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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과 겜블의 시소 놀이, 이젠 게임으로 기울 때특집 | 확률형 아이템, 게임의 득인가 독인가

요즘 국내의 내로라하는 게임 회사들이 수익을 창출하는 것에만 혈안이 됐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이는 게임 내에서의 무분별한 과금 유도 때문인데, 대부분의 게임 회사가 주된 수익 창출 모델로 삼는 ‘확률형 아이템’은 게임 이용자에게 과도한 현금 결제를 유도한다. 확률형 아이템은 소비자가 일정한 대가를 지불하고 구매하지만 그 아이템의 종류나 성능이 게임사가 정한 확률에 의해 결정되는 상품을 말한다. 『대학신문』은 확률형 아이템의 등장 배경과 문제점을 짚고 국내의 게임 시장이 확률형 아이템과 같은 기형적인 과금 유도 방식에서 벗어나기 위한 해결방안을 모색해본다.

확률형 아이템의 유래를 찾아서

확률형 아이템은 2004년 일본에서 서비스 중이던 PC게임 ‘메이플스토리’에서 처음으로 등장했고 확률형 아이템의 판매량은 예상을 웃돌았다. 이에 2005년 넥슨은 국내 게임 시장에도 확률형 아이템을 도입해 판매를 시작했다. 일본에 이어 국내에서도 확률형 아이템이 성공을 거뒀고, 이에 국내 게임 회사들이 앞다퉈 확률형 아이템을 도입했다. 확률형 아이템은 스마트폰 보급 후 모바일게임 시장에서도 주된 수익 모델로 자리 잡았다. 스마트폰 등장 후 ‘애니팡’과 같이 게임 방식이 단순한 캐주얼 모바일게임이 주를 이루다 이후 만연한 캐주얼 게임 시장에 한계를 느낀 게임 개발사들이 캐주얼 게임보다 복잡한 ‘미드코어 게임’으로 눈을 돌렸다. 이에 대해 이정엽 교수(정보문화학 연합전공)는 “특별한 수익 모델을 확보하지 못한 미드코어 게임 개발자들이 몇몇 게임에서 확률형 아이템이 성공을 거두는 것을 보고 확률형 아이템을 미드코어 게임의 수익 모델로 채택했다”고 설명했다.

국내 게임 시장에서 확률형 아이템을 기반으로 한 수익 모델은 다양한 이유로 흥행할 수 있었다. 먼저 RPG(Role Playing Game) 게임 이용자들이 자신의 캐릭터를 성장시키고자 하는 욕구와 적은 투자로 큰 보상을 얻기를 바라는 사행 심리가 절묘하게 맞아떨어지며 확률형 아이템이 흥행 궤도에 오를 수 있었다. 이에 이 교수는 “많은 게임 이용자들이 게임 내에서 운에 따른 요소가 작용하는 것을 즐긴다”고 말했다. 게임 이용자들이 게임의 과정이 주는 재미보다 게임의 결과에서 오는 상대적인 우월감을 경험하고 싶어 하는 경향도 확률형 아이템의 흥행 배경 중 하나다. 이처럼 높은 순위에 빠르게 도달하는 것이 우선인 게임 이용자들이 확률형 아이템에 많은 돈을 투자하는 것이다. 또한 모바일게임에선 확률형 아이템이 더욱 성공으로 이어지기 쉬웠는데, 온라인게임보다 간편한 모바일게임에서의 결제방식이 게임 이용자들의 충동구매를 이끌었기 때문이다. 특히 한 달에 각각 50만원, 30만원 이상 사용할 수 없는 온라인게임과 웹보드게임과는 달리 모바일게임에선 한 달 결제 한도가 없다.

