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 서울대 기념품의 현주소는?

입시 철 서울대를 목표로 하는 수험생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서울대 샤프, 노트, 파일 등을 선물 받으며 학업에 대한 의지를 다진 경험이 있을 것이다. 그만큼 서울대를 준비하는 수험생에겐 ‘서울대 정장’과 ‘샤’ 모양의 정문 로고가 박힌 서울대 기념품이 낯설지 않다. 그러나 정작 대학에 입학한 재학생들에게 이런 기념품들은 투박한 디자인과 비싼 가격 등의 이유로 외면받기도 한다.

한편 최근 ‘이화여대 배꽃 스노우펜’ ‘숙명여대 눈송이 카카오톡 이모티콘’과 같이 재학생들에게 큰 인기를 얻고 있는 제품들이 등장하면서 대학 기념품 사업의 트렌드가 변화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동덕여대와 덕성여대는 각각 ‘솜솜이’와 ‘듀롱이’를 학교를 대표하는 캐릭터로 내세우며 재학생들의 기호에 맞는 캐릭터 기념품을 출시했다. 이처럼 대학의 기념품 사업은 겨냥하는 범위를 학내 구성원들까지 확장하며 단순히 학교 홍보를 넘어 수익사업, 더 나아가 학생들을 한데 묶어주는 소속감을 제공하는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이에 『대학신문』은 서울대 기념품의 현황과 문제점을 짚어보고, 서울대 기념품이 두루 사랑받기 위한 발전 방향을 모색해본다.

한정된 수요 줄어드는 수익
현재 서울대 기념품 사업은 ‘생활협동조합’(생협)이 담당하고 있다. 학생회관 2층과 아시아연구소(101동) 1층의 기념품 매장, 학내 곳곳의 생협 매장에서 학용품을 비롯해 생활용품, 공예품, 의류, 전통상품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학교 기념품을 만나볼 수 있다. 이들은 모두 생협을 거쳐 세상에 나오게 된 것이다. 생협 판매기획본부 최정이 본부장은 “디자인 업체나 개인의 아이디어 제안을 받은 후, 생협에서 수익률, 디자인의 적합성 등을 판단해 제품 출시 여부를 최종 결정한다”며 “업체에게서 아이디어를 제안받을 뿐만 아니라 생협 판매기획팀 차원에서 직접 시장조사를 해 업체에 납품을 부탁하는 경우도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아이디어를 제품화하는 이같은 과정은 전문적인 디자이너가 아닌 미대의 근로장학생에 의해 생협 판매기획팀 내부에서 자체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최정이 본부장은 “전문적인 디자이너를 채용해 기념품 제작에 참여시키기엔 기념품의 가격 경쟁력이 떨어진다”고 그 이유에 대해 설명했다.

한편 기념품 사업의 수요는 대부분 학내 구성원보다 학외의 주체로부터 발생한다. 생협 판매사업팀에 의하면 재학생을 포함한 학내 구성원의 수요는 미미하다. 행사와 프로그램을 위해 학내 기관이 기념품을 위탁하는 데서 오는 판매 수익이 60%, 견학생을 포함한 외부의 개인이 온·오프라인 기념품 몰을 통해 기념품을 구입하는 데서 오는 판매 수익이 40%를 차지한다. 그러나 이와 같은 수요도 줄어드는 추세로 2015년부터 기념품 사업의 수익은 하락세다. 실제로 기념품 사업을 담당하는 판매사업부의 지난해 실적은 2016년에 비해 3.1% 떨어졌다. 지난 2013년 생협과 함께 학교 기념품 사업에 대해 연구한 김경선 교수(디자인학부)는 “서울대 구성원들도 미국의 하버드나 예일대의 구성원들과 같이 학교의 특색이 담긴 물품들을 적극적으로 활용한다면 새로운 활로를 개척할 수 있을 것”이라며 학교 기념품의 판매 대상을 다양화화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서울대’ 기념품 맞나요?

