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 나온 책 | 올해 5월 주목할 만한 신간 두 권

인재를 선발하는 제도에 대한 논쟁은 항상 뜨겁다. 하지만 과거부터 지금까지 대한민국에는 과거제의 특성을 가진 인재 선발 제도가 굳건히 자리 잡고 있다. 대학교에서 신입생을 선발할 때, 대기업에서 신입사원을 선발할 때 그리고 방송사에서 기자를 선발할 때도 기준은 제각기 다르다지만 결국 많은 인원을 모아 한 번의 시험을 치른 후 가장 높은 성적을 받은 사람을 선발한다는 점에서 일부만이 제도의 혜택을 받는 과거제와 본질이 같다. 그렇다면 이런 방식은 인재를 선발하는 제도로서 제대로 기능하고 있을까?

『당선, 합격, 계급』의 저자 장강명은 장편 소설 공모전을 들여다보며 이 제도가 과거제와 다를 바 없다고 말한다. 조선시대의 과거제는 신분을 단번에 상승시킬 수 있는 시험이었다. 장원급제를 한 사람은 어사화를 꽂고 당당히 벼슬에 올랐다. 장편소설 공모전 일등상을 받은 작가는 공모전 수상작이라는 어사화를 꽂고 등단해 진정한 소설가라는 벼슬에 오른다. 반면 공모전으로 등단하지 못한 작가는 출판사로부터 외면받고 대중에게도 주목받지 못한다. 작품이 공모전에서 수상하지 않는 이상 대중들에게 작품을 선보일 수 있는 기회는 제한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작가 지망생뿐만 아니라 이미 작품이 있는 기성작가들까지도 ‘공모전으로 등단한 소설가’라는 꼬리표를 얻기 위해 끊임없이 공모전에 작품을 낸다. 이 책은 공모전을 좇는 현상이 “내부 사다리가 너무나 허약하기 때문에” 생긴다고 주장한다. 차근차근 올라갈 수 있는 시스템이 마련돼 있지 않아 확실한 한 방을 노리게 된다는 것이다. 저자는 이 공모전 문화를 통해 사회 전반을 바라본다. 우리 사회는 전체적으로 내부 사다리가 부실해 결국 대부분의 사회 구성원이 이런 시험에 뛰어들게 된다는 것이다.

사람들은 이런 체제에 불만을 가지면서도 이를 따를지 말지의 문제로 받아들이기보다 어떻게든 살아남을 방법을 찾으려 한다. 저자가 작가 지망생 52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많은 사람들이 이 체제에서 살아남기 위해 자신을 시험 맞춤형 인간으로 만들고 있다. 그런데 사람들은 체제에 마지못해 따른다면서도 정작 이 체제가 없어져야 하는가라는 질문에 대해서는 대다수가 아니라고 답했다. 저자는 사람들이 이 체제가 무너지면 제 나름의 성공으로 가는 좁은 길마저도 닫힐 것으로 생각하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합격자가 되기를 원하는 응시자들은 체제에 비판적인 시각을 가지고 있지만 이에 순응하는 모순적인 반응을 보인다. 한편 시험을 통과한 합격자들은 그 시험이 자신의 능력을 검증하는 합당한 방안이라고 생각하며 시험이 유지되기를 바랄 것이라고 저자는 설명한다. 결론적으로 이 체제에 우리는 암묵적으로 동의하고 있고, 이 체제를 유지하기 위해 애쓰고 있다는 것이다.

『당선, 합격, 계급』은 저자가 직접 동료 작가, 출판사 사장, 방송사 직원 등과 인터뷰한 내용을 바탕으로 지금의 인재 선발 체제가 유지될 때 생기는 문제점을 낱낱이 보여준다. 과연 이렇게 선발된 사람은 자신의 역량을 충분히 발휘할 수 있도록 적재적소에 배치되고 있는가? 충분히 능력 있는 사람임에도 이 체제를 따르지 않는다는 이유로 차별받고 있지는 않은가? 시험에만 목매는 사람들이 많아져 사회적 인력이 낭비되고 있지는 않은가? 저자가 계속해서 던지고 있는 물음은 우리가 꿈꾸고 나아가야 할 사회와 제도의 방향에 대해 생각해볼 기회를 준다. 저자는 우리 사회의 체제를 개선할 방안을 명확히 제시하진 않지만, 우리가 사회를 고칠 힘이 있음을 암시한다.

당선, 합격, 계급

장강명
민음사
448쪽
16,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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