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선도
산업공학과 박사과정

‘사용자 경험’(User Experience, UX)은 ‘사용자가 어떤 시스템, 제품, 서비스를 직·간접적으로 이용하면서 느끼고 생각하게 되는 총체적 경험’을 말한다. 필자가 생활하면서 느끼는 것 중 최적화가 절실히 필요하다고 생각되는 부분은 도로교통시스템이다.

우리는 ‘구글’ ‘애플’ ‘우버’ 등 해외 기업들을 비롯해 국내 자동차회사들이 자율주행자동차를 개발하고 있다는 기사들을 심심치 않게 접하고 있고, 이는 실제로 먼 미래가 아니다. 가까이에서도 교내를 돌아다니는 자율주행자동차를 볼 수 있다. ‘귀찮은 운전을 대신 해준다’라는 시각 이상에서 조금 더 이해하기 쉽고 직관적으로 자율주행자동차와 더 나아가 자율주행자동차로 이루어진 도로교통시스템에 대해서 말해보고자 한다.

지금의 도로교통시스템 문제는 시스템 자체는 좋으나, 인간의 행동이 직접적으로 시스템에 영향을 끼치기 때문에 일어나는 것이 대부분이다. 핸드폰 사용, 과속, 신호위반, 음주·졸음운전, 불법 주차, 보행자의 무단횡단 등 인간의 과실이 시스템의 위험을 증가시키고 있다. 또 빨간 신호에서 녹색 신호가 점등이 된 후에도 앞차가 움직이기까지 뒷차는 출발할 수 없기에 생기는 정체인 ‘지연 출발’은 시스템 흐름에서 엄청난 시간 손실을 가져다준다. 마지막으로 인간이 직접 이 시스템에 참여하면서 진짜 목적(학교, 직장, 여행 등)을 위해 ‘공간의 이동’이라는 행동에 불필요한 에너지를 소모함으로서 시스템 참여자 각자에게 굉장히 비생산적인 일이 되고 있다.

이런 도로교통시스템의 문제점들을 해결해 줄 수 있는 것이 자율주행자동차와 더불어 도로교통시스템 자체도 자율주행자동차를 매개체로 자동화하는 것이다. 자율주행자동차의 기술적 문제가 해결된 시기라고 가정했을 때, 모든 자동차가 자율주행시스템 내에 편입되어 운행된다면 시스템 참여자인 운전자(이 시기라면 ‘차주’라는 표현이 더 적절할 것이다)를 비롯해 보행자, 나아가 사회의 사용자 경험이 혁신적으로 개선될 것이다.

구급차, 소방차 출동 같은 긴급한 상황에도 미리 인지돼 자동으로 모세의 기적을 일으켜 줄 것이고, 신호의 전환 시점을 정확히 알고 미리 감속하고 제 때에 출발하여 급제동 없는 안전한 주행, 에너지 효율적인 주행이 될 것이다. 인간의 장거리 운송·여객업을 대체해 졸음운전으로 인한 고속도로에서의 대형사고를 막을 수 있을 것이고, 결정적으로 단순히 공간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낭비하게 되는 시간과 에너지를 절약하여 얻게 되는 개개인의 사용자 효용은 상상을 초월할 것이다.

하지만 운송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의 일자리 문제, 개인 응급상황에서의 시스템 내 자유도 문제, 운전 자체를 하고 싶은 사람들의 운전욕구 문제 등이 제기될 수 있다. 이에 대한 대안으로, 운송업 근로자들의 운송차량 관리업 전환, 4차선 이상의 대로나 고속도로에서만 전 차량 의무 자율주행, 적절한 수의 유료서킷 활성화 등을 생각해볼 수 있다.

이렇듯 다양한 기술적 한계와 극복, 인간을 인공지능이 대체하게 되면서 생기는 딜레마 등에 직면하게 되고 이는 인류가 한 단계 발전하기 위해서 겪는 진통일 것이다. 이런 진통 한 가운데에 우리 세대가 살아가고 있다는 것은 공학도의 입장에서 너무나 행운이다.

‘인간에서 무인’의 자율주행자동차는 ‘말에서 자동차’처럼 인류에게 엄청난 혁신을 가져다 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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