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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투(tattoo), 몸에 피어나는 이야기
  • 박성민 기자
  • 승인 2018.05.13 03:17
  • 수정 2018.09.12 13: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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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는 길거리에서 타투(tattoo)를 한 사람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문신’이라고도 불리는 타투는 불과 몇 년 전에만 해도 범죄를 연상시키는 등 부정적인 의미로 통용됐으나, 현재 청년층을 중심으로 인기를 얻어 문화적 트렌드로 자리 잡았다. 수많은 사람이 다가오는 여름에 앞서 개성을 드러내는 도구로 타투를 선택하고 있어 5월은 타투이스트(tattooist) 사이에서 ‘시즌’으로 불리기도 한다. 하지만 과거 타투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완전히 걷힌 것은 아니다. 여전히 많은 사람이 타투를 어두운 문화로 받아들이고 있다.

현재 한국은 일본과 더불어 비의료인의 타투 시술이 금지된 유이한 국가다. 한국에서 타투는 ‘음지 문화’기 때문에 그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얻기가 쉽지 않다. 이에 『대학신문』은 타투가 시술되는 과정과 타투에 담길 수 있는 다양한 의미, 그리고 한국의 타투 산업 종사자가 겪는 어려움을 알아봤다.

타투가 몸에 새겨지기까지

타투는 피부 아래에 잉크로 글씨나 그림을 새기는 일이다. 이때 타투이스트는 붓에 물감을 묻혀 그림을 그리듯, 끝이 막힌 바늘에 잉크를 묻혀 피부의 표피층이나 진피층에 그림을 새긴다. 이때 표피는 28~40일이 지나면 떨어져 나가고 새로운 세포층이 생성되기 때문에 표피층에 주입된 잉크는 금방 사라진다. 따라서 표피층에 시술된 타투는 ‘반영구 타투’로 분류된다. 한편 진피는 주기적으로 벗겨지지 않기 때문에 진피층에 시술된 타투는 영원히 남으며, 레이저 시술과 같은 인위적인 방법을 거치지 않는 이상 제거되지 않는다. 눈썹 타투, 두피 문신 등으로 인기를 얻고 있는 ‘미용 타투’는 대체로 ‘반영구 타투’의 일종이며, 이외에 ‘반영구’가 아닌 타투는 모두 진피층에 시술돼 영원히 남는 타투를 말한다.

타투 작업은 타투이스트와 의뢰자 간의 상담으로 시작된다. 의뢰자들은 보통 타투이스트가 페이스북이나 인스타그램 등의 소셜미디어에 올려놓은 도안을 보고 작업을 의뢰한다. 상담 과정에서 타투이스트는 의뢰자의 요구를 고려해 도안을 디자인하며(사진①), 의뢰자와의 신중한 소통을 통해 도안을 확정한다. 이때 상담에 걸리는 시간은 소통 과정과 도안에 따라 천차만별이다. 상담을 마친 후 타투이스트는 전사지를 활용해 피부에 밑그림을 그린다. 도안이 그려진 전사지를 피부에 대고 파스를 바르면 전사 가루가 피부에 찍혀 도안이 ‘복사’된다(사진②). 전사 가루가 마르는 동안 타투이스트는 작업을 준비한다(사진③).

타투이스트는 전사 가루가 마르면 본격적으로 시술을 시작한다(사진④). 적당한 바늘을 골라 극소량의 잉크를 묻힌 후, 바셀린을 바른 피부에 점을 찍고 선을 긋는 작업을 수차례 반복하고 나면 시술이 마무리된다. 작업을 마친 후에 타투이스트는 상처가 덧나지 않도록 작업 부위를 소독하고 랩으로 감싼다. 타투는 이런 과정을 거쳐 피부에 그려진다.

사진① 타투이스트 JR이 작업 전에 도안을 준비하고 있다.
사진②
사진③ 타투이스트는 작업을 준비하면서 위생 관리를 철저히 한다. 작업에 사용되는 타투 바늘은 모두 일회용 바늘이며, 작업 중에 손이 닿을 수 있는 곳은 랩핑(wrapping)해 두기도 한다.
사진④



의미를 담아내는 예술, 타투

타투는 대중적인 문화로 자리 잡으면서 점점 다양한 의미를 갖게 됐다. 우선 가장 대표적인 것으로 예술적 가치를 들 수 있다. 타투이스트들은 타투에 자신의 예술 세계와 감상을 담아낸다. 구체적인 표현 수단은 선과 패턴, 명암과 그라데이션 등 다양하다. 타투이스트 화윤(29)은 “내게 타투는 화려한 색감을 통해 모든 일상과 사람을 긍정적으로 승화시키는 작업”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타투는 사람의 피부에 그리는 예술이라는 점에서 특별하다. 작업자뿐만 아니라 의뢰인까지 작업에 참여하게 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타투는 ‘교감의 예술’이다. 교감은 때로는 의뢰인이 타투에 얽힌 이야기를 공유하면서, 때로는 작업자와 의뢰인이 함께 도안에 의미를 부여하면서 이뤄진다. 이런 과정을 통해 새겨진 타투는 영원히 남아 의뢰인의 일부가 된다. 타투이스트 지화(30)는 “타투는 의뢰인과 함께 숨을 쉬고, 함께 늙어가며, 함께 죽는다”며 “나에게 타투는 살아있는 예술”이라고 밝혔다.

