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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리아에서 흘러넘친 전쟁, 중동을 적시다

한반도가 남북정상회담에 대한 기대로 술렁대던 지난달 14일(토), 미국·영국·프랑스군이 발사한 미사일이 시리아의 수도 다마스쿠스에 떨어졌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시리아 정부의 화학 무기 사용을 처벌하기 위해 공습을 가했다고 밝혔다. 이번 공습은 지난 7년간 쏟아져 나온 시리아 내전 관련 소식 가운데 아주 작은 부분에 불과하다. 2011년에 시작된 시리아 내전은 지중해를 건너 탈출하는 난민, 바샤르 알 아사드 정권의 잔혹함에 대한 비난, ISIS의 원색적인 선전 영상, 미국과 러시아의 개입과 같은 뉴스를 끊임없이 만들어냈다. 『대학신문』은 이슬람주의와 지정학이라는 두 주제로 시리아 내전의 긴 역사를 엮어내고자 한다.

민주주의를 달라 이슬람을 달라

2011년 1월 14일 부패와 빈곤, 그리고 억압적 정치 상황에 분노한 튀니지 시민들은 독재자 벤 알리를 몰아냈다. 튀니지에서 시작된 아랍의 봄 시위는 아랍 각국을 휩쓸었다. 시위대는 “시민들은 정권 타도를 원한다”는 구호를 외치며 아랍 국가들의 거리를 메웠다. 시리아의 아사드 정부도 아랍의 봄을 피해 가지 못했다. 2011년 3월 18일 바샤르 알 아사드 시리아 대통령에게 민주화를 요구하던 시위대에게 보안군이 발포해 네 명이 사망했고, 시위는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됐다.

아산정책연구원 장지향 선임연구위원은 “시리아 민주화 운동의 가장 중요한 원인은 크게 경제 사정과 정치적 억압, 아사드 정권의 통제력 약화, 그리고 아랍의 봄이라는 촉매”라고 설명했다. 2011년 시리아 경제는 미국의 오랜 경제 제재, 이라크 난민, 그리고 흉작으로 어려운 상황이었다. 정치적으로 아사드 정부는 1963년부터 이어져 온 국가비상사태 체제를 이용해 시민의 정치적 권리를 제한하는 독재정치를 폈다. 또 권력을 세습한 바샤르 알 아사드 대통령은 쿠데타의 주역이었던 아버지 하페즈 알 아사드에 비해 군부와 바트당 지도부에 대한 장악이 약했다. 여기에 아랍의 봄이라는 촉매가 더해져 시리아 민주화 운동이 시작됐다.

민주화 운동에 대한 탄압이 이어지자 민주화 세력은 아사드 정권을 교체할 다른 방법을 모색했다. 2011년 7월 29일 민주주의를 요구하는 반군인 자유시리아군(FSA)이 결성되면서 시리아는 본격적인 내전에 들어갔다. 2012년 반군은 정부군을 파죽지세로 밀어냈다. 반군은 알레포, 이들리브, 라카와 같은 도시들을 공격했고 수도인 다마스쿠스까지 위협했다. 2013년 정부군의 반격으로 시리아 내전은 끝없는 수렁에 빠졌고, 시리아 전역이 전쟁터로 변했다.

2013년과 2014년을 지나 내전이 길어지면서 권위주의적 아사드 정부 대 민주주의적 반군의 대립 구도가 깨지기 시작했다. 반군은 세속적 민주주의를 추구하는 세력에서 이슬람주의를 추구하는 세력으로 변모했다. 이슬람주의는 이슬람의 교리를 현실 정치에 적극적으로 적용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정치사상이다. 시아바시 사파리 교수(아시아언어문명학부)는 “이슬람주의의 목표는 이슬람 국가를 만드는 것과 샤리아법*을 도입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슬람주의로 인해 2014년 시리아의 상황은 2011년과 완전히 달라졌다. 민주주의와 세속주의를 요구하는 초창기의 시리아 반군의 존재는 희미해졌다. 반군의 대다수는 민주주의 국가가 아닌 이슬람 국가를 세우기 위해 싸우고 있었다. 사파리 교수는 “내전이 길어지자 민주주의를 요구하던 세속주의 세력은 집에 돌아갔다”고 표현했다. 이슬람 극단주의 세력들이 시리아 내전에서 득세했고, 전 세계의 이슬람 극단주의자들이 지하드에 가담하기 위해 시리아로 몰려왔다. 이희수 교수(한양대 문화인류학과)는 “이슬람주의 반군은 조직과 자금력을 갖췄고 해외에서 지원자(지하디스트)를 보충할 수 있었지만, 세속주의 조직은 그러지 못했다”며 이슬람주의 반군이 세속주의를 제치고 주류가 된 이유를 설명했다. 반군의 주류가 이슬람주의 세력으로 옮겨가자 시리아 내전에서 종교의 중요성이 커졌다.

