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지법 평택지원 형사4단독 이승훈 판사는 지난 16일 병역법 위반 혐의로 각각 기소된 방 모 씨(24) 등 4명에게 모두 무죄를 선고했다. '여호와의 증인' 신도인 방 씨 등은 지난 2016년 5월부터 2017년 11월 사이 현역병 입영통지서를 받고도 집총을 거부하며 입영하지 않은 혐의로 각각 기소됐다. 이처럼 양심적 병역 거부자에 대해 하급심에서 무죄를 선고하는 일이 속출하고 있으나 대법원에서는 일관되게 이들을 유죄로 판결하고 있어 현재도 매년 300여 명에 이르는 청년들이 1년 6개월의 징역살이를 하고 있다.

한 나라의 보전과 유지를 위해 국방의 의무를 지우는 것은 정당하며 모든 국민은 이를 수행해야 할 의무가 있다. 또한, 설문 조사 주관 기관에 따라 차이가 있기는 하지만 양심적 병역 거부에 대해 이해할 수 없다는 응답이 평균적으로 70%를 넘고 있는 것이 현실이기도 하다. 그러나 2012년 기준으로 전 세계 병역 거부 수감자 723명 중 669명이 한국에 있었으며 1950년부터 2016년 말까지 한국에서 양심적 병역거부로 처벌받은 사람은 약 1만8800명에 달하는 현실 속에서 국내외의 수많은 인권 단체에서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대체복무제를 도입할 것을 지속해서 요구해 왔다. 현재 징병제를 채택하고 있는 59개 국가 중 20개 국가가 대체복무제를 도입하고 있다.

이에 따라 2005년 국가인권위원회에서 국회와 국방부에 대체복무제를 도입할 것을 권고했고 노무현 정부는 대체복무제 도입을 약속하기도 했다. 그러나 2008년 이명박 정부에서 ‘국민적 합의가 부족해 대체복무는 시기상조’라며 대체 복무제 도입을 사실상 백지화한 바 있다. 현재 문재인 정부는 새 정부 10대 인권과제의 세부과제에 이 문제를 포함했으며 20대 국회에서도 대체복무제의 도입을 위한 ‘병역법 일부개정법률안’이 올라와 있는 상태다. 그런데도 아직 사회적 합의가 쉽지 않은 까닭에 제도 개선이 조속히 이뤄지지 못하고 있는 형편이다.

대체복무제 도입에 반대하는 측의 우려와 같이 대체복무제가 병역 기피의 수단으로 악용이 되어서는 안 된다. 따라서 대체복무제의 구체적인 제도화와 관련하여서는 제도를 악용할 수 없도록 빈틈없이 만들어야 한다. 현역 입영 기간보다 긴 복무 기간과 군 복무에 비등한 노동 강도, 이를 철저히 수행할 수 있는 운영 방식 등을 꼼꼼히 점검하고 이를 제도화해 이 제도가 병역 기피의 수단으로 악용될 가능성을 차단돼야 할 것이다. 그리고 이 제도의 취지와 병역 기피의 수단이 될 가능성이 없음을 널리 알려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내야 할 것이다.

국방의 의무 수행에 해가 가지 않으면서도 자신의 신념을 지킬 수 있는 인권이 보장되는 성숙한 사회로 나아가기 위한 우리 모두의 인식 전환과 제도 개선이 필요한 바 이를 위한 사회적 합의가 조속히 이뤄지기를 바란다.

저작권자 © 대학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