게임회사와 게임 이용자의 눈치싸움

평균적으로 1%를 웃도는 아이템 당첨 확률 때문에 확률형 아이템은 사행성을 띤다는 비판을 받는다. 당첨 가능성이 적다 보니 게임 이용자들은 원하는 아이템이 나올 때까지 구매를 반복한다. 오지현 씨(생명과학부·17)는 “게임에서 직접 체감하는 확률형 아이템 당첨 확률이 매우 낮다”며 “원하는 확률형 아이템에 대한 예상 기대비용이 수십 만원 상당이며 그만큼을 투자해도 원하는 아이템이 나오지 않는 경우도 있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또한 확률에 따라 게임 이용자에게 주어지는 아이템의 편차가 크다는 점도 문제다. 같은 돈을 지불하고도 단순히 확률에 의해 결과가 좌지우지되는 것은 게임 이용자를 자극해 지속적으로 확률형 아이템을 결제하도록 한다. 네오위즈의 PC게임 ‘배틀필드 온라인’의 경우 500원짜리 ‘분대장 포상’ 아이템에서 확률에 따라 2,000포인트에서 백만 포인트까지 게임 머니를 얻기도 하는 등 단지 확률에 의해 같은 가격의 아이템이 500배의 가치 차이를 보인다.

사행적인 요소를 포함하고 있음에도 확률형 아이템 당첨 확률은 공개조차 제대로 이뤄지고 있지 않다. 게임 이용자들은 당첨 확률에 대해 크게 두 종류의 불만을 품고 있다. 게임회사에서 확률형 아이템의 당첨 확률을 아예 공개하지 않는다는 것과 확률을 공개해도 눈에 띄지 않는 곳에 공개한다는 것에 대한 불만이다. 확률형 아이템은 유료 상품이기 때문에 구매자가 상품에 대한 충분한 정보를 알 권리가 있다. 이에 게임이용자보호센터의 조수현 사무국장은 “게임이용자보호센터가 당첨 확률을 공개하지 않는 게임의 목록을 매달 공개한다”며 “하지만 여전히 일부 게임 회사는 당첨 확률을 공개하고 있지 않다”고 설명했다. 확률을 공개한다고 하더라도 잘 보이지 않는 장소에 공개하는 것도 문제다. 한국게임산업협회가 확률형 아이템의 사행성 논란을 잠재우고자 2015년 7월부터 시행한 ‘확률형 아이템 자율규제’에 따르면 확률에 대한 정보를 공개하는 장소를 게임사가 자율적으로 선택할 수 있다. 이에 일부 게임은 확률을 공지사항에만 노출시킬 뿐 실제 구매 페이지에선 확률을 공개하지 않는다. 최근 모바일게임 ‘데스티니 차일드’에선 차일드 소환을 통해 얻을 수 있는 ‘5성 차일드’의 획득 확률이 공지사항에만 게재돼 게임 이용자의 원성을 샀다. 김경수 씨(동양사학과·16)는 “대부분의 게임이 공지사항을 통해서만 당첨 확률을 알려주거나 당첨 확률을 알기 위해선 이용자가 해당 게임회사에 정보를 요구해야만 한다”며 당첨 확률을 제대로 알려주지 않는 실태에 대해 말했다.

일부 게임에서의 확률형 아이템은 게임성을 게임에서 지워버린다. 이정엽 교수는 “일부 게임상에선 이용자가 아이템을 강화하려면 그 단계마다 확률형 아이템을 구매해야만 해 확률형 아이템에 대한 사용자의 결제 비율이 극대화된다”며 “이런 확률형 아이템은 게임 이용자들이 오랜 시간을 들여 게임을 해왔던 맥락들을 무효화시켜버린다”고 말했다. 실제 모바일게임 ‘리니지M’ 같은 경우 칼을 강화하다 실패하면 이용자가 그간 모아온 재료가 모두 소진된다. 이에 대해 이정엽 교수는 “게임 이용자들은 이 같은 게임상에서의 불리함을 막기 위해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강화 성공 아이템을 결제하게 된다”며 “이런 부분은 결국 한국 게임의 다양성 확보를 어렵게 만드는 요인으로 작용한다”고 설명했다.

