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 | 반려동물과 함께하는 장애우 정서·심리 안정 봉사활동

지난 8일 사회복지법인 갑을복지재단에선 반려견을 위한 방석 만들기 활동이 있었다. 봉사자의 도움을 받아 완성된 장애인들의 방석은 반려견에게 선물로 주어졌다.

관악구 난우길의 좁은 골목에 위치한 ‘사회복지법인 갑을복지재단’은 아침부터 많은 사람들로 북적인다. 장애인을 위한 다양한 프로젝트가 진행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 건물의 끝을 따라가면 작고 푸른 공원에선 다양한 종의 강아지들이 꼬리를 흔들며 우리를 반긴다. 장애인과 반려동물이 함께하는 조금 더 특별한 봉사 활동 현장을 『대학신문』이 지난 8일(화) 방문했다.

관악구는 관악구민과 반려동물의 상생을 지향한다. 관악구는 지난 2016년 서울 최초로 반려동물팀을 신설했고, 이후 반려동물 축제와 ‘찾아가는 동물병원’ 등 반려동물과 함께하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펼쳐왔다. 그중에서도 ‘반려동물과 함께하는 장애우 정서·심리 안정 봉사 활동’은 관악구의 대표적인 사업이다. 이 동물 매개 봉사 활동은 반려견을 기르는 주민을 모집해 그들에게 일정 교육을 실시한 후 반려견과 함께 장애우를 대상으로 봉사 활동을 하는 사업이다. 관악구청 일자리경제과 정연중 반려동물팀장은 “관악구청에선 반려견과 함께 의미 있는 봉사 활동을 희망하는 관악구민을 모집해 우선 공격성, 사회성 여부 등 매개활동 가능 여부를 평가했다”며 “이후 동물매개활동 이해, 훈련 실습 등의 교육을 거쳐 현재 최종적으로 총 26명의 봉사자가 선발돼 매주 화요일 오전 10시부터 2시간 갑을복지재단에서 활동 중”이라고 설명했다.

처음엔 어색하기만 했던 장애인과 반려동물의 모임은 현재 활발한 교감을 이뤄나가는 중이다. 매주 화요일 아침 10시부터 ‘갑을복지재단’에선 전문적 강사의 지도 아래 장애인의 애견 간식 가방 만들기, 명찰 만들기 등의 활동이 이뤄지고 반려견은 견주와 함께 그들의 곁을 지킨다. 갑을사회복지재단 박돈곤 이사장은 “정적인 것보다 동적인 것을 선호하는 장애인들에겐 동물을 이용한 정서심리발달 치료가 큰 도움이 된다”며 “강아지를 품에 앉고 쓰다듬는 행동, 강아지 그리기 활동 등을 통해 장애인과 반려견과의 시각적·촉각적 교감이 더욱 활발히 일어나고, 이는 장애인의 지능과 정서 발달에 긍정적인 자극을 준다”고 말했다. 하루의 봉사 활동을 끝마친 후엔 건물 뒤편의 작은 공원에서 강사와 봉사자들의 회의가 진행된다. 이에 대해 정연중 팀장은 “봉사가 끝나면 열리는 회의에선 그날의 활동에서 부족했던 점을 보완하기 위한 피드백이 오가며 이를 통해 다음 주엔 더 나은 다음 봉사 활동을 기대할 수 있게 된다”고 설명했다.

동물 매개 봉사 활동에 참여하는 이들에게 큰 변화가 일어났다. 동물 매개 봉사 활동 오상우 팀장은 “자폐나 지적 장애가 있는 경우 사람을 직접 만날 때 불안감과 두려움을 많이 느끼는 편이지만 강아지에 대해선 친밀감을 느끼는 편”이라며 “동물과의 교감을 통해서 이들은 자연스레 사회성을 기르게 되고 더 나아가 비장애인과의 교류에서도 발전된 모습을 보인다”고 말했다. 봉사견 ‘또리’와 함께 활동에 참여하는 자원봉사자 이성진 씨(49)는 “봉사 참여 이전엔 산책을 하는데도 불구하고 집에서 보내는 시간이 많다 보니 또리가 종종 지루해했다”며 “이 활동을 통해 또리가 다양한 사람을 직접 만나면서 행복해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나 자신이 이전에 갖고 있었던 장애인에 대한 선입견도 사라졌다”며 “이전엔 장애에 대한 전문적인 지식이 없어서 막연한 두려움이 있었지만 오히려 장애인분들이 적극적으로 활동해서 현재는 즐거운 마음으로 참여하는 중”이라고 말했다.

이제 막 첫발을 내디딘 그들에겐 앞으로도 계속될 봉사 활동에 대한 바람이 많다. 박돈곤 이사장은 “관악구에는 다른 지역에 비해 녹지가 많은 편인데, 이런 지리적 특성을 활용해 야외에서도 동물 매개 치료가 이뤄진다면 좋을 것”이라고 앞으로의 봉사 활동에 대한 기대를 드러냈다. 이어 정연중 팀장은 “올해까지는 갑을복지재단이라는 하나의 기관만이 참여했는데 내년부턴 더 많은 기관에서 활동이 이뤄지도록 구청 예산 반영에 노력할 것”이라며 “현재는 반려견만을 모집했지만 이후엔 반려동물의 범위를 넓힘과 동시에 관내 독거노인이나 한부모 가정 자녀 등에까지 복지의 대상을 넓힐 것”이라고 말했다. 사회에서 오로지 보살핌만이 필요하다고 여겨진 장애인들과 반려견들. 하지만 관악구에서의 그들은 매주 함께 얼굴과 손을 맞대며 스스로 성장해 나가는 중이다. 앞으로도 그들의 끈끈한 동행이 이어지길 바란다.

사진: 대학신문 snupress@snu.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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