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장 인터뷰 | 성낙인 총장, 임기 4년 소회를 남기다

지난 4년을 돌아보며

◇4년간의 임기가 끝나간다. 퇴임을 앞둔 소감은=힘들었다. 총장이 되면 좋은 일만 있을 줄 알았는데 막상 돼 보니 24시간 긴장의 연속이었다. 이렇게 큰 대학을 관리하는 게 정말 쉽지 않다는 걸 느꼈다. 하지만 연구실에만 있다가 총괄적인 행정을 맡았다는 데 큰 보람을 느낀다.

◇왜 총장이 되고 싶었는가=서울대를 멋있게 관리해보고 싶었다. 내가 하면 실제로 멋있게 잘 해낼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지난 4년, 본인은 10점 만점에 몇 점짜리 총장이었다고 생각하는가=그동안 수많은 학생들에게 학점을 매겨봤지만 자신을 평가하긴 어려운 것 같다. 내 나름대로 최선을 다했지만 제3자가 보기엔 과락도 될 수 있고 A+도 될 수 있을 것 같다.

◇재임 기간 중으로 시간을 되돌릴 수 있다면 언제로 가고 싶은가=취임 후 1~2년 차 시절로 돌아가 조금 더 긴 호흡을 두고 일하고 싶다. 준비를 잘 했다고 생각했는데도 취임해보니 모르는 것이 너무 많았다. 1년이 지나니 그제야 조금씩 학교 돌아가는 사정을 알게 됐다.

◇퇴임 후 계획은=평교수로 돌아갈 나이는 지났기 때문에 퇴임하는 순간 공식적으론 학교를 떠난다. 다만 학문 세계를 마저 정리해서 책을 내 학자 생활을 마무리할 계획이다. 정치를 할 계획은 없고, 그동안 서울대인으로서 혜택을 누렸으니 사회에 봉사할 수 있는 길을 찾을 예정이다.

◇임기 중 어떤 공약을 가장 중점적으로 추진했는가=임기 동안 선한 인재 지원 및 양성에 초점을 맞췄다. 학생들이 선한 인재로 성장할 수 있도록 지금 씨앗을 뿌려 놓으면, 학생들이 사회에 나가서 선한 인재가 돼 우리 사회를 선한 사람들의 공동체로 가꿔나갈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선한 인재 배양의 첫걸음으로 학생들이 공동체적 가치를 배우길 바랐고 이에 시흥캠퍼스에 기숙형 대학(Residential College, RC)을 추진하려 했다. 학생들이 대학 입학을 위해 입시를 준비하는 과정에선 공동체적 가치를 충분히 배우지 못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대학에 와선 다른 학생들과 함께 어울려 생활해보면서 공동선(共同善)을 기를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학생들이 동의하지 않아 시흥캠퍼스 RC는 추진하지 못했다.

◇재임 기간 이룬 주요 성과를 몇 가지 꼽는다면=서울대에 진학한 학생이라면 적어도 의식주 걱정은 없이 학교에 다닐 수 있게 해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취임 직후 ‘천원의 아침 식사’를 추진해 아침을 단돈 천원에 해결할 수 있도록 했고, ‘천원의 저녁 식사’를 거쳐 지금은 점심을 포함한 세끼 모두 천원에 이용 가능하다. 그리고 기초생활수급자, 차상위계층자 등의 등록금을 면제했으며 선한인재장학금을 통해 경제 사정이 어려운 학생들에게 매달 30만원씩 기본 생활비를 지급하고 있다. 일류 대학 중 학생들의 경제 부담을 이렇게까지 덜어주는 학교가 없다. 스스로 자랑스러워하는 성과 중 하나다.

또한, 국제적 인재 양성의 일환으로 SNU in the World 프로그램과 SNU 글로벌봉사단을 통해 학생들이 ‘함께하는 글로벌라이제이션(globalization)’을 체험할 수 있도록 했다. 취임 당시 4개 도시에서 진행되던 SNU in the World 프로그램을 현재 14개로 늘렸다. 학생들이 해외에 나가 세계가 넓다는 것을 경험하고 돌아오길 바랐다. SNU 글로벌봉사단의 경우 베트남, 라오스, 네팔 등 제3세계 국가에 학생들을 파견해 우리나라의 국가 사정이 어려웠을 때 다른 나라에게 받았던 은혜를 갚고, 세계화 시대에 서울대가 갖는 국제적 책임을 다할 수 있도록 했다.