‘겜블’ 아닌 ‘게임’으로 거듭나기

확률형 아이템의 이런 문제점은 게임에 대한 이용자의 흥미를 떨어트리고 신규 이용자들의 진입장벽을 높인다. 조 사무국장은 “확률형 아이템이 게임 세계에서조차 빈익빈 부익부를 조장한다”며 “노력 여하와 관계없이 게임에 돈을 더 많이 투자한 사람이 더 높은 레벨이 되는 것은 게임 이용자들을 허탈하게 만든다”고 설명했다. 또한 평소 PC게임을 즐기는 최선효 씨(25)는 “PC게임 ‘마비노기영웅전’에서 15만원 상당의 확률형 아이템을 구매했음에도 원하는 아이템이 나오지 않아 해당 게임을 그만두게 됐다”고 말했다. 새롭게 게임을 시작한 이용자들이 초기에 게임 환경에 적응하지 못하고 이탈하게 되는 원인도 확률형 아이템에 있다. 게임 애용가인 서민기 씨(21)는 “모바일 게임 ‘프렌즈 마블’에선 현금 결제를 하지 않으면 게임이 진행되지 않아 새로 유입된 이용자들이 정착하기가 쉽지 않다”고 증언했다.

게임 업계가 확률형 아이템에 대한 높은 의존도를 줄이고 게임성에 기반을 둔 새로운 수익 모델을 개발해야 한다는 것이 다수의 목소리다. 이정엽 교수는 “게임 개발자들이 확률형 아이템을 벗어난 새로운 수익 모델로의 점진적인 전환 및 게임 개발자에 대한 교육이 필요하다”며 “최근 ‘엔씨소프트’를 비롯한 여러 대규모 게임업체에서 교육 분야를 강화해 외부 전문가로부터 게임 디자인 방법론에 대한 많은 조언을 얻고 있고 재직자들을 재교육한다”고 게임 업계의 개선 노력을 말했다. 또한 ‘배틀그라운드’와 같이 게임 자체를 유료화한 후 게임 내에서 확률형 아이템을 최소화해 모든 이용자가 동일한 선상에서 평등하게 실력을 겨룰 수 있도록 하는 것도 확률형 아이템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는 방법이다. 이 교수는 “배틀그라운드의 수익모델은 북미나 유럽 이용자들에게 큰 호응을 얻을 수 있었던 방식으로 이는 배틀그라운드가 세계 각국에서 인기를 얻을 수 있었던 배경이 됐다”고 설명했다.

게임성에 초점을 둔 게임을 개발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기 위한 정부의 지원 역시 이뤄져야 한다. 게임개발자연대 김환민 대표는 “국내에서 게임 산업에 대해 연구하는 기관은 ‘한국콘텐츠진흥원’이 유일한데 이마저도 계약직 연구원을 채용해 연말에 게임백서를 발간하는 것에 그친다”며 “정부 산하 연구기관들이 게임 산업에 대한 꾸준한 연구를 거쳐 그를 바탕으로 한 적절한 정책을 수립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이 교수는 “미국의 시민단체 ‘게임스 포 체인지’(Games for Change)는 20년간 정부의 지원 아래 사회 운동가가 게임 개발자에게 사회적 이슈를 담은 게임을 개발할 것을 요청하면 게임 개발자가 관련 게임을 개발하는 방식으로 운영돼 왔다”며 “우리나라도 이같이 정부의 금전적·제도적 하에 게임 개발자가 의미 있는 메시지를 담은 게임이 개발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돼야 한다”고 말했다.

게임 이용자들이 확률형 아이템을 합리적인 판단으로 소비할 방법을 마련하는 것도 해결방안이다. 김 대표는 “‘천장 시스템’을 통해 게임 이용자가 확률형 아이템으로 일정 수준 이상을 소비하면 그가 원하는 아이템을 뽑을 기회가 주어질 수 있다”며 “또한 당첨 확률이 아닌 예상 기대비용을 표시하는 것도 게임 이용자의 합리적인 소비를 돕는다”고 설명했다.

‘테트리스’를 하며 각 모양이 나올 확률이 공개되지 않는다고, 한 모양이 나올 확률이 현저하게 낮다고 불평하는 이용자는 아마 없을 것이다. 테트리스에선 확률 자체가 차지하는 비중보다 모양이 등장할 때마다 새로운 전략을 세우는 것의 비중이 훨씬 크기 때문이다. 확률형 아이템의 문제는 바로 게임에서 확률 자체가 차지하는 비중이 크다는 것과 그 확률을 ‘판매’하고 있다는 것에 있다. 게임에서 확률형 아이템의 자리가 게임성으로 채워지는 날을 바라본다.

삽화: 손지윤 기자 unoni0310@snu.kr

홍지윤 기자  withjy1@s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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