또한 타투는 패션의 역할을 한다. 한국에서 일명 ‘감성 타투’라고 불리며 인기를 얻은 패션 타투는 개성을 드러내는 도구로 활용되고 있다. 타투는 다리, 발목, 팔 등 다양한 부위에서 몸의 선을 한층 살려줘 신체의 아름다움을 배가한다는 것이 타투이스트들의 설명이다(사진⑤). 옷으로 개성을 드러내듯, 몸에 새기는 타투를 통해서도 자기표현을 할 수 있다.

사진⑤ 타투이스트 도준(상)과 타투이스트 공그림(하)이 작업한 타투.

사람들은 기억하고 싶은 것이나 자신의 다짐을 영구적인 타투로 새긴다. 얼마 전 타투이스트 nu(29)는 친구와의 추억에 대한 레터링 타투 의뢰를 받았다. 의뢰인은 함께 타투를 받기로 약속했던 친구의 죽음을 목격한 후, 친구를 추억하는 글귀를 새겼다(사진⑥). nu는 “한 사람과 이렇게까지 교감할 수 있는 직업은 없을 것”라며 “사명감을 느낀 작업이었다”고 전했다. 세월호 타투 역시 기억과 다짐을 담은 타투다. 세월호 사건 이후 많은 사람이 노란 리본을 몸에 새겼다(사진⑦). 잘 보이는 손등에 노란 리본 타투를 받은 문호비 씨(20)는 세월호 타투에 대해 “다시는 같은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잊지 말자는, 일종의 다짐”이라고 밝혔다.

사진⑥ 타투이스트 nu는 의뢰인의 쇄골 주위에 “지금은 떨어진 내 친구와의 추억을 기억한다”는 내용의 레터링 타투를 새겼다. (사진제공: nu)
사진⑦ 타투이스트 모리한이 작업한 타투.

타투는 치유의 기능을 하기도 한다. 특히 ‘흉터 커버업 타투’는 흉터를 타투로 가려 그에 얽힌 상처까지 치유하는 작업이다. 최근 흉터 커버업 타투를 받은 박현서 씨(20)는 교통사고를 당해 팔에 흉터를 많이 가지고 있었다(사진⑧). 그는 “여름이면 사람들이 팔을 보고 흉하다고 해서 상처를 많이 받았다”며 “내가 좋아하는 것들로 흉터를 가릴 수 있어서 그만큼 타투가 가치 있다”고 덧붙였다. 또한 커버업 타투의 일종으로 ‘메디컬 타투’도 주목받고 있다. 메디컬 타투는 의학적으로 치료하기 어려운 백반증이나 화상 등 각종 수술 자국에 타투를 새기는 것이다. 김수연 씨(23)는 어릴 적에 사고를 당한 후 다리에 피부 이식 수술을 받았지만 심한 흉터가 남았다. 병원 치료로도 흉터가 없어지지 않아 의사 겸 타투이스트 조명신 원장(빈센트 성형외과, 탑 메디컬 센터)에게 흉터를 피부와 같은 색으로 덮는 타투 시술을 받게 됐다(사진⑨). 그는 “상처가 커서 완전히 덮기는 힘들겠지만, 시도라도 할 수 있어서 다행이다”라고 전했다.

