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수협의회(교협)는 지난 9일(월) 총장선출제도 및 총장 예비후보 선출 과정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개선 방향을 논의하는 ‘공명정대한 총장선출을 위한 현황 보고 및 교협의 대책 수립’ 의견서를 전체 교수단에 발송했다. 교협은 평의원회와 총장추천위원회(총추위)가 정책평가단(정평단)에 포함하기로 한 전임교원 비율을 일방적으로 줄였다고 주장하며 학내 구성원들의 의견이 제대로 수렴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어 총장 예비후보자 5인이 확정된 후 투표 결과의 순위가 언론에 유포돼 선거의 공정성이 훼손됐다고 주장했다. 한편 평의원회와 총추위는 교원 비율의 축소가 논의의 효율성을 기하기 위한 부득이한 조치였다고 해명했다. 이어 총추위는 총장 예비후보자 순위의 유출을 완벽하게 통제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주장했다.

교협은 지난해 전임교원을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를 통해 모든 교원이 정평단에 참여하는 것을 교수사회가 원한다고 판단했으나 평의원회와 논의를 거쳐 30%의 전임교원이 참여하는 안에 합의했다고 밝혔다. 교협은 “두 차례의 여론 조사에 전체의 절반이 넘는 교수들이 참여했고 전체 전임교원이 정평단에 참여하는 방안이 중론인 것으로 파악했다”며 “하지만 전체 전임교원이 참여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판단해 평의원회와 30%까지 참여 비율을 조정·합의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평의원회는 이 수치를 다시 최대 20%로 축소하는 안을 이사회에 상정했으며 지난 2월 이사회는 이를 받아들여 시행 세칙으로 정했다. 교협은 “평의원회 본회의까지 통과한 30% 참여안을 파기하고 다시 참여 비율을 축소한 것은 교원들의 의견을 무시하는 행위”라고 지적했다.

총추위는 논의 공간의 규모, 숙의 민주주의의 실현 가능성 등을 고려했을 때 16%를 최적의 참여 규모로 판단했으며 이사회의 시행 세칙 역시 교원의 참여 비율을 20% 이내로 제한하는 것이었던 만큼 문제가 없다고 밝혔다. 또한 공대, 사회대 등 대규모 단과대의 참여 인원 상한선을 높인 대신 미대, 간호대 등 소규모 단과대의 참여 인원의 하한선 역시 설정해 이들의 목소리를 균형있게 보장토록 조치했다고 말했다. 총추위는 “논의 공간인 문화관 중강당의 규모, 효율적인 논의의 진행 등 현실적인 문제를 감안해 적정한 최대 인원을 16%로 파악했다”며 “단과대별 정평단 참여 인원에 기존에 없던 세 명의 하한선을 설정해 오히려 소규모 단과대의 목소리를 더 반영하고자 했다”고 해명했다.

한편 교협은 지난 6일(금) 5인의 총장 예비후보자가 발표된 직후 일부 언론사에 이들의 총추위 득표 순위가 누설, 발표된 점을 들어 총추위의 공정성 문제도 제기했다. 교협은 의견서에서 “총장 예비후보자 5인의 순위가 미리 공개되면 유력 후보에 표가 집중되거나 군소 후보의 표가 감소하는 등의 영향을 끼칠 수 있다”며 “일부 일간지에서 이 순위를 공개하고 편향적으로 보도해 향후 총장 선출 과정의 공정성이 우려된다”고 밝혔다. 실제로 ‘서울대 총추위 규정 시행 세칙’ 제10조는 예비후보자의 평가 결과를 정책 평가 이후에 공개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에 총추위는 최대한 순위가 누설되지 않도록 위원들에게 당부하고 후보자 공고 시 후보자 이름을 가나다 순으로 기재하는 등 조치를 취했지만 완벽한 비밀 유지는 사실상 어렵다는 입장을 밝혔다. 총추위는 “총추위 위원 30여명이 투표에 참여하는데 이들 모두를 완벽하게 통제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총추위 위원 중에서 3인의 개표 위원을 선정해 밀실에서 개표하는 방법도 생각했으나 개표 위원 선정의 공정성 문제, 개표 과정의 투명성 문제 등이 제기돼 철회했다”고 말했다.

교협은 총추위 위원의 객관성을 기하기 위해 총장 예비후보자들이 총추위 위원 중에서 부총장·처장 급 인사를 임명하지 않도록 사전 약속할 것을 촉구하기도 했다. 교협은 “총추위 위원 중 고위급 인선이 이뤄지지 않는다는 사전 약속을 통해 총추위 위원이 총장 예비후보자의 이해관계와 무관함을 보장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한편 총추위의 한 관계자는 “기존에 합의되지 않은 부분인 만큼 논의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라고 일축했다.

이에 평의원회는 30%의 수치에 합의한 것은 사실이나 검토 결과 실질적인 정책 평가가 이뤄지기 어렵다고 판단해 수치를 조정했다고 해명했다. 평의원회는 “지난해 평의원회는 전체 교수 중 15%가 참여할 것을, 교협에서는 100%가 참여할 것을 주장했으며 논의 결과 30%로 합의를 했던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정책 평가 시 숙의 민주주의의 가치를 실현하기에 이 수치는 지나치게 많다고 판단해 최대 20%로 참여 비율을 조정하는 방안을 건의했고 이것이 이사회에서 시행 세칙으로 제정됐다”고 말했다.

이어 교협은 이사회의 시행 세칙을 통해 설정된 20% 참여 비율조차 지켜지지 않고 총추위에 의해 다시 한번 16%로 축소된 점을 지적했으며, 나아가 이 과정에서 재조정된 단과대별 참여 비율이 소규모 단과대의 목소리를 축소시킨다고 비판했다. 교협은 “지난달 29일 총추위는 본회의를 통해 전임교원의 정평단 참여 비율을 16%로 다시 한 번 축소했다”며 “이 과정에서 대형 단과대의 경우 개정 전 최대 38명에서 개정 후 최대 40명이 참여토록 재조정됐으며 이에 따라 총장 예비후보자 중 대형 단과대 소속 후보가 유리해질 우려가 있다”고 밝혔다.

저작권자 © 대학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