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 | 관악구 매니페스토를 살펴보다

6월 지방선거가 코앞으로 다가왔다. 서울대가 자리 잡은 관악구도 더불어민주당 박준희, 자유한국당 홍희영, 바른미래당 이행자, 민주평화당 김희철 씨가 관악구청장 예비후보로 확정된 상태다. 후보자들은 출마 선언과 더불어 표심을 사로잡을 공약을 발표했다. 관악구 지역사회와 밀접한 관련을 맺고 있는 서울대도 이번 지방선거의 결과에 영향을 받을 것이다. 이에 『대학신문』은 선거를 앞둔 지금 관악구의 현 상황을 짚어보고, 관악구청장 후보자들의 공약을 점검해보고자 한다.

서울대 구성원이라면 한 번쯤 관악구의 교통상황에 불편을 느낀 적이 있을 것이다. 관악구에서 15년 동안 거주 중인 장준혁 씨(산업공학과·17)는 “출퇴근 시간에 복잡한 교통에 불편함을 느꼈다”며 “2호선은 원래도 사람이 많은 노선인데 해결책이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관악구 교통행정과 박달식 주무관은 “서울대입구역 버스는 하루에 215회 운행해 하루 4만여 명 정도가 이용한다”며 “막대한 인원이 서울대입구역 주변에서 지하철과 버스를 갈아타며 교통체증을 일으키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박달식 주무관은 “교통은 연결돼야 그 기능이 극대화될 수 있다”며 “경전철이 해결책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현재 공사 중인 신림선 경전철은 2호선 신림역, 7호선 보라매역, 9호선 샛강역 및 1호선 대방역에서 갈아탈 수 있고 서울대 앞까지 운행될 예정으로 출퇴근 및 통학시간을 획기적으로 줄일 전망이다. 바른미래당 이행자 후보 역시 “신림선에 고시촌 역과 서울대역을 신설해 관악구 교통체증 문제를 해결하고 서울대 구성원들의 편의를 증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서울시는 서울대역과 관련해 역사 공사자금의 50%에 해당하는 금액을 학교 측이 내야 한다고 주장하지만, 국립대학법인 서울대에 국가가 법인전입금*을 대서라도 서울대의 교통문제는 해결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기대수익이 높지 않은 경전철 사업에 투자금이 부족한 상황이다. 이에 홍희영 예비후보는 “서부선을 연장하게 되면 주민들의 이용이 많아질 것이기 때문에 투자자들에게 좋은 유인책이 될 것”이라고 제안했다. 서울시의회 교통위원으로 활동한 더불어민주당 박준희 예비후보는 8년 동안의 경력을 살려 서울시와 관악구의 유기적인 협조를 약속했다. 그는 “경전철 연장계획은 이해당사자의 입장 조정 때문에 시간이 걸리기 마련이라 이해관계자의 적극적인 건설 의지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4만여 명에 이르는 서울대의 유동인구가 관악구 교통체증의 문제 원인이라는 지적도 있다. 홍희영 예비후보는 “유동인구가 시(市) 수준에 육박하는 서울대는 하루 2만 대의 차량이 출입해 심각한 교통문제를 일으킨다”고 주장했다. 그는 “모노레일을 설치해 서울대 자체에서 운행될 수 있게 하겠다”는 이색적인 공약을 내세웠다. 서울대의 교수회관과 낙성대, 남부순환도로 등을 연결하는 모노레일을 통해 교내 공간 이동의 편의성을 도모한다면 평일 이동 차량 수를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경전철 사업 추진이 마냥 원활하게 진행되고 있지는 않다. 2000년대 초반부터 계획된 서울 경전철 신림선은 현재까지도 추진계획이 확정되지 않은 상태다. 2016년 착공식 이후 보라매공원 관련 환경 문제와 고시촌 및 서울대 내 역 신설 문제가 부상하면서 사업에 차질이 생겼다. 지난해 실시계획을 변경하고 본격적인 공사에 들어갔음에도 주변 주택가 주민들의 시위와 노선 변경 문제가 끊임없이 대두됐다. 관악 주민연대 곽충근 사무국장은 “서울대입구역을 중심으로 교통체증에 관련한 불만이 계속 나오고 있다”며 “관악구 교통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주장하는 정치인은 많지만, 주민 입장에서 교통문제가 현실적으로 해결 가능한지 의문이 든다”고 지적했다.