시리아 내전에서 이슬람주의의 영향력을 가장 뚜렷하게 보여준 것은 ISIS(이라크 시리아 이슬람 국가)다. ISIS는 기존의 국가 체계를 무시하고 이슬람권을 통일해 칼리프국*을 건설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이슬람 극단주의 조직이다. 2013년과 2014년 ISIS는 라카, 이들리브, 알레포, 팔미라 등 주요 도시를 공격하면서 시리아에서 세를 넓혔다. ISIS는 점령한 곳에서 수니파*가 아닌 소수 종파는 물론, 이슬람주의에 찬동하지 않는 세속주의적 시민들까지도 학살했다. ISIS가 점령한 곳에서 어떤 종교를 믿는지와 이슬람주의에 찬성하는지는 생과 사를 가르는 문제가 됐다.

아사드 정권은 이슬람주의와 대척점에 서 있다. 사파리 교수는 아사드 정권이 속한 시리아 바트당을 “1950년대부터 이어져 온 세속적이고 민족주의적인 아랍 정당”이라고 설명했다. 이런 이유로 아사드 정권은 소수 종파를 보호하고 이슬람주의자들을 탄압했다. 이는 내전의 구도가 권위주의 대 민주주의에서 세속주의 대 이슬람주의로 바뀌었음을 보여준다.



시리아의 운명은 신이 결정하는가?

ISIS는 시리아 내전을 종교 전쟁처럼 보이게 했다. 그러나 시리아 내전을 종교만으로 설명하기는 어렵다. 이슬람주의는 분명 시리아 내전에 큰 영향을 끼쳤지만, 이슬람주의 반군이 대중의 지지를 업고 정권 교체를 이룰 가능성은 작다. 이희수 교수는 “이슬람주의 세력에게는 대중적 지지 기반이 없다”며 “이슬람 세계에서 알카에다의 지지는 3~5%, ISIS는 1% 정도로 나타난다”고 설명했다. 이슬람주의 사상 자체도 비슷한 상황이다. 사파리 교수는 “2000년대 중후반에 이슬람주의가 퇴조하는 전환이 있었고 이제는 이슬람주의가 이슬람 세계의 주류 사상이라고 보기 힘들다”고 지적했다. 대표적인 사례로 이집트의 이슬람주의 정당인 무슬림 형제단이 있다. 무슬림 형제단은 2011년 아랍의 봄 이후 민주적으로 집권했으나 지나치게 이슬람 원리주의적인 정책으로 2012년 시민들의 반발에 부딪혔다. 결과적으로 시민들의 지지를 받은 군부는 무슬림 형제단을 축출했다.

전문가들은 시리아 내전의 본질이 종교가 아닌 지정학이라는 점에 의견을 모았다. 이희수 교수는 시리아 내전을 지정학적 패권 다툼의 측면에서 이해해야 한다는 점을 역설했다. 사파리 교수는 “시리아 내전에서 종교는 모든 것을 설명해주지 않는다”는 점을 강조하며 “이슬람주의 세력의 원동력은 지정학적 이익을 노리는 외부 세력의 지원”이라고 설명했다. 시리아의 이슬람주의 반군은 미국, 사우디아라비아(이하 사우디), 터키, 그리고 유럽 국가들의 무기와 자금 지원을 받았다.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은 2013년 CIA를 통해 시리아 반군에게 무기와 훈련을 제공하는 ‘단풍나무 작전’을 승인했다. CIA의 훈련을 받은 반군의 상당수가 이슬람주의 성향인 것으로 드러났고, 미국이 지원한 무기 역시 많은 부분 이슬람주의 반군에 흘러 들어갔다.

이슬람주의 반군의 성장에 큰 영향을 준 이라크 전쟁 역시 지정학적 사건이다. 2003년 미국은 이라크를 침공해 사담 후세인의 이라크 바트당 정권을 무너뜨렸다. 이라크를 점령한 미군은 사담 후세인의 집권 기반이었던 바트당을 철저하게 해체했고, 관련 인사들을 사담 후세인 정권이 홀대하던 시아파 인사들로 교체했다. 대부분 바트당에 충성하던 이라크의 군대는 군 경험과 조직력을 갖춘 실업자 집단이 됐다. 이희수 교수는 “ISIS가 해고된 이라크 군인들을 대규모로 받아들여 실전 경험과 조직력을 갖췄다”고 설명했다. 해산된 이라크 군인들은 시리아 이슬람주의 반군에도 유입돼 시리아 내전에 참가했다. 결과적으로 이라크 전쟁은 이슬람주의 반군에 숙련된 병사들을 제공했다는 점에서 시리아 내전에 큰 영향을 끼쳤다.