◇재임 중 거버넌스 구조 개선을 위해 취한 조치는 무엇이 있는가? 학내 의사결정 구조의 문제점은 무엇이며 앞으로 어떻게 변화해야 한다고 생각하는가=사실 거버넌스는 쉽지 않은 문제다. 학내 구성원이라면 누구나 권한을 갖고 싶어 하지만, 아무도 책임은 지려 하지 않기 때문이다. 앞으로도 자율 행정을 추구하되 각 구성원에게 자율에는 반드시 책임이 따른다는 것을 인지시킬 필요가 있다.

그리고 학생들이 학교의 주요 의사결정 과정에 자신의 참여를 요구한 것에 대해선 전적으로 동의한다. 숨길 이유도, 숨길 것도 없다. 앞으로도 일의 성격상 참여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관심 있는 학생들은 최대한 참여하는 것이 옳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적게나마 학생들이 총장 선거에 참여할 수 있도록 선거 정책을 바꾼 것인데 이번 선거에 학생들의 참여가 적어 아쉬웠다.

◇시흥캠 실시협약 체결, 사회학과 H교수 징계 등 여러 사건과 관련해 재임 기간 내내 소통이 부족하다는 비판을 들었다. 이에 대한 본인의 생각은=시흥캠퍼스 사업은 11년 전에 시작된 것인데 사업 시행의 책임이 모두 내게 돌아온 것 같아 억울하다. 원래 2014년에 체결하기로 합의한 실시협약을 내가 신중히 하겠다며 2016년으로 미뤘다. 7~8년간 시흥캠퍼스에 관해 그 누구도 의견을 내지 않았고, 학생회 또한 별다른 문제를 제기하지 않다가 2016년 말에 갑자기 실시협약을 반대하는 기조를 취한 것이다.

사회학과 H교수 건도 마찬가지다. 해당 학과에서 일어난 일이면 해당 학과나 단과대에서도 특정한 조치를 취해야 하는데 모든 책임이 총장과 본부에 전가됐다. 관련 사안에 대해 보고만 받은 내가 모든 일을 해결할 수는 없었다. 물론 총장이 학교의 책임자로서 문제 해결에 앞장서고 학교에서 일어나는 일에 대해 책임져야 하는 것은 맞지만, 학내 구성원들이 조금만 더 역지사지의 마음으로 총장의 입장에서 책임자가 겪는 고충을 알아줬으면 한다.

◇재임 기간 연구 역량 강화를 위해 어떤 정책을 시행했으며 부족했던 점은 무엇이었는가=노벨상 수상자를 초청해 교수와 학생들의 학문적 영감을 고취하고자 했다. 그래서 석좌교수 제도를 만들어 노벨상 수상자급 석학을 석좌교수로 초빙하기도 했다. 그리고 앞으로 서울대에서도 노벨상 수상자를 배출해야 하는 만큼, 신진학자에 대한 연구비 지원을 강화하는 등 발전 가능성이 있는 신진학자들을 발굴하고 육성하는 데 중점을 뒀다. 또 교수들의 활발한 교육 및 연구를 장려하기 위해 연구·교육상 수상자를 몇 배로 늘렸다.

그리고 연구진이 연구비를 원활히 수주할 수 있도록 연구 행정을 대폭 강화했다. 연구비 신청서 작성 등 행정적인 부분을 지원해준 것이다. 연구자가 독창성을 마음껏 발휘할 수 있도록 안정적인 연구 환경을 조성해주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학교에서 연구 행정을 총괄적으로 맡는 기관이 산학협력단이다. 그런데 연구 지원에 관한 행정적인 사항을 처리하다 보니 산학협력단이 최근 다소 관료화됐다. 관료화되는 것을 피하기 위해 기관 차원에서 노력해야 할 것이다.

◇학교의 재정을 자율적으로 확보하고 재정 건전성을 유지하기 위해 어떤 노력을 했고, 어떤 어려움이 있었나=정부에 국고출연금을 요구하는 것도, 기술지주회사를 만들어 수익을 내는 것도 한계가 있다. 재정적 자립을 위해선 우선 모금을 통해 발전기금에 자금이 쌓여야 한다고 본다. 원금이 쌓여야 원금에서 나오는 이자로 운영비를 충당하고 장학금을 지급하는 등 여러 사업을 진행할 수 있기 때문이다. 기부를 많이 받기 위해 ‘선한 인재 이어달리기’나 ‘만만한 기부’와 같은 기부 아이템과 캐치프레이즈를 개발해 사람들의 참여를 끌어내고자 했다. 총장 출마 당시 공약한 발전기금 6,000억원 모금을 달성했고 재임 중 발전기금 시재금*을 약 1,000억원 정도 늘렸지만, 아직 많이 부족하다. 시흥캠퍼스 실시협약에 대한 반발 등으로 인해 학내 사정이 혼란스러워 더 많은 기부를 유치하는 데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