경제문제에서도 관악구와 서울대의 협력을 요구하는 공약이 쏟아졌다. 공약들은 서울대의 질 높은 인적자원을 최대한 활용해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맞는 창의적인 사업 육성을 도모해야 한다는 내용이 주를 이뤘다. 이행자 예비후보는 “고시촌을 종점으로 하는 버스 차고지가 이전하는데 그 자리에 청년활육센터, 일자리지원센터, 청년 허브센터 등을 만들어 서울대생의 창업을 돕겠다”고 말했다. 홍희영 예비후보는 실리콘 밸리를 표방한 관악형 실리콘 밸리 형성을 공약으로 제시했다. 그는 “서울대생을 중심으로 한 벤처타운을 관악구 지역에 구축하게 되면 제조업이 거의 없는 관악구에 새로운 청년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대학동은 강남 테헤란밸리와 구로 G밸리 사이에서 베드타운(Bed Town)으로 전락한 지 오래다. 또한, 사법고시 폐지 여파로 인해 고시촌도 상황이 녹록치 않다. 이에 박준희 예비후보 또한 낙성 벤처 밸리와 대학창업 밸리 유치 공약을 내세웠다. 그는 ‘관악 경제의 구원 투수, 경제구청장’이 되겠다고 약속하며 “소상공인과 청년스타트업 경기를 살리겠다”고 말했다. 서울대생이 졸업 후 관악을 떠나가는 현실을 해결하기 위해 “첨단 산업시설과 기업을 적극적으로 유치해 창조적인 청년창업 밸리 육성을 활성화하겠다”고 말했다.

후보들 모두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어울리는 인적자원 활용에 관심을 기울였다. 거대 기업 위주의 정책에서 벗어나 미래사회에 적합한 공약을 개발하는 데 노력한 흔적이 보인다. 그러나 경제문제는 지난 지역 행정에서도 끊임없이 비판이 제기돼 왔다. 경제공약과 관련해선 이미 관악구 민선 6기 ‘중소기업 경영 활성화 지원’ 공약이 변경된 사례가 있다. 중소기업육성기금 융자 지원 및 투자 무역 박람회 참가 지원을 골자로 하는 본 공약은 융자 지원 금액이 애초 목표 대비 미달하고 현실적으로 박람회 참가를 매년 진행할 수 없는 문제에 부딪혔다. 경제문제는 무엇보다 금전적인 한계가 뚜렷하게 드러날 수 있는 만큼 후보들은 이 사례를 참고해 경제공약에 대한 현실적인 접근을 해야 한다는 지적이 있다.

서울대는 명실상부 관악의 자랑거리다. 대한민국에서 제일 넓은 캠퍼스 부지를 자랑하는 서울대는 관악구에 물리적으로나 상징적으로나 큰 영향을 미친다. 학교 또한 관악구 지역 상황에서 벗어날 수 없다. 관악구청장 세 후보들이 입을 모아 서울대의 개방을 이야기하는 만큼 다음 지방선거 이후에 어떤 방향으로든 관악구와의 교류가 활성화될 수밖에 없다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하지만 서울대 구성원들이 이미 외부인들의 무분별한 이용으로 피해를 보고 있는 만큼 추후 교류와 협력에서도 많은 준비가 필요해 보인다. 권리 위에 잠자는 자는 보호받을 수 없다는 말을 기억하며 서울대 구성원들도 엄연한 관악구의 일원으로서 이번 지역선거에 주목하기를 바란다.

*법인전입금: 재단 법인 회계에서 학교예산으로 들어오는 돈

삽화: 손지윤 기자 unoni0310@snu.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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