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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단해진 공존의 움직임, 디아스포라 영화제를 통해 시작되다취재 | 제6회 디아스포라 영화제에 다녀오다
  • 홍지윤 기자
  • 승인 2018.05.27 04:58
  • 수정 2018.05.27 04: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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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아스포라’는 고향을 떠나 전 세계 방방곡곡으로 흩어진 유대인을 지칭하는 그리스어다. 현재의 디아스포라는 그 의미가 확장돼 유대인을 지칭하는 것을 넘어 삶의 터전을 떠나 살아가는 모든 사람을 일컫는다. 지난 18일(금)부터 22일까지 인천아트플랫폼에선 ‘제6회 디아스포라 영화제’가 열렸다. 올해로 6번째를 맞은 이 영화제는 전 세계 디아스포라 문제를 조명하는 65편의 영화와 각종 전시, 강연 프로그램으로 우리를 찾아왔다.

가깝지만 먼, 멀지만 가까운 한국인 디아스포라

이번 디아스포라 영화제는 다양한 한국인 디아스포라에 주목했다. 한국인에게 디아스포라 개념은 낯설게 다가온다. 하지만 사실 일제 강점기에 아시아의 여러 곳으로 흩어진 이들과 동족상잔의 비극으로 인한 이산가족, 7·80년대에 해외로 이주한 이민자 등 수많은 디아스포라가 한국인의 정체성을 가지고 세계 각지에서 살아가고 있다. 미국 정부의 비밀 요원으로 활동했던 할아버지를 통해 한국 근현대사를 되돌아보는 영화 <옵티그래프>를 관람한 배주현 씨(25)는 “이산가족을 전방에서 바라보는 주인공을 통해 내가 혹시 주위의 디아스포라들을 소외시키고 있진 않은지 성찰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뿐만 아니라 이번 영화제에선 최근 한국사회에서 눈에 띄는 ‘도시 난민’도 다뤘다. 영화 <이월>은 사회적 편견에 시달리면서도 생계를 위해 닥치는 대로 일하고 더 싼 집을 찾아 헤매는 이십대 여성의 이야기를 그렸다. 감독 김중현 씨는 “<이월>은 겨울의 끄트머리를 기필코 견뎌야 하는 주인공 ‘민경’의 이야기”라며 “이 영화를 통해 경제적 빈곤이 만들어 낸 민경의 마음을 위로해주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한국의 디아스포라를 담아내기 위한 전시회가 마련되기도 했다. 6·70년대에 독일로 파견된 여성 간호사들의 이야기를 다룬 전시가 디아스포라 영화제 한 켠에서 열렸다. 전시 ‘이주할 자유, 정주할 권리: 독일로 간 여성 간호사들’은 애국자로 바라보는 기존의 시선에서 탈피해 낯선 파독 여성 간호사들을 독일 시민 사회에 정착한 한 명의 여성으로 바라봤다. 전시 앞부분에선 독일에 첫발을 내딛고 그곳에서 평범한 일상을 살아가는 한국 간호 여성들의 모습들이 전시됐다. 뒷부분에선 서독의 강제송환 조치에 맞춰 이들이 벌였던 체류권 투쟁과 그 이후 지속됐던 간호 여성들의 사회적 참여가 소개됐다. 전시회 자원봉사자 장은진 씨(26)는 “간호사 이전의 여성으로서의 파독 간호사들을 바라볼 수 있게 돼 인상 깊었다”며 “이전엔 파독 간호사들을 국가의 경제 성장을 위해 헌신했던 사람들로만 생각했지만 전시를 통해 이들이 독일에 어떻게 정착했고 어떤 일상을 살았는지 마주하니 새롭다”고 소감을 말했다.