◇노동자들의 처우를 개선해야 한다는 사회적 요구가 증가하는 요즘, 재임 중 학내 노동 문제에 대한 본부의 대처를 평가하고 앞으로의 행동 방향을 제시한다면=역대 총장 중 내가 가장 선도적으로 노동 문제에 대처했다고 본다. 취임 후 학내 노동자 현황을 들여다보니 비정규직 노동자가 몇 명인지조차 파악돼 있지 않아 먼저 전수조사를 지시했다. 그리고 현행 노동법엔 2년까지 비정규직으로 일할 수 있게 돼 있는데 사실 이 법의 취지는 2년 뒤에 비정규직을 해고하라는 것이 아니다. 2년 뒤에 별 문제가 없으면 이들을 준정규직화하라는 의미다. 이에 따라 전수조사 이후 서울대에서도 앞으로 최대한 비정규직 노동자를 고용하지 않을 것을 지시했다. 그뿐만 아니라 재작년에는 계약직 비학생조교를 무기계약직으로 전환하기로 합의했고, 급여 문제도 노조와 논의해 매듭을 지었다. 교내 청소·경비·시설 용역 파견 근로자 또한 무기계약직으로 전환하기로 했다. 이때 한 가지 문제가 있었다. 기존 학내 정규직 정년이 60세인데, 정규직 전환 논의 대상이 된 근로자의 30% 이상이 60세 이상이었다. 이에 정부에 새로 이런 문제를 제기했고, 새 정부 가이드라인이 나와 청소·경비 분야의 정년을 65세로 조정할 수 있었다.

그러나 아직 세부적인 부분에서 기존 정규직과 차별이 존재한다는 점에 대해선 변화를 위해 계속 노력해야 할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정년 보장의 다음 단계는 노동자들이 연금 공단에 가입해 연금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그런데 무기계약직은 대부분 본부가 직접 고용하지 않고 단과대나 연구소에서 자체 수입으로 고용하는 경우가 많아 본부에서 신경 쓰기 복잡한 면이 있다. 이와 같은 과제들은 앞으로 서울대가 하나씩 해결해나가야 할 것이다.

◇교수는 교육자와 연구자 모두에 해당하는 직책이다. 교수가 마땅히 가져야 할 윤리적 태도는 무엇이며, 교수들의 윤리 의식 제고를 위해 본부 차원에서 어떤 조치와 대책을 마련했나=교육자로서는, 교수들이 학생을 사랑으로 대하며 자중자애(自重自愛)해야 한다. 세상이 바뀌어 더는 교수가 학생을 마음대로 부리거나 막 대할 수 없다. 교수들은 이를 정확히 인지하고, 학생을 대할 때 자신의 감정을 앞세워 이성의 범위를 벗어나는 일이 일어나지 않게 노력해야 한다.

연구자로서는 여러 측면이 있지만, 무엇보다도 위작하지 않고 연구비를 깨끗이 관리하려는 태도를 가져야 한다. 연구비는 공금이므로 공사를 구분해 사용해야 하는데 교수들이 연구에만 집중하다 보니 이런 인식이 부족한 경우가 있다. 그래도 산학협력단이 설립된 이후, 산학협력단에서 교수들에게 이런 면에 대해 안내하고 연구실 자금 관리와 같은 행정적인 부분을 지원하면서 연구비와 관련된 문제는 거의 없어진 것과 마찬가지인 단계다. 본부에서도 교수 윤리에 관해선 꾸준히 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학내 구성원에게 남기는 말

내가 한 번 들어가기도 어려운 서울대를 학생으로 한 번, 교수로 한 번, 두 번씩이나 들어왔다. 학내 구성원들 덕분에 많은 사람이 꿈에 그리는 서울대 총장도 했다. 나로서는 정말 과분한 축복과 행복을 누렸다고 생각한다. 지금 학교에 다니는 학생들도 모두 서울대인이 됐다는 사실 그 자체가 대한민국에선 축복받은 인생이다. 서울대인이라는 것은 수많은 혜택을 사회로부터 받은 것과 다름없기 때문이다. 그런 혜택을 누려 온 만큼, 서울대인들이 사회 어디에서든 소금과 밀알이 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본부는 대한민국의 미래를 이끌 인재들을 돌본다는 생각으로 학생들에게 많은 지원과 배려를 해주길 바라고, 교수들은 연구에 지치고 시달리겠지만 학생들과 자주 만나 함께 지내며 사랑을 베풀었으면 한다. 그래야 공동체 의식과 공동체적 가치가 생겨난다. 교수, 학생, 직원이 조금 더 따뜻하게 서로를 대해 공동선이 꽃피는 서울대가 되길 바란다.

*시재금: 지출을 하고 난 뒤 보유하고 있는 남은 돈

사진: 대학신문 snupress@snu.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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