시리아 내전에서 패권 변환을 읽어내다

시리아 내전은 시리아인만의 전쟁이 아니다. 시리아 내전은 여러 나라의 지정학적 이해관계가 얽혀있는 국제적인 전쟁이다. 대표적으로 미국, 러시아, 이란, 터키, 사우디 그리고 유럽 국가 등이 시리아 내전에 개입했다. 2017년 초까지 외부 개입 세력들은 ISIS를 축출하기 위해 협력했다. 이희수 교수는 “기존에 미국은 아사드 정부를 견제하기 위해 ISIS의 반인륜적 행위를 묵인했으나 2015년 ISIS의 파리 테러 이후에는 미국도 ISIS를 용납할 수 없게 됐다”고 설명했다. 각국의 이해가 일치하자 시리아 내전에서도 협력이 일어났다. 외부 세력의 지원을 받는 시리아 정부군, 반군, 그리고 쿠르드족 자치군 YPG*가 협력해서 ISIS에 대항했다. 결국, ISIS는 2017년 수도였던 라카가 함락되면서 몰락했다.

ISIS가 몰락하자 시리아 내전을 둘러싼 지정학적 갈등이 터져 나왔다. 갈등의 핵심은 아사드 정부를 제거할지 유지할지, 그리고 시리아를 해체할지 보존할지다. 우선 러시아와 이란은 아사드 정부의 유지와 시리아의 보존을 목표로 한다. 신범식 교수(정치외교학부)는 “러시아는 인권 문제로 다른 나라에 개입하기보다는 주권을 보호하는 외교를 지향하고, 주권국가로서의 아사드 정부를 지키고자 한다”고 밝혔다. 이는 아사드 정부의 인권 탄압을 비난하며 시리아에 개입한 서방과는 정반대의 정책 방향이다. 전략적인 이해관계도 있다. 사파리 교수는 “시리아와 러시아는 오랫동안 동맹이었고 시리아에는 러시아의 군사 기지가 있다”고 설명했다. 러시아는 경제적으로도 에너지 문제, 무기 수출 등의 문제로 중동에 개입할 이유가 있다. 신범식 교수는 러시아가 이란에 수출했고 현재도 계속 핵물질을 공급하고 있는 부셰르 원전을 예로 들었다.

이란은 시리아 내전에 개입하면서 중동에서 영향력을 확대하고자 한다. 국립외교원 인남식 교수는 “이란은 수니파 왕정들보다 민주적인 정치체제에서 나오는 민주적 정당성을 바탕으로 2015년 핵협상 타결 이후 중동에서 중요한 행위자로 부상했다”고 설명했다. 이란은 강화된 영향력과 ISIS 소탕이라는 명분을 기반으로 시리아에 자국 혁명수비대 및 아프간 용병(리와 파테미욘)을 파견해 아사드 정부를 지원했다. 그러나 이란은 국내적 약점을 안고 있다. 지난해 12월부터 올해 1월까지 이란에서는 일련의 반정부 시위가 터져 나왔다. 인남식 교수는 “핵 협상 타결과 경제 제재 해제로 인해 늘어난 국가 세입이 잘 분배되지 않는 상황에 이란 시민들이 불만을 품고 시위에 나선 것”이라고 지적했다. 지난 9일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발표한 이란 핵 협상 탈퇴 소식은 이란의 전망을 더욱 어둡게 했다. 이란 경제를 옥죄던 경제 제재가 다시 도입될 것이기 때문이다.

한편 터키는 아사드 정부를 교체하지 않되 시리아를 해체하는 정책을 추구한다. 터키는 시리아 쿠르드족을 통제하기 위해 시리아 내전에 개입했다. 터키 내에서 쿠르드족은 소수민족으로, 터키 사회의 불안 요소다. 이희수 교수는 “터키 정부는 시리아의 쿠르드족 군대인 YPG가 자국의 쿠르드족 단체인 PKK(쿠르디스탄 노동자당)와 관련이 있다고 믿고, 그로 인해 안보에 위협을 느낀다”고 말했다. 터키는 2018년 1월 올리브 가지 작전을 발동해 YPG의 근거지인 시리아 북부를 침공했다. 그러나 터키의 목표는 쿠르드족이지 아사드 정부가 아니므로 아사드 정부의 교체를 추구하지는 않는다.

