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 2018학년도 학교현장실습

지난달 23일부터 올해 학교현장실습이 시작됐다. 1주간의 초등 교육 참관과 4주간의 중등 교육 실습으로 이뤄지는 학교현장실습은 사범대생이라면 졸업을 위해 필수적으로 이수해야 할 요건인 동시에 미래에 교사가 되기를 꿈꾸는 학생들이 반드시 거쳐 가야 할 관문이다. 사범대는 실습의 목적을 ‘학생이 학교 교육의 현장에서 직접 교사 활동을 실습함으로써 교육 활동의 내용과 방법의 실천적 요소를 터득’하는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올해 실습에는 총 416명의 학부생과 대학원생이 참여했다. 기자도 그중 한 명으로 서울대학교 사범대학 부설초등학교(사대부초)와 서울대학교 사범대학 부설고등학교(사대부고)에 다녀오며 직접 체험한 것을 기록했다.

사대부초 5학년 1반에 배정된 교생들과 담임 선생님이 아침 활동 시간에 학생들과 함께 체육대회를 대비한 단체 줄넘기 연습을 했다. 담임 선생님은 직접 줄넘기 시범을 보이며 학생들의 용기를 북돋았다.



난 학생이고, 난 선생이야!

“…다름이 아니라 다음 학기에 제가 실습을 나가게 돼 교수님의 강의를 함께 수강할 수 있을지 문의드리고자 연락드립니다. 실습 기간 한 달 이상을 출석하지 못하지만….”

실습은 4월 말부터 시작하지만, 기자는 겨울방학부터 이미 실습생(교생)이 된 기분이었다. 동기들과 함께 ‘교생 받아주는 수업’을 물색하느라 1월부터 메일을 쓰고 시간표를 계속해서 조정해야만 했기 때문이다.

실습에 참여하는 학생들은 실습 중 다른 수업엔 결석할 수밖에 없다. 다른 단과대에서 열리는 수업은 물론이고 사범대에서 열리는 교직 수업마저도 교수자가 실습 기간 중 결석을 양해해주지 않을 경우 사실상 수강 신청 단계서부터 수강을 거부당했다.

한편, ‘출석 상황’이 학칙에 규정된 평가 요소인 만큼 출석 비중이 크거나 강의 내용이 시험, 과제 등 평가와 직결되는 수업은 한 달 이상의 결석을 용인하기 어려울 수도 있다는 목소리도 교생들의 불만만큼이나 크다. 이번에 교생들의 수강을 허락한 사범대 A강사는 “실습은 사범대생이나 교직을 이수하는 학생들이라면 반드시 참여해야 하는데, 학생들이 수업을 듣기 위해 조심스레 허락을 구하는 모습이 낯설다”면서도 “수업마다 상황이 달라 모든 수업에서 교생들의 수강을 허용해주기는 어려울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학칙에 실습 기간 중 출석 처리와 관련된 명확한 규정이 없다는 데 있다. 그렇다보니 실습 기간 출석 인정 여부가 교수자의 재량에만 전적으로 의존하고 있으며 수강신청 전에 교생들의 출석을 어떻게 처리할지에 대한 사전 공지 또한 없는 상황이다. 장혜신 씨(독어교육과·14)는 “매번 바뀌는 수업 담당 교·강사의 결정에 과목 수강 가능 여부가 좌우될 수밖에 없는 지금 방식은 문제가 있다”며 “최소한 교생을 받아주거나 받아주지 않는 교과목을 미리 정해서 공시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사범대 소속이 아닌 교생들은 수강이 가능한 교과목에 관해 정보 공유가 힘들기 때문에 더 심한 혼란을 겪기도 한다. 한수정 씨(작곡과·14)는 “원래 교생을 받아준다고 했던 수업이 갑자기 받지 않는 수업으로 변경됐다는 사실을 수강 신청 전날 사범대생 친구가 SNS에 올린 게시물을 보고 알았다”며 “강의계획서에라도 교생들의 출석 처리를 명시하는 공지가 적혀 있으면 혼란이 덜할 것 같다”고 밝혔다.

