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 16일 발행된 『대학신문』 1963호를 다시 펴들면서 리뷰를 쓰자니, 이런저런 생각이 떠오른다. 거의 한 달 만에 발행되는 신문이라니! 한 주에 한 번 발행되는 주간지라곤 해도 한 달 휴간은 너무했다 싶다. 대신 1면 하단에 이런 안내가 눈에 보인다. “휴간 중 속보는 대학신문 인터넷 홈페이지와 페이스북을 통해 업데이트 됩니다.” 이 말은 신문이 발행되지 않더라도 신문사는 계속 움직이고 있고, 새로운 정보와 의견을 다른 미디어로 우리에게 보내고 있다는 뜻일 것이다.

그런데, 종이 위에 문자로 인쇄되지 않는 정보와 의견을 신문이라고 부를 수 있을까? 대량생산-대량소비 체제에나 적합한 전통적인 신문의 유통 체제는 꽤 오래전에 붕괴했다. 정보와 의견은 과거의 인쇄 미디어와 결별하고 새로운 미디어와 짬짜미가 된 지 오래다. 『대학신문』 역시 그런 미디어 환경에 발맞춰 인터넷 홈페이지와 SNS를 통해 리얼타임으로 정보와 의견을 생산하고 있긴 하지만, 어쩌면 그것은 이미 ‘신문’이 아닐지도 모르겠다. ‘신문’은 이미 ‘구문’이 된 지 오래인데, 헛된 믿음만이 살아있는 것은 아닐지.

개인적으로는 ‘신문’이 새로운 미디어에 맞서기 위해선 신문만이 지닌 고유한 특성, 곧 한정된 지면에서 출발해야 한다고 믿는다. 많은 돈과 기자들의 노력을 동원해 많은 지면을 확대한다고 해도 신문은 공간상의 한계에서 벗어날 수 없는 오래된 미디어다. 그래서 신문은 제한된 지면 안에 정보와 의견을 적절하게 배분하는 테크닉과 함께, 지면을 효율적으로 사용하기 위해 정보와 의견의 밀도를 높이는 노력이 필요하리라 생각된다.

이와 관련해 몇 가지 지적하고 싶은 부분이 있다. 첫째는 기사의 표현방식과 관련된 것이다. 1963호를 예로 들자면 한 면은 대체로 세개 정도의 기사가 실려 있다. 그런데 흥미로운 것은 세 기사의 제목들이 대부분 서로 다른 글꼴로 이뤄져 있다는 점이다. 어떤 기사의 제목은 명조체로, 어떤 기사는 고딕체로 돼 있다. 그런데 어떤 원칙에 따라 다른 글꼴을 선택했는지 직관적으로 파악하기 쉽지 않기 때문에 한 지면 속에 실린 서로 다른 기사들이 어떤 일관된 원칙에 의해 편집된 것이 아니라 혼자 독립되어 존재한다는 느낌이 강하게 들었다. 글꼴이나 크기 등을 통해 기사의 중요도나 성격과 관련된 다양한 정보를 제공할 수 있을 텐데 그런 기회를 놓친 것은 매우 아쉬운 대목이었다.

둘째는 기사의 형식과 관련된 것이다. 1963호가 우리 대학의 가장 큰 이슈 중의 하나인 총장 선출과 관련한 특집 ‘총장 예비후보자 인터뷰’를 3면에 걸쳐 싣고 있기 때문에 빚어진 일인지도 모르겠지만, 7면과 20면도 일종의 인터뷰 기사라고 한다면, 1/4 가까운 지면이 비슷한 형식으로 채워진 듯하다. 인터뷰가 인터뷰이의 생생한 목소리를 살릴 수 있는 매력적인 형식이긴 하지만, 기사의 밀도를 약화시킬 수도 있다는 점에서 최소한으로 절제할 필요가 있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마지막으로 기사의 성격과 관련된 것이다. 『대학신문』이 대학 너머 사회적인 이슈에 관심을 갖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런 점에서 사회면에 실린 기사들은 학내 구성원들이 꼭 관심을 가져야만 할 만한 것이었다. 특히 복지 체계의 문제점을 지적한 8면의 기사는 학생기자의 노력이 잘 드러나 있었다. 그런데 이 이슈가 여러 일간지들에서도 다룬 바 있어서 대학신문이 가진 역량으로 그것을 넘어서기 쉽지 않았을 것이다. 그렇다면 이 이슈를 취재기사가 아닌 학술적인 논의나 칼럼, 사설 등등의 방식으로 담아내었어야 하는 게 아닌가 생각한다. 대학신문이 일반 신문과 달리 특정 연령대나 계층 등으로 특성화될 수 있는 독자층을 가지고 있다면, 오히려 그들의 입장에서 그들의 목소리를 선명하게, 편파적으로(!) 드러내는 것이 필요하지 않은가 싶다.

『대학신문』에 대해 이런저런 아쉬움을 지적하는 것은 문자매체가 가지고 있는 전통적인 위상이 급속하게 축소돼 가는 위기상황을 공유하고 있는 문학도로서의 ‘동병상련’의 감정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여러 한계에도 불구하고 『대학신문』은 여전히 매력적인 미디어라고 믿고 있다. 사소한 것일 수도 있지만, 개인적으로는 느티나무 캘린더를 참 좋아하는 편이다. 이렇게 일목요연하게 정리된 정보는 한 눈에 직관적으로 파악할 수 있으면서도 많은 정보를 한꺼번에 담아내는 밀도 또한 지니고 있어서, 모니터 화면으로는 도저히 흉내내기 어려운 듯하다. 이 아름답고 유용한 미디어가 2000호를 넘어 꾸준하게 발행될 수 있기를 기원해 본다.

김종욱 교수
국어국문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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