이같이 여러 나라가 개입하면서 나타나는 경향은 미국 중동 패권의 약화다. 냉전 이후 1990년대 중동에서 미국은 유일한 패권국이었다. 사파리 교수는 이를 “누구도 미국에 도전하지 못하는 일극체제”로 표현했다. 1990년부터 1991년까지 벌어진 걸프전에서 미국은 사담 후세인의 이라크를 철저하게 패퇴시키며 패권을 증명했다. 그러나 이런 상황은 2000년대부터 변하기 시작했다. 미국은 2003년 이라크 전쟁에서 사담 후세인 정권을 붕괴시켰다. 그러나 사담 후세인 정부를 대체한 이라크의 시아파 신정부는 미국의 적국인 이란과 급속도로 가까워졌다. 이희수 교수는 “미국은 이라크 전쟁, 아프간 전쟁, 시리아 내전에서 모두 실패했다”고 설명했다.

시리아 내전은 미국 패권의 약화를 가장 확실하게 보여준다. 미국은 아사드 정부를 교체하고자 시리아 내전에 개입했다. 그러나 지금 아사드 정부는 오히려 승기를 굳혀가고 있다. 이희수 교수는 “시리아 내전도 러시아의 우위로 진행되고 있고, 미국의 영향력은 감소하는 추세”라고 분석했다. 전통적으로 친미 국가였던 터키의 이탈도 미국에 뼈아픈 타격이다. 이희수 교수는 “YPG를 적대하는 터키는 YPG를 지원하는 미국과 갈라서 버렸다”고 설명했다. 신범식 교수는 “에르도안 현재 터키 대통령의 정적인 펫훌라르 귈렌을 미국이 보호하고 있다”며 “이 또한 미국과 터키 사이의 갈등 요인이다”고 지적했다. 대신 터키는 러시아와 급속도로 가까워지고 있다. 미국의 적성국인 이란 역시 시리아 내전에서 큰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

중동에서 미국에 맞서는 세력은 강해졌고 서로 연결돼 있다. 지난달 4일 러시아, 이란, 터키 정상이 카자흐스탄 아스타나에서 만나 시리아 평화 협상에 대해 논의했다. 인남식 교수는 “요즘 러시아, 이란, 터키가 시리아 내전을 주무르고 있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신범식 교수 또한 “러시아가 러시아-이란-터키의 연대를 시리아 사태 해결의 기반으로 사용하고 있다”고 밝혔다.

미국 역시 중동에서 예전과 같은 패권을 추구하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7월 19일 CIA를 통한 시리아 반군 지원을 중지하겠다고 발표했다. 미국은 대신 YPG를 지원하면서 시리아 내전에서 영향력을 유지하는 방향으로 선회했다. 물론 트럼프 행정부가 시리아 공습, 이란 핵 협상 탈퇴와 같은 강경한 정책을 추진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장지향 선임연구위원은 “미국은 중동에서 발을 빼겠다고 하는 입장”이라며 “트럼프의 이번 이란 핵협상 탈퇴도 이란을 견제하는 것보다는 국내정치적 계산에서 나온 것”이라는 의견을 드러냈다. 이어 장 선임연구위원은 “유럽 국가들이 참여하지 않는 이번 조치는 이란에 결정적인 타격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트럼프의 행보가 오히려 중동 내 미국의 영향력에 독이 되고 있다는 분석도 있다. 이희수 교수는 “트럼프의 일방적인 핵 협상 탈퇴는 오히려 미국을 고립시킨다”고 분석했다. 2017년 12월 6일에 있었던 트럼프의 예루살렘 선언도 마찬가지다. 트럼프는 예루살렘을 이스라엘의 합법적 수도로 인정하면서 전세계 무슬림들의 분노를 불러일으켰다. 인남식 교수는 “트럼프가 예루살렘 선언을 하면서 동맹국인 수니파 걸프 왕정*들을 곤혹스럽게 했다”고 설명했다.



격동하는 중동, 우리의 전략은?

앞으로 중동에서 시리아 내전을 둘러싸고 어떤 지정학적 질서가 나타날지는 미지수다. 이희수 교수는 “미국-이스라엘-사우디의 한 축과 러시아-중국-이란의 다른 축이 대립하는 신냉전 구도가 나타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스라엘은 전통적인 친미 국가다. 한편 사우디는 이란의 팽창을 경계하면서 2016년 1월 이란과 단교를 선언했고, 이란이 지원하는 것으로 추정되는 예멘의 후티 반군과 교전하고 있다. 이희수 교수는 “이런 상황에서 미국에 대한 사우디의 의존이 강해졌고, 미국-이스라엘-사우디가 협력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됐다”고 설명했다.