기자가 사대부고 1학년 8반 학생들과 독일어 수업을 하고 있다. 사대부고는 독일 정부 해외학교관리처에서 지정한 ‘DSD 학교’로, 독일어에 대한 학생들의 관심이 높다.

교생과 교사 둘 다 부담스러운, ‘교생길’이 훤히 열렸다

새벽의 설렘도 잠시, 버스에서 내려 학교로 향하는 길은 유난히도 추적거렸다. 끊임없이 이어지며 소집 장소인 강당으로 모여드는 200여 명의 ‘교생 행렬’에 혼란스러운 분위기였다. 목을 꽉 조이는 타이와 어린 학생들이 지켜보고 있다는 생각은 몸을 긴장하게 했다. 아침 8시쯤부터 이어지는 수업을 참관하며 학습 문제, 교수 및 학습 활동, 학생 관찰 내용 등을 끊임없이 적다보면 졸음이 몰려오는 때도 있었다. 그러나 채 한 시간도 주어지지 않는 점심시간은 잠시 한 숨 돌리기도 부족했다.

사대부고 실습에서 수업 차시가 많은 영어, 수학 등의 교과목 담당 교생은 준비해야 할 수업이 1인당 최대 13번에 육박하기도 했다. 김지은 씨(영어교육과·14)는 “너무 빡빡한 일정이 교생들을 지치게 한다”며 “실습이 한 달 동안 압축적으로 진행돼 본래의 교육적 목적이 잘 달성될 수 있을 지 의문”이라고 토로했다. 김 씨는 “수업이 하루에 4번까지 몰려있는 날이 있어 이틀 밤을 꼬박 새고 또다시 출근하는 일도 있었다”고 말했다.

아침 8시부터 오후 4시까지 실습 기간에 쉴 틈이 없는 것은 교생뿐만이 아니다. 교생들을 지도해야 하는 부설학교 지도 교사들이 맡은 업무 부담은 이보다 더해 보였다. 부설학교 교사들은 교생들이 오는 기간에는 참관 지도, 수업 준비 지도, 실습록 결재 등의 업무가 더해져 더 바빠질 수밖에 없다. 올해 사대부초의 경우 2주에 걸쳐 401명의 교생을 맞았으며 사대부고는 154명의 교생을 받았다. 학급당 8~10명의 교생이 배정되기 때문에 학급 담임 교사에게는 이들을 관리할 책임이 더해지는 셈이다. 사대부고의 한 교사는 “5월엔 점심 식사를 아예 포기했다”며 “부설학교 교사들에게 5월은 가정의 달이 아니라 교생 업무의 달”이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올해 처음으로 연구지원부장을 맡은 사대부고 김연주 교사는 실습 업무 시스템을 전면적으로 온라인화해 사대부고의 ‘스티브 잡스’로 통한다.



더 나은 배움을 고민하다

교생과 지도 교사 모두 부담스러운 실습 환경을 바꾸기 위해 부설학교도 변화를 꾀하고 있었다. 사대부초는 지난해 교생들로부터 부정적인 평가를 받은 오후 특강을 없애고 대신 학급별 지도 강화 시간을 늘려 교사와 교생 간 소통의 기회를 확충했다. 사대부초 채지윤 연구기획부장은 “지도 강화 시간은 현직 교사의 수업을 교생이 직접 평가하고 교생도 하루간의 참관을 되돌아보는 성찰의 시간”이라며 중요성을 강조했다.

