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대생이라면 산학장학생 모집에 솔깃한 경험이 있을 것이다. 필자는 지난해 A사 산학장학생 모집에 지원했고 서류 단계에서 탈락했다. 같이 지원한 같은 연구실 남자 박사과정생은 서류는 통과됐고 면접에서 탈락했다고 했다.

몇 개월 후 B사의 산학장학생 모집에 지원했고 서류가 통과돼 면접을 볼 수 있었다. 하지만 면접에서 탈락했다. B사의 주력산업이 필자의 전공과 거리가 멀고 전공면접에서 면접관의 질문에 잘 대답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사실 전공과 상관없는 “남자친구가 있는가?” “결혼은 언제 할 것인가?” “근무지가 지방인데 결혼한다면 남편의 직장을 따라가지 않겠는가?”라는 질문이 곤란하고 부당하고 느꼈지만 말이다.

연구실 선배에게 털어놓으니 선배는 여자를 뽑으면 결혼과 동시에 그만두는 사례가 많아서 회사가 곤란했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묻는 것이라고 했다. 세련되게 “회사에서 만나려고 합니다”라고 대답해야 했었다는 충고를 들었다. 오히려 내 반응을 살펴보려고 일부러 물었을 수 있다고 했다. 결국 나는 재치 있게 대답하지 못한 내 잘못이라고 생각했다.

올해 다시 A사에서 산학장학생 면접 지원 홍보가 나왔다. 같은 연구실에 이미 A사 산학장학생이 있어서 같은 연구실에 기회를 주는 특별전형이라고 했다. 이번에는 연구실 추천 특별전형이기 때문에 서류는 무조건 통과시켜주는 특혜를 준다고 했다. 그래도 이번에는 면접은 볼 수 있겠구나 하고 다시 지원했고 지난해 A사에 같이 지원했다 탈락한 남자 박사과정생과 후배 석사과정생들도 같이 지원했다. 그리고 난 다시 서류에서 떨어졌다. 뭔가 잘못됐다는 생각을 했다. 같은 연구실에 남자 박사과정생과 나보다 5살 이상 어린 여자 석사과정생들은 모두 서류가 통과됐고 그들은 당연한 듯이 내게 면접준비를 어떻게 할 것이냐고 물었기 때문이다. 씁쓸히 전한 내 불합격 소식에 놀라는 표정을 지었고, 동료들의 반응을 보고 확신할 수 있었다. 내가 떨어진 이유는 연봉을 많이 줘야 하는 박사과정이지만 여자면서 나이가 많기 때문이었다.

지금 글을 쓰는 이 순간도 “내게 일어난 일이 과연 차별일까?“ 스스로 되묻는다. 사실 성별과 나이 말고도 다른 요소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했을 것이다. 하지만 성별, 나이가 평가항목에 존재한다는 것은 명확했다. 회사 입장에서는 고연봉의 박사를 뽑기 위해서 투자해야 하는 돈이 있는데 결혼적령기의 여자를 뽑으면 언제 임신해 업무에 지장을 줄지 모르고 지방 근무의 경우 몇 년 버티지 못하고 남편 직장을 따라 퇴사하는 사례가 많기 때문에 신중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러면 임신의 가능성을 가진 여자 박사는 기업 입장에서는 리스크다. 임신해도 업무를 계속할 수 있는 환경, 남편 직장도 중요하지만 아내의 직장도 존중받을 수 있는 사회적 분위기, 서울 못지않은 지방의 인프라 확충이 뒤따라 오면 그 리스크를 줄일 수 있지 않을까? 이런 고민 끝에 가서는 왜 항상 ‘내가 남자였으면 어땠을까’라는 생각이 슬그머니 머리를 드는지 모르겠다.

김다미
재료공학부 박사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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