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론회 | 미혼모 법적 지위 개선을 위한 민법 개정 토론회

지난 13일(금) 김상희 의원(더불어민주당)과 ‘한국미혼모지원네트워크’가 주관한 ‘미혼모 법적 지위 개선을 위한 민법 개정 토론회’가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렸다. 토론회에선 미혼모의 법적 지위를 위협하는 민법의 조항들을 살펴보고 그 개정 방안에 대해 집중적으로 논의했다. 오영나 한국미혼모지원네트워크 대표는 “예전부터 미혼모는 항상 존재해왔지만 사회에 그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고, 그들의 존재는 법과 제도에서 찾아볼 수 없었다”며 “미혼모의 법적 지위를 위태롭게 만든 현 실태를 지적하고 그 대안을 찾는 것이 이번 토론회의 목표”라고 설명했다.

국회에서 열린 ‘미혼모 법적 지위 개선을 위한 민법 개정 토론회’에서 토론이 진행되고 있다.

◇법적 주체로 인정받지 못하는 미성년 미혼모=토론회에서 가장 먼저 제기된 문제는 미성년 미혼모의 불안정한 법적 지위였다. 그들이 민법상 무능력자로 규정돼 사회생활에 어려움을 겪는다는 점과, 양육권은 인정받는데도 자식에 대한 친권은 미성년 미혼모의 부모가 행사하도록 한 조항이 지적됐다. 현행 민법은 미성년자라도 혼인을 하면 부부 공동생활의 독자성을 인정한다는 의미에서 이들을 성인으로 간주(성년의제)한다. 이는 그들의 민법상 행위능력*을 인정하는 것으로 사적계약을 부모의 동의 없이 맺을 권리가 주어진다. 이를 바탕으로 성년의제된 미성년 부부는 자율적으로 임대주택을 계약하고 직업을 구할 수 있게 된다. 그러나 우리나라 민법은 혼인신고를 하지 않은 미성년 미혼모에겐 성년의제를 적용하지 않고 있다.

조은희 교수(제주대 법학전문대학원)는 “미성년 미혼모는 법률행위에 있어 제한능력자*로 독자적인 행위를 할 수 없다”며 “그 부모의 강력한 반대나 저항이 없더라도 일반적인 양육환경을 모색하는 데 극심한 어려움을 겪는다”고 지적했다. 즉, 미성년 미혼모가 집이나 직업을 구하거나 시설에 입소할 때마저도 그 부모가 이를 합법적으로 거부할 수 있고, 그렇지 않더라도 만 19세에 도달하기 전까진 항상 계약을 맺을 때도 부모의 동의가 필요해 상당한 불편함을 겪는다는 것이다. 이런 문제점은 민법 제910조가 미성년 미혼모의 자녀에 대한 친권을 미성년자의 부모가 행사하게 함으로써 더 큰 불안정성을 야기한다. 조은희 교수는 “미성년 미혼모의 자녀에 대한 양육 상황에 대한 고려 없이 무조건 조부모가 손자녀의 친권을 대행하는 건 문제가 있다”며 “가정법원이 개입해서 자녀에 대한 친권행사를 대리해줄 후견인을 선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주장했다. 이에 배인구 변호사는 “미성년 미혼모가 자신의 부모에게 도움을 받는지 여부에 따라 친권의 대리행사를 결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면서 “친권자의 조력 여부와 상관없이 미성년 미혼모를 성년으로 간주할만한 실질적인 능력을 갖고 있다면 가정법원의 허가를 받아 법적으로 독립된 가정을 꾸릴 수 있도록 하는 편이 나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부계혈통주의에 치우친 가족법과 성씨=아버지가 자신의 자식을 인지하면 자식이 기존에 미혼모의 성을 쓰고 있더라도 아버지의 성을 따라야 하는 민법 제781조 제5항에 대해서도 비판이 제기됐다. 동 조항은 부성주의 원칙을 기반으로 혼인신고 시 부모의 협의에 따라 모성을 따를 수 있도록 했음에도 미혼모의 경우엔 이런 제도적 뒷받침이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는 것이다. 신옥주 ‘한국젠더법학회’ 회장은 “개인의 존엄과 양성평등에 입각하지 않고 전통적인 가족제도 하의 부계혈통주의에 입각한 가족제도는 헌법의 원칙에도 반하는 것”이라며 “독일과 같이 아버지의 성을 따르게 하려면 미혼모의 동의를 받도록 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최연우 한국미혼모지원네트워크 포럼위원은 자녀가 미혼모의 성을 따르고 있다가 아버지의 성으로 변경돼 여러 사회적인 어려움을 겪은 다양한 사례들을 소개했다. 그는 “미혼모의 자녀는 아버지가 인지할 경우 별도의 인지재판이 청구돼야만 어머니의 성을 따를 수 있는 여지가 생긴다”며 “학교 및 사회생활에서 겪을 혼란을 고려하면 어머니와 아버지가 동등한 기회를 가지는 동시에 아이의 의사를 존중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현재 18세 미만 자녀를 양육하는 한부모가족의 월 평균소득은 169만원에 불과하다. 더욱이 최저임금이 인상되면서 최저임금을 수령할 수 있는 미혼모가족은 올해부터 한부모가족 지원에서 탈락할 위기에 놓여있다. 이런 상황에서 미혼모들의 삶을 더욱 어렵게 만드는 건 아직까지도 만연한 사회적 편견과 제도적 결함이다. 법과 제도의 개선이 절실한 현 상황에서, 미성년 미혼모의 불안정한 법적 지위를 짚고 지나친 부계혈통주의에 입각한 현행 민법을 개정하려는 노력이 제도권 내에서도 일어날 수 있기를 바란다.

*행위능력: 단독으로 완전히 유효한 법률행위를 할 수 있는 지위 또는 자격
*제한능력자: 단독으로 법률행위를 한 경우에 후견인이 그 행위를 취소할 수 있도록 행위능력에 제한을 받는 사람


사진: 대학신문 snupress@snu.kr

저작권자 © 대학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