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쁠몰(플러스로 몰아 준다는 뜻으로 성적을 + 학점으로 주는 과목)’, ‘꿀강(꿀처럼 단 강의라는 뜻으로 수업 부담이 크지 않고 성적을 잘 주는 과목)’, 서울대 학우들이 어렵지 않게 들어봤을 대학생들의 은어다.

이 은어들은 학문의 전당으로 불리던 대학교육이 어디까지 추락했는지 쉽게 가늠할 수 있게 한다. 대학생들은 흥미와 관심을 기준으로 수업을 듣는 대신 학점은 잘 주는지에 따라 수업을 신청한다. 필자는 대학교육 정상화를 위해 서울대학교에서 상대평가가 가지는 문제점을 지적하고 폭넓은 과목을 대상으로 절대평가를 시도하는 것을 제안한다.

학점을 상대평가 기준으로 부여하는 것은 크게 두 가지 문제점을 갖는다. 첫번째로, 불필요한 경쟁을 초래하여 ‘공부’ 보다는 ‘시험 준비’의 풍조를 조성한다는 점이다. 필자가 수강하고 있는 한 전공과목의 경우, 교수님이 학생 평가의 고충을 토로하면서 성적의 차이를 명확하게 두기 위해 ‘빈칸 뚫기’ 유형의 시험을 내겠다고 한 바 있다. 따라서 필자를 포함한 해당 과목의 수강생들은 백 페이지가 훨씬 넘는 읽기 자료의 단어들에 동그라미를 쳐가며 ‘암기 경쟁’을 한 씁쓸한 기억이 있다. 이 경우는 상대평가가 ‘평가를 위한 평가’로 전락하고 말았음을 보여주는 사례다. 둘째, 서두에 언급한 바와 같이 상대평가는 수강 과목을 선택하는 단계에서부터 ‘흥미’와 ‘관심’을 몰아내고 오직 ‘학점을 잘 주는가’에 따라 결정하게끔 한다. 이는 교육의 깊이를 만들어 내는데 큰 걸림돌이 되고 있다.

반면 절대평가는 위에서 언급한 불필요한 경쟁에 의한 비효율을 상당 부분 감소시킬 수 있다. 실제로 고려대는 “상대평가는 학생들이 학문에 대한 호기심으로 과목을 선택하기보단 학점을 잘 주는 수업만 찾아 듣는 문제를 일으킨다”는 이유로 대다수의 과목 평가를 절대평가로 전환하여 학점을 부여하고 있다. 또한 연세대 의대의 경우 모든 과목을 Pass와 Non pass로 평가 방식을 전환하고 특별히 우수한 성과를 낸 학생들에게는 Honor를 부여하는 유연한 학점 부여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이들 학교의 노력이 어떤 성과와 부작용을 낳았는가에 대해서는 보다 많은 논의가 필요하겠지만, 절대평가를 통해 학생들과 교수자의 불필요한 부담과 고민을 줄인 것만은 확실해 보인다. 수강생들은 3:4:3의 비율에 따라 자신의 성과물을 평가받지 않아 좋고, 교수자들 역시 수강생들에 대한 평가에 자율권을 갖게 돼 좋으며, 학교 입장에서도 교육의 정상화를 이룰 수 있어 바람직하다.

물론 절대평가로의 전환 못지않게 중요한 것은 수강생들의 인식 전환일 것이다. 절대평가를 단순히 ‘학점을 잘 주는 제도’라고 생각하는 것은 곤란하다. 절대평가의 취지는 학점 퍼주기가 아닌 불필요한 경쟁을 지양하고 보다 생산적인 평가 방식을 마련하기 위함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학생들 역시 절대 평가의 본래 취지를 왜곡해 이해하지 않아야 함은 물론이다. 이와 더불어 교수자들은 더욱 자유롭게 학점을 부여할 수 있는 만큼 수강생들의 성적에 대한 간단한 논평과 피드백을 부여할 수 있다면 더할 나위 없을 것이다.

이도현

정치외교학부·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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