우선 서울대를 상징하는 공식적인 UI(University Identity)가 제품 디자인에 반영되지 못한다는 문제가 있다. 지난 2006년에 청람색에 가까운 ‘스누 블루’가 서울대를 대표하는 공식 UI 색상으로, ‘스누 베이지’ ‘스누 그레이’ ‘스누 골드’ ‘스누 실버’ 색상이 보조 UI 색상으로 지정됐다. 그러나 온·오프라인 기념품 상점엔 공식 UI 색상이 아닌 흰색과 검정색의 학교 정장이 그려진 텀블러, 쿠션, 후드티 등이 다수 판매되고 있다. 이에 대해 최정이 판매기획팀장은 “최근엔 눈에 띄는 공식 UI 색상 스누 블루보다 무난한 보조 색인 스누 그레이와 다른 색을 활용한 제품을 더 많이 출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는 학교 기념품에 지정된 공식 UI 색상이 제대로 반영되고 있지 못한 것으로 연세대와 고려대의 기념품엔 각각 로얄 블루, 크림슨 레드가 활용되고 있는 모습과 대조된다. 연세대와 고려대는 공식 UI로 지정한 색을 기념품에 적극적으로 활용함으로써 학교의 정체성을 잘 드러내면서 학내 문화를 형성한 것이다. 또한 교목(느티나무), 교화(목련), 교조(백학)의 활용도가 떨어진다. 목련과 백학 등의 상징물은 보석함과 필함과 같은 전통상품에만 한정돼 활용되고 있고, 제품 디자인에 느티나무를 활용한 기념품은 찾아보기 힘들다. 한편 이화여대의 경우 학교의 정장 대신 교화인 배꽃을 활용한 감각적인 디자인 제품을 출시해 재학생들의 호응을 이끌어냈다. 이화여대 생활협동조합은 “학교의 상징을 직접적으로 노출한 제품군보다 교화나 교목을 이용해 구성원끼리 학교 기념품임을 알아볼 수 있는 제품들이 인기가 많다”고 설명했다.

이화여대 재학생에게 큰 호응을 받은 ‘이화백팩’과 ‘스노우볼배꽃볼펜’의 모습이다. 이대의 상징인 배꽃을 감각적인 디자인 속에 녹여낸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사진제공: 이화여대 생활협동조합.

기념품 디자인에 반영될만한 서울대 UI의 가짓수가 부족하다는 문제도 제기된다. 숙명여대, 동덕여대, 덕성여대의 경우 학교 공식 캐릭터가 두터운 팬층을 형성할 만큼 인기가 많다. 일례로 지난 2014년 숙명여대 생활협동조합이 해당 대학의 미술대학과 함께 개발한 숙명여대 공식 캐릭터로 눈송이를 활용한 브랜드 ‘숙명아이’를 런칭했다. 숙명여대 공식 커뮤니티 ‘스노로즈’의 관리자는 “전공별, 단과대별로 캐릭터의 종류와 공식 색상을 따로 관리해 세분화된 이미지를 형성하고 있다”며 “이것이 재학생들의 소속감을 고취시키는 역할을 한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서울대 기념품엔 서울대를 나타내는 방법으로써 학교의 정장과 정문 모양만 주된 상징으로 쓰인다. 현재로선 타 대학에 비해 학교의 가치를 더욱 유연하게 드러낼 만한 UI의 종류가 부족한 셈이다.

학교 기념품이 학교의 정체성을 잘 드러내고 있지 못할 뿐만 아니라 시중의 다른 제품군에 비해 가격이 합리적이지 않다는 지적도 있다. 학교 정문 ‘샤’ 모양의 북엔드는 시중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북엔드 가격의 두 배가 넘는 12,000원에 판매되고 있다. 또한 30cm 철제 자가 10,000원에 판매되고 있어 비판을 받고 있다. 이런 가격 측정에 대해 최정이 본부장은 “시중 가격의 120%~150%의 가격이더라도 질이 좋거나 학교를 상징한다면 브랜드 가치가 있어 가격 경쟁력이 생긴다”고 말했다. 하지만 판매 대상을 다양화하려면 최소한 시중의 제품들과 비슷한 가격으로 판매해야 한다. 이와 관련해 김경선 교수는 “대부분 20대 초중반인 재학생들에게 판매하기 위해선 비교적 저렴한 가격의 제품을 출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장 하나 붙였을 뿐인데…

형광펜 세트의 겉면에 서울대 정장이 담긴 스티커를 부착해 판매하고 있다.