사대부고는 올해부터 실습 업무의 효율성 제고를 위해 종이 실습록을 없애고 구글 문서 도구를 활용해 온라인으로 교생들과 소통하고 있다. 이에 따라 교생들은 실습록, 학급경영계획, 학생상담록, 교수학습과정안 작성 등 실습과 관련된 거의 모든 기록을 온라인에서 수행하고, 실시간으로 지도 교사의 피드백도 받을 수 있었다. 시스템을 처음 구상한 사대부고 김연주 연구지원부장은 “2015년부터 두꺼운 실습록을 들고 다니며 손으로 일일이 쓰고 학급과 교과 지도 교사에게 결재를 받기 위해 왔다 갔다 하는 교생들의 모습을 보며 고민해 왔다”며 “올해가 처음이라 아직 아날로그 방식의 결재가 더 편한 사람들도 물론 있겠지만, 적응 기간이 필요한 문제”라고 덧붙였다.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업무 속에서도 대다수 교사들은 실습 기간을 ‘교사 스스로도 배울 기회’로 여기는 모습이었다. 사대부고 박혜원 교사는 “교생들이 처음에 미숙했던 모습에서 바뀌는 걸 볼 때 보람이 크다”며 “교생들에게서 신선한 자극을 얻기도 한다”고 밝혔다. 김연주 연구지원부장은 “교사들이 받는 추가 수당은 크지 않지만, 많은 선생님들이 부설 학교로서 사명에 공감하고 교생과의 교류에서 기쁨을 얻는다”며 “교생들과의 관계를 평가자-학생의 상하관계가 아니라 미래의 동료로 여기고 교생들과 협력하고자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변할 수 있다는 믿음이 변하지 않게

점심시간을 쪼개 담당 학생과 상담하기 위해 운동장으로 나갔다. 푸른 잔디 위에는 벌써 교생 선생님과 학생들이 나란히 산책하며, 또는 삼삼오오 모여 고민을 나누고 있었다. 고등학생들은 그 시기 으레 할 만한 진로, 학업, 연애 등의 고민을 조심스레 털어놨다. 공부가 어떠니, 미래가 어떠니 하며 나름대로 조언을 해 주던 중 말문을 막히게 하는 질문이 있었다. “선생님은 그럼 선생님 하시는 거죠?”

사대부고에서 올해 교생 141명을 대상으로 벌인 사전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의 47.5%가 ‘교직을 희망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절반에 달하는 교생이 입학 후 진로가 변경돼 교직을 희망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실습 일정을 소화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교생들에게 실습은 진로 탐색의 계기가 되기도 했다. 실제로 사대부고가 지난해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실습 전에 교직으로 나아갈지 말지를 ‘아직 결정하지 못했다’고 답한 응답자는 전체 중 31.9%에 달했으나 실습 후에는 그 비율이 18.6%로 줄어들었다. 대신 교직을 확실히 희망하거나 희망하지 않는 비율이 늘어났다. 사대부고 김연주 연구지원부장은 “사전·사후 조사를 매년 시행하고 있는데 결과는 비슷하다”며 “교생들이 미래에 교사를 희망하든, 희망하지 않든 실습이 각자 고민하고 있던 진로 결정에 도움을 준다는 점은 분명해 보인다”고 설명했다. 윤리 교사를 꿈꾼다는 김재호 씨(윤리교육과·13)는 “학생들이 조금이라도 성취를 보이면 뿌듯한 마음이 많이 들었다”며 “실습이 현실적인 교직을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매년 있는 학교현장실습은 교직을 꿈꾸는 이들에겐 짧은 기간에 현장에서 직접 부딪히며 배울 수 있는 소중한 기회인 동시에, 그렇지 않은 사람들에게도 졸업을 얼마 남겨두지 않은 시점에서 교육의 가치를 고민하고 스스로 변할 수 있는 기회라는 점에서 의의가 있었다. 교육은 ‘변화 가능성에 대한 믿음’에서 출발한다. 학교현장실습도 매년 반복되는 실습생들의 고충과 교사들의 부담을 개선하기 위해 끊임없이 변화할 때, 배움과 가르침에 대한 믿음도 계속될 것이다.

삽화: 강세령 기자 tomato94@snu.kr

저작권자 © 대학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