양극 체제가 아닌 다극 체제가 나타날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사파리 교수는 “현재 중동은 이란, 터키, 사우디, 그리고 이스라엘이 참여하는 다극 체제로 변화하고 있다”고 예측했다. 현재 러시아, 이란, 터키는 아사드 정부를 유지한다는 공동의 목표를 갖고 있다. 그러나 사파리 교수는 “장기적으로 세 나라가 각각 다른 이해관계를 갖고 있으며, 이들의 동맹은 오래가지 못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예를 들어, 터키는 시리아 북부의 일부 지방을 병합하는 것을 목표로 하지만 러시아는 시리아를 온전하게 유지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그렇다면 급변하는 중동의 상황에 우리는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전문가들은 독자적인 외교정책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희수 교수는 “양극화되는 중동의 냉전 구도에서 한국이 더 적극적인 중재자 역할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지금까지 우리의 중동 정책은 미국 중동 정책의 연장이었다”고 비판하며 “반미 축에 속하는 이란과 같은 나라에 더 많이 투자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사파리 교수 역시 “다극체제에서 한 바구니에만 달걀을 담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하다”며 “한국이 중동에서 미국과의 동맹을 넘어 외교적 연결을 확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규범적 접근을 강조하는 입장도 있다. 장지향 선임연구위원은 “중동 국가들과 긴밀한 관계를 맺고 경제협력을 할 때 무엇보다 국제법, 인권, 민주주의와 같은 규범을 중시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장 선임연구위원은 “한국은 중견국이기 때문에 국제사회의 지지 없이 단독 행동을 하기 어렵다”며 “그럴수록 규범을 지켜야한다”고 강조했다.

최근 중동 정세의 변화에 대처하고 효과적인 중동 정책을 만들기 위해서는 중동을 냉정하게 파악하고 분석할 수 있는 전문가가 필요하다. 그러나 현재 중동에 대한 관심은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 인남식 교수는 “우리나라의 외교적 안목이 미국 중국 일본 러시아에 국한돼 있다”고 지적했다. 또 중동은 미국과 러시아 등 세계적인 강대국들이 가장 활발하게 역동하는 지역으로, 세계적인 패권 변환을 생생하게 보여준다. 미국 패권의 약화가 중동에 국한된 현상은 아니다. 신범식 교수는 “중동과 중앙아시아에서 나타나는 미국의 후퇴를 봤을 때, 미국의 패권이 탄탄하게 유지되고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이어 신 교수는 “냉전 종식 이후 미국이 구축한 자유주의적 국제질서가 최근 들어 퇴조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인남식 교수는 “대학생들이 중동 문제에 꾸준히 관심을 가져야 세계 정세의 변화와 한반도의 미래를 읽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시리아 내전으로 변화하는 중동과 세계질서에 대한 관심이 절실한 상황이다.

시리아는 멀다. 시리아가 속한 중동 역시 멀다. 무엇보다 이 거리는 심리적이다. 사람들은 흔히 중동을 이슬람 세계로, 이슬람이 모든 것을 결정하는 세계로 인식한다. 사파리 교수는 “세상에는 다양한 무슬림과 이슬람이 주류를 이루는 사회가 있을 뿐 이슬람 세계 같은 것은 없다”고 지적했다. 중동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을 이슬람으로 이해하는 것에는 한계가 있다. 한반도에서도 그렇듯이 중동에서도 실타래처럼 꼬인 지정학이 사람들의 삶과 국가 간의 관계에 영향을 끼친다. 7년 넘게 이어진 시리아 내전과 이를 둘러싼 국제 정세에 다가가기 위해서는 지정학의 실타래를 풀어내는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

*샤리아법: 이슬람의 경전인 쿠란과 예언자 무함마드의 언행인 수나를 바탕으로 하는 이슬람 법률 체계

*칼리프국: 이슬람 초기에 나타난 정치 형태로, 종교와 정치를 동시에 관할하는 칼리프가 수장인 국가

*수니파: 이슬람의 최대 종파로, 시리아 인구의 75% 정도를 차지한다. ISIS는 대표적인 수니파 이슬람주의 조직이다.

*YPG: 쿠르드어 ‘인민수호부대’의 약자로, 시리아 북부 쿠르드족 자치구인 로자바의 군사 조직이다.

*걸프 왕정: 전제군주정을 유지하고 있고 수니파가 주를 이루며 친미 성향을 보이는 걸프 국가들이다. 대표적인 예로는 사우디와 UAE가 있다.



삽화: 강세령 기자 tomato94@snu.kr 권민주 기자 kmj4742@snu.kr

신동현 기자  higihah@snu.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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