제품의 가격이 높음에도 디자인 측면에서 경쟁력이 떨어진다는 의견도 있다. 시중에 판매되는 제품에 단지 서울대 정장과 상징물을 프린팅함으로써 학교 기념품으로 판매되는 제품이 많다. 사진①은 ‘문화’ 사의 형광펜 세트 겉면에 서울대 스티커를 부착한 제품의 모습을 담은 사진이다. 또한 사진②에선 일반 점착식 메모지의 비닐 포장 겉면에 서울대 정장을 프린팅한 제품의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시중에서 약 11,000원에 판매되는 ‘에너겔’ 사의 볼펜 ‘high class 0.5’가 서울대 정장이 프린팅돼 14,000원에, 마찬가지로 시중에서 약 35,000원에 판매되는 ‘파커’ 사의 만년필 ‘벡터스텐’이 마찬가지로 서울대 정장이 프린팅돼 기념품점에선 45,000원이 됐다. 문주희 씨(수의예과·18)는 “디자인에 대한 고려가 부족한 제품들은 서울대라는 이미지에만 기대 별도의 노력 없이 제품을 판매하려는 의도로 보인다”고 말하기도 했다.

서울대 기념품으로 판매되고 있는 점착 메모지의 모습이다. 포장지를 벗긴 모습은 시중에 판매되는 일반적인 점착 메모지와 다르지 않다.

뿐만 아니라 서울대 기념품은 보통 3년을 주기로 개편된다. 최정이 본부장은 “부득이하게 재고가 남는 경우 4~5년을 주기로 개편하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디자인업계에서의 3년은 소비자의 소비 경향이 바뀌기에 충분한 시간이다. 이에 이화여대는 재학생과 졸업생들의 아이디어를 적극적으로 수용해 젊은 감각의 제품을 지속적으로 출시하고 있다. 이대 생협은 “계절별로 시즌상품을 내고 있고, 이와 동시에 학기별로 신제품에 대한 수요를 조사해 아이템을 발굴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숙명여대 커뮤니티 스노로즈의 관리자는 “숙대는 기념품 사업 범위를 젊은 층이 일상생활 속에서 자주 사용하는 노트북 파우치, 안마봉, 카카오톡 이모티콘으로까지 확대했다”며 재학생들의 수요를 충족시키고 있는 면모를 보였다. 한편 숙명여대 커뮤니티 스노로즈 관리자는 “숙명여대의 공식 캐릭터 ‘눈송이’는 원래 눈 결정의 뾰족한 모양을 중심으로 만들어졌음에도 불구하고, 2013년 미대 동문과 재학생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반영해 개편했다”며 “덕분에 더욱 귀여운 눈송이 캐릭터가 공식 캐릭터로 자리 잡았다”고 말했다.

지난 2015년 이래 생협의 기념품 사업의 수익이 계속해서 떨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새로운 돌파구가 필요해 보인다. 학교 기념품 사업을 통해 외부적으론 학교가 추구하는 인재상과 목표를 학교 기념품을 통해 공고히하며 대학의 이미지를 차별화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학내구성원들에겐 학교 기념품은 학교에 대한 소속감과 자긍심, 애교심을 표현할 수 있는 수단으로서 기능한다. 이를 위해 브랜딩과 콘텐츠 측면의 문제를 해결하려면 내부적인 제품 개발 및 생산관리에서 벗어나 전문성을 높이고 학내 구성원의 의견을 들을 창구가 필요하다. 더 이상 학교 기념품이 외면받지 않고 서울대를 대표할 수 있는 하나의 문화 콘텐츠로 자리 잡길 바란다.

사진: 박성민 기자 seongmin41@snu.kr

삽화: 권민주 기자 kmj4742@snu.kr, 황지연 문화부장 ellie0519@snu.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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