걸어서 세계 속으로, 걸어서 디아스포라 속으로

영화제는 시야를 넓혀 세계 곳곳의 디아스포라 또한 다채롭게 담아냈다. 미얀마를 탈출하는 로힝야 난민의 삶에 대한 영화 <내가 돌아갈 곳>과 시리아 내전의 참상으로 갈 곳을 잃은 이들에 대한 영화 <86일의 69분> 등 세계 속 디아스포라를 담은 영화 30편이 상영됐다. 난민에 대한 유럽의 각기 다른 시선과 동시에 이민국에서 난민이 경험하는 현실적인 절차를 보여주는 영화 <당신들의 천국>을 관람한 백서연 씨(18)는 “먼 나라의 문제로만 알았던 난민 문제에 대해 관심을 가져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난민 문제를 난민만의 입장이 아닌 유럽인의 현실적인 입장에서 생각해 볼 수 있어서 색달랐다”고 감상을 말했다.

한 편의 영상을 통해서는 담기지 않는 디아스포라에 대한 고찰은 강연을 통해 깊어지기도 했다. 이번 영화제에선 서경식 교수(일본 도쿄경제대 교양학부)와 작가 알렉시예비치의 후쿠시마 방문기를 담은 다큐멘터리 <마음의 시대 ‘작은 사람들’의 목소리를 찾아서>가 상영됐다. 서경식 교수는 『체르노빌의 목소리』로 2015년 노벨문학상을 받은 작가 알렉시예비치와 2016년 후쿠시마 원전 피해 지역을 방문했다. 이 다큐멘터리는 두 사람이 원전 사고 피해지역 주민의 어려움에 공감하고 그들과 소통하는 과정을 담았다. 상영 후엔 서경식 교수가 이에 대한 강연을 진행했다. 서경식 교수는 “한순간에 예상치 못한 사고로 고향을 잃은 이들이 겪은 마음의 상처는 심각하다”며 “그럼에도 피해자가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살아야 하는 무언의 압력이 일본 사회에 자리 잡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후쿠시마 원전사고 이전과 이후 일본 사회의 가치관은 완전히 달라져야 한다”며 “이 사고를 성찰의 기회로 삼아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나'와 다른 타자를 이해하는 법

이번 디아스포라 영화제는 ‘나’와 다른 타자들의 연대 가능성을 모색하는 것을 넘어 새로운 공동체를 꾸리며 살아가는 화합과 공존의 의미를 담았다. 디아스포라 영화제 홍보팀 이혁상 매니저는 “디아스포라 영화제는 ‘나’와 다른 존재들과 공존하는 법을 영화를 통해 고민하는 공간”이라고 설명했다. 이를 반영하듯 이번 디아스포라 영화제에선 다양한 디아스포라 이슈를 어떤 태도로 마주해야 하는가에 대한 고민이 담긴 영화가 상영작으로 선정됐다. 이혁상 매니저는 “디아스포라가 낯선 단어이긴 하지만 다양한 디아스포라를 담은 영화를 통해 디아스포라의 개념을 친숙하게 만들고 싶었다”며 “작품 선정에서부터 행사 및 전시 기획까지 다양한 디아스포라적인 이슈를 담고자 노력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전시 ‘로힝야, 존재하지 않는 사람들’에서 로힝야 족에 대한 이야기가 몇 장의 사진과 짧은 설명으로만 이뤄져 있어 아쉬움을 남기기도 했다.

이번 영화제는 디아스포라와의 화합과 공존의 가능성을 모색하는 계기를 마련해줬다. 앞으로도 디아스포라 영화제를 통해 지금 이 순간에도 환대받지 못한 채 세계 곳곳에서 살아가고 있는 디아스포라의 이야기가 더 다채롭게 담길 수 있길 기대해본다.

간호사가 아닌 한 사람으로서 독일에 정착하는 것이 힘들었던 파독 여성 간호사들의 실상이 엿보인다.

다큐멘터리 <마음의 시대 ‘작은 사람들’의 목소리를 찾아서> 중 알렉시예비치가 후쿠시마 원전 사고에 대해 이야기를 하는 장면이다.

사진: 신하정 기자 hshin15@snu.kr

홍지윤 기자  withjy1@snu.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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