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일(목) 제27대 총장예비후보자에 대한 정책평가가 실시됐다. 정책평가단의 평가 결과가 75%, 지난 3일 미리 실시된 총장추천위원회의 평가가 25%의 비율로 합산돼, 강대희 교수(의과학과), 이건우 교수(기계항공공학부), 이우일 교수(기계항공공학부)가 각각 1, 2, 3순위로 이사회에 추천됐다. 남은 총장 선출 과정이 공명정대하고 엄정하게 마무리되기 위해선 아직 여러 주체의 책임의식과 지속적인 관심이 반드시 요구된다. 우선은 이사회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

이사회는 총장추천위원회에서 추천받은 3명의 후보자 중에서 한 명을 총장으로 선임하고, 이후 최종후보자는 교육부장관의 제청과 대통령의 임명 과정을 거친다. 여기서 4년 전의 경험을 되짚어볼 필요가 있다. 지난 제26대 총장 선출 과정에서 가장 큰 논란이 됐던 점은 이사회가 정책평가 결과를 번복해 최종후보를 선출한 것이었다. 더 큰 문제는 학내 구성원들의 강한 요청에도 불구하고 이사회가 결정을 내린 근거를 밝히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이사회의 결정 과정에 제대로 된 숙의와 후보 검증이 존재했다고 보기 어려운 상황에서, 많은 학내 구성원은 선정 결과를 납득할 수 없었다.

이 경험을 반추하면 몇 가지 중요한 교훈을 얻을 수 있다. 첫째, 이사회는 정책평가 결과를 무겁게 받아들이고 그 권위를 존중해야 한다. 특히 이번 정책평가는 학생들을 포함해 학내 모든 구성원들이 참여할 기회를 얻었다. 물론 참여비율이나 투표방식과 절차 등의 문제는 추후 보완될 여지가 있다. 하지만 이런 문제들이 정책평가를 통해 표출된 구성원들의 의견을 합당한 근거도 없이 무시할 수 있는 근거가 될 수 없다. 둘째, 이사회는 스스로의 권한에 걸맞은 절차와 숙의를 거쳐 최종후보자를 결정해야 한다. 만약 이번에도 별다른 토론 없이 무기명투표로 결과가 도출되고, 회의록을 비롯해 결정의 근거가 되는 어떤 내용도 공개되지 않는다면 그 결정이 어떤 것이든 이사회가 학내 구성원들에게 책임을 다했다고 볼 수 없다. 중차대한 결정을 내리는 주체로서 최소한의 숙의와 공개성도 담보하지 못하는 상황을 납득할 사람은 많지 않다.

4년 전 총장 선출 과정과 결과를 둘러싼 내홍을 거치면서 다양한 불만과 의견이 분출됐고, 이후 총장 선출 제도에 변화가 있었다. 그 결과 지난번에 비해선 서울대가 직면한 여러 과제에 대한 공론화가 활발하게 이뤄졌고 구성원의 관심도도 전반적으로 높아졌다는 평가가 있다. 그러나 선임제, 직선제, 간선제의 요소가 혼재된 현행 총장 선출 제도를 어떻게 개선할 것인가에 대한 논의는 계속될 것이고, 총장선출 제도를 비롯한 거버넌스 개혁의 근간에는 법인화 이후 서울대의 정체성을 어떻게 확립할 것인가에 대한 복잡하고 어려운 문제가 자리하고 있다. 이런 근본적인 문제에 대한 논의가 향후 건설적으로 이루어지기 위해서도 남은 총장 선출 과정이 엄정히 마무리돼야 한다. 이 시점에선 이사회의 책무가 막중하다. 이사회는 스스로에게 부여된 중차대한 임무와 권한에 부합하는 엄중한 책임감을 갖고 논의와 결정에 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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