사진⑧ 타투이스트 화윤이 흉터 위에 작업한 장미와 서핑보드 타투.
사진⑨



타투는 빛을 볼 수 있을까

현재 미용 반영구 타투를 포함한 비의료인의 모든 타투 시술은 1992년 “문신은 의료행위”라는 대법원의 판례에 따라 불법이다. 이후 많은 헌법소원이 청구됐으나 대부분 심의 단계에서 기각됐다. 한편 지난 12월에 한국패션타투협회(KFTA)가 “비의료인의 타투 시술을 합법화 및 자격화한 후 관련법을 만들어달라”는 요지로 청구한 집단 헌법소원은 현재 재판에 회부돼 헌법재판소의 판결을 기다리고 있다. 이에 대한의사협회 정성균 대변인은 “감염을 확실하게 관리할 수 있는 사람은 현실적으로 의사밖에 없다”며 “각종 감염성 질환과 물집성 질환의 가능성이 남아있는 이상 협회는 무자격자가 시술하는 것에 반대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에 만 명이 넘는 타투이스트들은 여전히 음지에서 작업하며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타투이스트들은 항상 적발 위험에 노출된 채 활동한다. 적발은 대개 민간인이나 경쟁업체의 신고로 이뤄지기 때문에 대부분의 타투이스트들이 간판도 달지 못한 채 숨어서 활동한다(사진⑩). 국제타투아티스트협회 신정섭 회장은 “타투에 대한 안 좋은 시선 때문에 지나가다 간판만 보고도 신고하는 사람이 있다”며 안타까워했다. 또한 악의적으로 신고하는 경우도 있는데, 이에 대해 한국패션타투협회 이순재 교육위원장은 “경쟁 업체를 고발하는 타투이스트도 있는가 하면 고소를 빌미로 돈을 요구하는 사람도 많다”고 밝혔다. 적발 시 타투이스트는 모든 도구를 빼앗기기 때문에 심한 경우 회생이 불가능해 직업을 변경해야 한다. 이에 타투 업소들은 단속을 피하고자 사업자 등록에서도 변칙을 활용한다. 많은 업소가 타투 도안 회사나 화실, 혹은 디자인 회사로 기록된 채 운영되고 있다. 신정섭 회장은 “신고를 당하는 것만으로도 자부심이 많이 떨어져 힘들다”며 “간판도 달고 세금도 내면서 당당하게 일하고 싶다”고 털어놨다.

사진⑩ 비교적 규모가 큰 타투샵 ‘더잉크드’ 역시 단속을 우려해 지하에서 간판 없이 가게를 운영한다. ‘관계자외 출입금지’ 표지판 때문에 외관만 봐서는 어떤 곳인지 알 수 없다.

작업 도구를 구하는 데에도 어려움이 따른다. 한국에서는 의료산업 비종사자의 타투 용품 생산과 직수입이 단속의 대상이다. 따라서 타투이스트들은 다른 국가를 통하거나 용품 업자에게서 도구를 구매한다. 하지만 이런 경로로 한국에 들어오는 제품은 유통이 활발한 타국에 비교해 다양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게다가 타투 잉크나 바늘의 경우, 유사품이 많기 때문에 질 좋은 정품을 구하기가 쉽지 않다. 물론 한국에서도 의료용으로 쓰이는 타투 잉크가 생산된다. 조명신 원장은 한국이 타투 잉크로 쓰는 물질에 대해 법적으로 규제하는 ‘의료용 잉크 선진국’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국내산 잉크는 의료법에 의해 인허가를 받은 사람만 구매 및 판매할 수 있다. 게다가 인허가 비용이 많이 들기 때문에 잉크의 가격 또한 미국과 비교해 세 배 이상 비싸다. 따라서 대부분의 타투이스트는 국내산 잉크를 사용하지 못한다.

타투이스트들은 교육적 측면에서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 타투는 몸에 그리는 작업이기 때문에 그림 실력은 물론 미세한 깊이를 조절하는 능력과 통증 관리 능력, 그리고 무엇보다 위생 지식이 필수적이다. 이런 지식을 체화하는 데에는 오랜 훈련 기간이 필요하다. 타투이스트 지망생들은 대부분 타투 업소에 문하생으로 들어가 작업을 배우거나 타투 학원에 등록해 수업을 수강한다. 문제는 현재 비의료인의 타투 시술이 불법이기 때문에 국가 공인 자격증이 마련돼 있지 않고, 통일된 교육 지침도 없다는 점이다. 따라서 지망생마다 배우는 내용이 다르며, 타투 작업에 필수적인 윤리와 위생 교육을 받지 못하는 경우도 발생한다. 특히 위생 지식의 경우, 많은 교육기관에서 피부 생리학과 각종 보건 문제에 대해 가르치고는 있지만, 교육자가 대부분 의학 전문가가 아니기 때문에 한계가 있다. 이에 조명신 원장은 “안타까운 점은 비의료인의 시술이 불법이라 책임감 있는 타투이스트들도 교육을 받지 못한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순재 교육위원장은 이에 대해 “한국에서는 미국과 달리 시술 과정에서 의료계의 기술지원이 전무하다”며 “타투 교육이 법적인 불이익 때문에 영세성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타투에는 받는 목적에 따라 무궁무진한 의미가 담길 수 있다. 패션 아이템으로 활용하기부터 특별한 사연을 담아내기까지, 사람들은 타투에 점점 다양한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타투는 현재 법적으로 음지에 있지만 더 이상 어두운 문화가 아니다. 갈수록 타투의 수요가 늘어나는 지금, 타투 산업을 양지로 끌어올리는 것에 대한 논의가 필요할 것이다.



삽화: 강세령 기자 tomato94@snu.kr

박성민 기자  seongmin41@snu.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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