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서기 연구 통한 한ㆍ일 고대사 바로 잡기

 
▲ © 신문수 기자

‘임나일본부설’ 등 일본의 역사 왜곡과 관련해 자주 거론되는 사서 중 하나가 『일본서기(日本書記)』다. 서기 720년에 완성된 것으로 알려진 이 역사서는 일본의 6국사(六國史) 중 첫째로 평가되는 정사(正史)로 고대 한일 관계에 대한 많은 내용을 다루고 있다. 그러나 720년 당시의 원본이 남아있지 않고, 서술된 한국 관계 기사 중 왜곡된 대목이 많으며 5세기 중반 이전 기록의 경우 후대의 기록 양식과 전대의 기록양식이 뒤섞여 나타나는 등 연대가 분명치 않아 해석을 놓고 논란이 많다.

이처럼 논란의 대상이 되고 있는 사서 『일본서기』 중 한국 관계 기사를 모두 추려내 정리한 책 『일본서기한국관계기사』가 최근 3권 으로 완간됐다. 이는 한[]일 고대사 연구에 중요한 기초 자료를 정리한 것으로, 임나일본부설 등 논란이 돼 온 학설을 바로 보는 계기를 마련한 것으로 평가된다.

 

해석에 논란 많은 『일본서기』 중 한국관계기사 모두 추려내

 

이번 연구를 주도한 김현구 교수(고려대ㆍ역사교육과)는 “『일본서기』의 관계기사는 여러 계통의 자료가 혼합돼 있어 한국사, 일본사, 고고학 연구자가 한자리에 모여 3년간 연구했다”고 말한다. 이번 연구에는 김 교수 외에 박현숙 교수(고려대ㆍ역사교육과), 이재석 연구원(고려대[]일본학 연구센터), 우재병 교수(충남대ㆍ고고학과)가 참여했다.

1권에서는 『일본서기』 중 한반도ㆍ일본 관계의 틀이 잡히는 숭신기(崇神紀)에서 인현기(仁賢紀)까지의 기사를 다루고 있고, 2권은 임나의 성립과정과 초기 경영 기사로 구성된 무열기(武烈紀)에서 흠명기(欽明紀)까지의 기사가 실려 있다. 마지막 3권에는 임나 멸망 이후 한ㆍ중ㆍ일 등 오늘날 동북아 세계의 원형이 형성됐던 민달기(敏達紀)에서 지통기(持統紀)를 다뤘다. 책에서 구분된 시기들은 일본연호법에 따르고 있으며 연도의 경우 학계의 논란이 있어 표기하지 않았다.

 

임나일본부설 반박 근거 마련 고대 한ㆍ일 관계 새로 볼 수 있어

 

책에는 관계 기사에 나오는 천황에 대한 소개와 함께, 한반도 관계 기사의 원문과 한국어 해석 및 설명이 정리돼 있다. 또 주요 쟁점에 대한 대표적인 학설과 저자들의 연구 내용 및 고고학적 검토 내용까지 제시했다.

예를 들어 왜의 중애천황(仲哀天皇)이 급사한 후 그의 아내였던 신공황후(神功皇后)가 통치했던 기간을 기록한 신공기(神功紀) 49(369)년조의 경우 신라 정토와 가야(가라) 7국의 평정, 그리고 백제ㆍ고구려를 복속시키는 등의 내용이 실려 있다. 이는 과거 일본 학자들이 임나일본부설의 발단으로 이용한 대표적 기사이다. 그러나 저자들은 이에 대해 “왜의 가라 7국 평정 등은 오히려 백제의 가야 진출을 보여 준다”고 지적했다. 즉 왜가 아닌 백제를 주체로 봐야 한다는 것이다. 이는 4~5세기 광개토 대왕 비문 400년ㆍ404년조에서 나오는 고구려전을 주도한 주체가 왜인가 백제인가의 여부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또 책에서는 “오늘날 신공 황후 자체가 만들어진 인물이라는 학설이 설득력을 얻고 있으며, 왜의 한반도 지배의 유래ㆍ기원을 설정한 부분도 사실이 아님이 밝혀지고 있다”고 설명한다.

한편 이번 책 발간에 대해 저자인 김 교수는 “이 작업이 임나일본부설을 부정할 수 있는 틀을 마련했다고 보며, 이는 고대 한ㆍ일관계사의 새로운 틀을 짜려는 연구의 씨앗이 될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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