, 민주사회의 가장 기본적인 권리인 표현의 자유가 기업의 단기적인 손익계산보다 뒷전으로 밀리는 현실이 씁쓸하다.

한국사회 전반에서 그렇지만 특히 직장 내에서 여성은 여전히 소수자로서 임금과 직무개발 등에 있어서 크고 작은 불이익을 받고 있다. 이런 상황을 교정하려는 노력이 다양한 방식으로 전개되고 있고, 문제가 된 여성인권단체나 온라인 커뮤니티의 활동도 이런 맥락에서 이해할 필요가 있다. 성차별을 시정하기 위한 노력의 일환이, 그것도 그다지 적극적이지도 않은 견해표명조차 직장 내에서의 직접적인 차별과 불이익으로 연결된 형국이며, 이는 결과적으로 우리 사회에서 소수자로서 여성의 위상을 더욱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다.

여성 인권에 대한 관심의 표명을 “반사회적인 혐오”로 규정하는 태도는 뿌리 깊은 성차별 문화와 관행의 표현으로밖에 볼 수 없다. 또 해당 사원들에게 불이익을 준 게임 회사들의 조치는 일부 이용자들의 편견에서 비롯된 왜곡된 집단행동을 확대재생산하는 결과를 낳게 될 것이다. 이런 식의 ‘페미니즘 거르기’는 대립의 골만 더욱 깊게 할 뿐, 건강하고 건설적인 논의와 문제해결에 전혀 도움이 되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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