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완 기자
취재부

언제나 좋은 기사란 중립적이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대학신문』기자가 돼서도 가장 고민한 것도 ‘내가 쓴 글이 한쪽에 치우치지 않을까?’ 하는 것이었다. 되도록 많은 사람의 이야기를 듣고, 그들의 이야기를 정리하다 보면 내 글이 가운뎃점을 찾을 수 있으리라 생각했다. 취재하는 것은 긴 선분의 양쪽 끝이 어딘지를 알아가는 과정이고, 기사를 쓰는 건 그 선분을 정확히 이등분해 가운데를 짚는 일일 것이라 생각했다.

그러나 가운데를 짚는다는 건 너무나 어려운 일이었다. 직접 취재를 해보니 사건들은 다양한 층위에 걸쳐 뻗어 있어 취재할 범위를 정해야 했고, 원고지 8매짜리 기사는 다양한 의견들을 담기엔 좁았기에 중요하지 않은 것들은 버려야만 했다. 사건을 어디까지 취재할지, 다양한 사건 중에 중요한 일을 고르는 데엔 물론 내 주관이 담길 수밖에 없었다. 그렇기에 주관을 뺀 기사를 쓸 수 있을까 의문이 들었다. 하지만 중립적인 기사를 포기하고 싶진 않았다. 내 개인적인 판단으로 중요한 걸 고르지 않으려면, 더 깊은 취재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총장예비후보자 인터뷰 기사를 준비하며 무엇보다 고민했던 건 ‘어떻게 하면 더 깊게 취재할 수 있을까?’라는 것이었다. 우리 학교의 4년을 이끌어갈 중요한 선거인만큼, 기사의 공정성의 무게는 무거웠다. 그렇기에 총장 예비후보자의 이야기를 쓴다는 건 더더욱 깊이 있는 취재를 바탕으로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질문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어떻게 하면 8개의 짧은 질문들이 후보자의 비전을 담아낼 수 있을까?’하고 고민했고, 현장 인터뷰를 준비하는 과정에선 ‘추가 질문을 어떻게 던질까?’에 대해 고민을 거듭했다.

그리고 인터뷰에 나섰다. 예비후보자를 직접 만나고 보니, 역시 중립적인 기사를 쓰기란 쉽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후보들의 비전이 무엇인지 명확히 짚기도, 그들의 다양한 고민을 한정된 지면에 담기도 어려웠다. 오랫동안 학교의 미래에 대해서 고민했던 후보자들에 비해 내 취재는 너무나 부족하다는 것을 느꼈다. 부족한 능력으로 기사를 썼다가는 자칫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을까 우려했다. 그래서 정책에 대해 다시 공부했다. 녹음을 듣고 속기를 다시 보며 각 후보자가 이야기하는 비전이 무엇인지, 핵심은 무엇인지 찾으려했다. 더 깊이 취재하다 보니 후보자들의 모습이 조금은 더 잘 보이기 시작했다.

마냥 중립적인 기사가 좋다고 여겼지만, 직접 기사를 쓸 때마다 그것이 쉬운 일이 아니라는 것을 매번 느낀다. 이번 총장 예비후보자 인터뷰를 맡으면서 더욱 그랬다. 5명의 후보자의 이야기를 전달하는 데 있어, 혹시 한쪽으로 치우치진 않았을까 걱정되기도 한다.

중립적인 기사에 대해 기자의 주관을 완전히 배제한 기사는 없을 것이라는 비판도 많다. 나 또한 중립적인 기사는 달성할 수 없는 허구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하기도 한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론 중립적인 기사를 쓰려 했기에 매 순간 더 깊이 취재하려고 노력하지 않았을까 생각해 본다. 그럼에 앞으로 기사를 쓰면서도 계속 고민하고, 부족함을 느끼고, 다시 쓰지 않을까? 중립적인 글, 어렵다. 아마도 기자 생활하는 내내 아등바등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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